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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새로움에 대한 갈망과 도전, 이승택

김달진



테이트(TATE)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들로부터도 인정받고 있는 이승택, 그에게는 한국 전위미술가 1세대라는 평이 뒤따른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원로작가 디지털 자료집 제작지원’에 2015년 채택된 바 있고, 조만간 갤러리현대에서 6권의 작가전집도 나올 예정이다. 뉴욕 레비고비갤러리 개인전 이후 JCC미술관 1회 예술상 수상작가로 전시(3.31-5.28)가 진행 중인 그를 만났다.

Q. 최근 이어지고 일정에 대한 소감은?
A. 뉴욕에서의 전시가 성황리에 진행 중이란 소식을 전해 들었다. 연암 박지원의 ‘비슷한 것은 모두 가짜다’라는 말을 젊은 시절에 듣고 지금까지 마음에 새기고 있다. 그 후 ‘비미술’, ‘비조각’으로 작품활동을 지속하다 보니 오랜 무명의 시간을 보냈었다. 최근 외국 평론가들에게 “세계에 없는 독자성”이라는 평을 받아 기쁘다.

Q. ‘실험미술’, ‘전위미술가’라는 외부평가에 대한 생각은?
A. 솔직히 작가와 평론가가 너무 동떨어져 있어 오늘날의 평가에는 흥미가 없다. 미술사에 남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워야 한다. 새로움에 대한 추구로 당장 인정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역사와 미술사는 새로움을 위해 반드시 이해해야 할 부분이다. 나는 미술사를 대학에서 강의한바 있고, 『세계여체조각』(1975)을 집필했다. 그 뒤 미술평론가 방근택의 도움을 받아 『현대조각사-전통과 개혁』(1977)도 편저했다. 그는 『한국현대미술의 진로』(방근택 저, 1969)를 통해 나를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실험정신이 강한 진정한 예술가”라고 평해주었다. 그 평가가 내게 자신감을 주었다.

Q. 최근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나 소재는?
A. 오래 전부터 고정관념을 바꿀 수 있는 것에 대해 관심이 있다. 돗자리를 짜는 기계인 고드레에 매달린 돌을 본적이 있다. 분명 돌은 무거운 것인데, 줄에 감기는 것으로 인해 속성이 변하는 것을 느꼈다. 돌을 줄에 걸어 벽에 거니 물렁물렁해 보이는 것이다. 그 뒤로 고드레 돌을 활용한 작품들을 한바 있다.

Q. 작가로서 지난 활동 중 아쉬움과 보람은?
A. 아쉬운 것은 없다. 다만, 많은 미술가들이 그렇듯 경제적 어려움은 힘든 것이었다. 많은 미술가들이 이로 인해 창작활동을 중단하고, 생업을 위한 전향을 하지 않았나.
내 고향 함경남도 고원군에는 찰흙이 많았다. 국민학교 3학년 때 내 얼굴을 만들었는데 그걸 본 선생님이 깜짝 놀랐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 뒤로 내가 만든 것들이 교장실에 놓이게 되었다. 작품활동 초기에는 손재주와 세계적인 트렌드를 모방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유행이 바뀌면 사라지게 되고, 외국 전문가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기에 그것만으로는 프로가 될 수 없다. 나는 내가 형태적인 것은 몰라도 개념적인 부분에서는 피카소를 앞섰다고 생각한다. 서자 취급, 미술계의 묵살이 오히려 복이 되었다. 명예, 돈, 가족, 건강 모두 이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요즘에 와서는 나는 참 행복한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왼쪽 아래사진이 영정사진(?)이라고 소개했다)

Q. 스스로에게 있어 ‘미술’이란?
A. 근자에 국내 미술시장에서는 이른바 검증된 유명 원로작가들의 재포장 작업에 적극적이다. 세계 경매시장을 통해 가격을 끌어올리는 작업, 매스컴에 자주 등장시켜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는 연예기획사의 수법도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예술은 ‘창조’라 생각했던 20세기의 사상가 테오도르 아도르노는 예술이 창조성을 잃고 돈 버는 수단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바로 그 걱정이 현실이 된지 오래인 것 같다. 현대미술은 고도의 지적 놀이다. 그렇기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개념과 소재, 방법론을 넘어서고, 시대의 흐름을 잘 읽을 수 있도록 돕는 철학과 인문학적 소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 이승택(1932- ) 홍익대 조소과 졸업. 동아미술제 우수상(조각부문, 1978),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2009), 은관문화훈장(2013) 등 수상. 토탈미술관(2004), 성곡미술관(2012) 등 개인전 및 단체전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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