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암 이응노 화백이 타계한 지 28년이 지났지만, 그의 작품 세계는 지금도 전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그 최전선에서 취임 5주년을 맞은 이응노미술관 이지호 관장을 만났다.
Q. 그간 활동 가운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A. 3년 전 ‘130주년 한불상호교류의 해’ 준비를 위해 파리시청과 대전시청 간의 협력 회의를 주선할 때 일입니다. 파리시의 국제문화교류 국장은 “파리시는 서울시와 자매도시로 서로의 우정을 다지고 있습니다만, 대전시와는 위대한 예술가 이응노 화백을 함께 사랑하는 문화예술의 자매도시입니다”라며 인사말을 시작했습니다. 예술의 도시 파리의 행정가다운 멘트였습니다.
Q. 미술관장으로서 가장 보람되었던 일은?
A. 올해 프랑스 국공립미술관에서 두 번의 이응노 회고전이 개최됩니다. 파리시립세르누치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군상의 남자, 이응노’(6.8-9.19)는 프랑스 대표언론『 르 피가로』와『 르 파리지앵』 등에서 아시아 출신의 20세기 대표적인 현대화가 회고전이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이어 퐁피두센터 국립현대미술관 5층에서 이응노 전시(9.19-11.27)가 개최됩니다. 이 화백의 예술성을 전 세계에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Q. 이응노 작품 세계에 대한 세계 무대의 평가는?
A. 프랑스 국제미술평론가협회장 자크 라센느는 1962년 파리 폴파게티화랑 이응노전 서문에 “그의 작품은 분명 내가 지금껏 보아온 가장 독창적이고 수준 높은 작품 중의 하나이며, 우리는 그것의 독특함 앞에서 경이로움과 감탄을 금할 수 없다”라고 평했습니다. 최근 『르 피가로』 등 프랑스 언론에서는 동양의 전통을 살린 문자 추상과 조국의 시대정신을 화폭에 살린 군상 등 동서양의 경계와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시대 권력에 굴복하지 않았다고 이응노 화백의 저항정신과 예술세계를 재평가했습니다. 이미 이 화백 생전에 독일, 스위스, 영국, 미국, 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의 국공립미술관에서 초대전, 회고전, 그룹전이 다수 개최되었고, 그의 주요 작품들도 소장하고 있습니다.
Q. 미술관의 직제와 예산은?
A. 운영 직제는 관장, 운영지원팀(3)과 학예연구팀(5)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안내, 청소, 경비, 차량 지원 등은 용역인력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예연구팀은 학예사 4명, 홍보 1명이며, 학예팀의 업무지원과 파리 이응노아틀리에의 자료정리 및 아카이브 구축에 필요한 전문인력은 기간제 직원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1년 예산은 대전시 출연금 본예산에 약 25억 편성되어 있으며, 젊은 작가 프로젝트의 작가 지원금 등, 시의 출연금 외에 충남도시가스 등 지역기업의 후원을 받아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습니다.
Q. 미술관에서 소장 중인 이응노 대표 작품과 아카이브 현황은?
A. 이응노미술관은 회화, 조각, 판화 등 1,300여 점의 이응노 작품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소장품의 98%는 박인경 명예관장님께서 기증해 주신 것입니다. 이 중 62년경 발표된 콜라주, 67-69년에 제작된 옥중화, 시리즈 작품인 주역 64괘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그리고 작가의 말미를 장식한 대형 군상 작품들이 대표작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아카이브는 1930-2000년대 사이의 국내외 신문기사, 전시자료, 사진 등 약 4,000여 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중 유럽에서 생산된 자료는 이응노 화백의 해외 활동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 자료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우선 이응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외국 국공립미술관부터 순회전을 시작하려 합니다. 8월 말 국제순회전시를 위한 기초 자료가 될 하이라이트 영문판 도록을 제작, 출판했습니다. 한편 유럽에서는 파리동양미술학교의 제자들을 통해 이응노 화백의 화법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그렇지 못 합니다. 따라서 내년부터 고암 화법의 이론과 실기를 내용으로 하는 대전고암아카데미를 신설하려 합니다.
- 이지호(1959- ) 이화여대 서양화과 학사, 프랑스 파리1대학 조형예술학 석·박사 취득.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슈발리에장) 수훈(2009), ‘2014년 박물관·미술관 발전 유공 정부 표창’ 문화관광부장관상 수상(2015). 대전시립미술관장,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팀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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