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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단색으로 표현한 인연과 관계의 아름다움, 작가 배상순

김달진



묵단색(墨單色)의 단색주의로 표현한 유기적 형태의 완전 추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과 조합에 대해 탐구해왔으며 2005년, 2008년 VOCA-현대미술의 전망(새로운 평면작가들)선정, 제11회 신세계미술제 수상작가이자 교토에서 16년째 작업하며 활동하고 있는 작가 배상순을 4월 일본 교토에서 만났다.

Q. 작품세계와 주제로 사용되어온 매듭의 의미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부탁합니다. 
A. 두 인간이 가진 유일한 연결 끈으로서의 탯줄이 잘려나가는 순간, 우리는 하나의 개체로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그 잘려나간 탯줄의 분리 고통을 채우고자 우리는 죽는 순간까지 누군가와 매듭지어지기를 바라는 삶을 사는데요. 매듭은 끈으로 이루어지고, 내 작업의 형태는 인체드로잉에서 온 유기적인 몸의 선으로 이루어집니다. 그 선으로 시각화될 수 없는 사람과 사람의 ‘사이의 형태’ 즉 관계(매듭)의 형태를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Q. 목탄에 어떤 매력을 느꼈는지? 앞으로 확장해 가고 싶은 기법은 무엇인가요.
A.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서예를 배우며, 한지에 스며드는 검은 먹물과 자연친화적인 소재로 목탄을 캔버스에 문질러 스며들게 하는 과정에서 소재와의 긴밀함을 느끼고, 겹겹이 쌓이는 목탄의 검은 선과 덩어리의 깊이에 매료되었습니다. 목탄으로 그려진 검은 덩어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깊이를 알 수 없는 ‘관계의 형태’로, ‘보이지 않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을 의미합니다. 목탄이라는 재료를 통해 표현하기 시작한 관계의 형태들은 검은 벨벳 천 위에 축적된 세필 선들로 표현하기도 하고, 검게 먹물을 들인 밧줄들을 늘어뜨리는 설치작업으로도 선보여 왔습니다. 앞으로도 검은색 연구를 통해 다양한 소재를 시도해보고자 하고, 지금은 칠공예의 칠흙 같은 어둠의 색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Q. 교토에서 작업활동을 하시게 된 이유는?
A. 이제 국가적 단위의 문화경제보다 도시적 관점으로 사고를 전환해야 합니다. 그러한 면에서 교토는 한·중·일 아시아 문화의 다양성을 느낄 수 있는 도시이며 시민의 높은 연대의식과 축제로 세계인을 유혹하는 도시입니다. 현대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교토가 가진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어울려 도시 전체의 매력이 예술가들의 감성을 일깨우기에 좋으며, 대도시의 경쟁과 바쁨에서 벗어나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은 것도 하나의 이유입니다. 

Q. 일본에서 본 한국 현대미술의 기대와 방향은?
A. 교토에 있어서인지 한국 전통예술의 위치와 현대미술과의 조화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됩니다. 교토의 많은 전통공예가와 장인들의 작품들은 수준 있는 미술관의 전시를 통해 대우받고, 나날이 좋은 작가군들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7개의 미술대학을 통해 배출되는 교토의 젊은 예술가와 공예가들은 전통예술을 존중하고, 현대적인 사고와 감각을 살려 새로운 작품들이 많이 등장해 새로운 미적 감각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전통공예 작가들과 현대미술이 어우러져 전통의 토대 위에 새로운 감각의 작가와 작품들이 성장할 수 있는 예술 환경 조성을 기대합니다. 

Q. 한국과 일본에서 느끼는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A. 한국에서 유학 온 유학생으로 런던 교환학생으로 선발되었을 때, 우에노모리미술관의 VOCA에 추천되었다고 전혀 모르는 이의 추천장이 두 번이나 날아왔을 때, 결혼해서 두 아이를 낳고 부부가 작품을 하며 생활이 가능한 사회복지 혜택을 받을 때, 지금도 서울이 아니고 런던이 아닌 교토라는 도시에서 그 복지혜택에 받으며 15여 년간 작가 활동을 할 때. 어떤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이런 것에서 느낍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2015년에 시작된 대전문화재단의 지역 리서치 프로젝트를 통해 만난 대전에서 태어난 일본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70대 후반에서 90대 어른들의 ‘관계의 이야기’를 들으며, ‘과거와 소통하며 현재와 연결하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은 짧은 시간이 남았고, 작품 제작은 긴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 배상순(1971- ) 성균관대 미술교육과 졸업, 무사시노미술대학대학원 석사. 영국 로얄컬리지오브아트 교환학생. 도쿄 INAX갤러리, 서울 예맥화랑, 갤러리담, 교토·도쿄 IMURA ART갤러리, 우종미술관 외 다수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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