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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98세에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전을 가진 김병기 화백

김달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린 12월 2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김병기 화백은 1950년대 초부터 서양현대미술의 전개와 동시대의 흐름뿐 아니라 전통과 현대성, 아카데미즘과 전위, 구상과 추상을 주제로 많은 글을 발표하면서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방대한 지식과 예리한 비판정신을 갖춘 논객으로 왕성하게 활동하였다. 그리고 경력의 최절정에 있던 1965년, 한국미술협회 3대 이사장으로 상파울루비엔날레 참가한 후 뉴욕 주(州)의 한적한 동네 사라토가에 정착하였다. 오랜 시간 미국에서 거주하여 국내에서 많이 잊혔었으나 1980년대 이후 가나화랑에서 네 번의 초대전을 가지며 한국에서 거주하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김병기 화백은 “ 여러분과 함께 한다는 게 기쁘다. 한국을 떠난 때가 49세이고 떠난 지가 49년이 되었다.”로 말문을 열었다. 

이번 ‘김병기 : 감각의 분할’전은 한국근현대미술의 역사를 보여주는 회화 70점과 드로잉 30점을 네 시기로 나누어 3월 1일까지 열리며 한국근현대미술의 산 증인 김병기 작가의 60여 년에 걸친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한다. 현전하는 작품이 제작된 1950년대 중반부터 도미(1965년) 후 1970년대 초까지는 “추상의 실험”의 시기로 이때 일본유학시기부터 매료된 추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실험한다. 50년대 중반 이후 앵포르멜이 한국화단을 휩쓸기 시작할 무렵부터 해외 미술계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김병기는 프랑스의 앵포르멜 이론과 실천을 연구하고 이를 자신의 작품에 선택적으로 수용한다. 그러다 1970년대 초부터 형상이 강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그가 평생을 걸쳐 천착하게 되는 소재인 정물과 풍경이 캔버스에 뿌리 내리는 “형상과 비형상의 공존”이 시작된다. 작가로서의 시선이 주변에 머물면서 작업실 내의 미술도구, 길가에서 꺾어온 들풀, 집 주위의 소소한 풍경들이 화면을 채운다. 이는 그가 추구해왔던 추상에 대한 정면 대결 또는 자기모순이 아니라, 추상의 막다른 길에서 더 깊이 발을 들여놓은 숙명의 길이었다.
첫 개인전을 위해 귀국한 1980년대 말 이후부터 2000년 마지막 개인전까지는 “감각의 분할” 시기엔 몇 차례 국내를 오가며 모국의 풍경과 분단현실을 주제로 한 작품이 눈에 띄게 증가한다. 한국의 풍경을 소재로 관습적인 감각의 분할 방식에 이질감을 불러일으키는 회화적인 언어로써 분단, 전통과 단절된 현대성 등 모순된 현실을 재현하면서 이중의 이질감을 만들어냈다.
2000년 중반 40여 년 간의 미국 동부에서의 생활을 마감하고 LA로 거처를 옮기면서 그의 작업은 다시 한 번 전환의 계기를 맞이하며 이를 “미완(未完)의 미학”시기로 구분했다. 캔버스에 캘리포니아의 풍광이 담기면서 이전의 강한 원색은 자취를 감추고 LA의 화창한 하늘과 누런 대지의 색이 주조를 이룬다.

김화백은 나는 “형상과 비형상, 정신과 감각, 자연과 문명, 전통과 현재, 동양과 서양의 이분적인 것을 뛰어 넘으려고 했다. 1+1=2가 아니고 3이 되고 0이 되는 절충이 아닌 제3의 총합이 나와야 된다. 예술에 완성이란 없다. 예술은 하나의 과정이다.”라고 설명했다. “노자의 동양사상, 세잔의 조형성에 대한 이야기에서 대륙을 거쳐 중국에 와 있는 문화의 흐름이 곧 한국으로 넘어올 것이므로 이제 내가 새 것을 찾기보다는 여러분이 찾아야 된다.”며, 때로는 철학적인 강의로 이어졌다. 전시장에서 “내 작품에는 수수께끼 같은 더블 이미지가 많이 숨어있다.”고 말문을 연 98세의 노익장은 1970년 <산악도> 7폭 작품이 안견의 <몽유도원도>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2005년 <인왕산>은 잠시 거주했던 경희궁의 아침 오피스텔에서 남북한 대치상황을 그렸다는 뒷이야기들을 쉼 없이 풀어놓았다.

이번 전시에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현대작가초대전』(1957),『Contemporary Korean Painting』(1958),『세계의 미술가 77인』(1974 김병기 저) 등 6종의 미술자료를 대여하였다. 같은 테이블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동안『서울아트가이드』잡지를 미국에서 고맙게 잘 보고 있다고 하셨다. 12월 7일 미국으로 돌아가셨지만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말씀은 긴 여운을 남겼다.


- 김병기(1916- ) 평양 출생, 일본 가와바타미술학교, 문화학원, 1964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1986, 1987, 1990, 2000 가나화랑 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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