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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동아미디어센터 아트프로젝트를 진행한 다니엘 뷔렌

김달진

다니엘 뷔렌 ⓒ동아일보 사진부 최혁중 기자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대예술가 다니엘 뷔렌(Daniel BUREN)은 “빛의 궁전”, “색채의 목욕”, “성전의 스테인드글라스”라는 수식과 함께 주목을 받아왔다.
뷔렌은 1966년 에꼴 드 파리로 대변되는 파리의 아카데믹한 예술 동향에 극단적인 반기를 드는 것을 공통 작업요소로 삼는 B.M.P.T 운동을 시작한 4인 중 한 사람으로 회화의 물질적 한계 뿐만 아니라 예술의 정책적 사회적 경계를 모색하는 계기를 갖는다. 단색 줄무늬 띠를 통해 그의 작업은 벽보나 벽화로서의 전환을 시도하는가 하면 이를 입체공간에 적용해 각종 재질을 응용하여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장소특정적 인 시튀(In situ)작업을 제시하게 된다. 그 후 50여년 간 프랑스의 팔레루아얄, 그랑팔레, 루이비통재단미술관, 스트라스부르현대미술관,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베이징 천단공원, 도쿄 긴자식스 등지에서 인 시튀 작업을 선보여왔다. 직접 본 뷔렌의 작품으로는 2005년 2회 요코하마트리엔날레의 부두가에서 본 깃발 설치 작품이 인상에 강하게 남아있다.
지난 서울아트가이드 2012년 6월호 칼럼 <세계미술의 현장>으로 파리 그랑팔레에서 ‘모뉴멘타’ 전시를 진행하고 있던 그의 인터뷰를 게재한 이후 7년 만에 3월 21일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를 만났다. 미세먼지 경보가 끊이질 않던 2019년 서울의 봄을 다채롭게 물들이며 <한국의 색, 인 시튀 작업(Les Couleurs au Matin Calme, travail in situ)>(2019)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이번 작품은 동아미디어센터의 5층부터 20층까지 16개 층을 둘로 나누어 8가지 색으로 창문 979개 위에 작업 되었다. 

Q. 선택한 색의 배열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A. 이번에 사용한 컬러 필름은 투명하지 않지만 외부에 조명이 닿지 않아도 빛을 확산·발산 시키는 점에서 착안하였다. 이번에 선택한 색상은 노랑, 보라, 오렌지, 진빨강, 초록, 터키블루, 파랑, 핑크색으로 내 개인적 색의 감정이나 선호를 피하기 위해 나라마다 알파벳 순서로 배치하는데 이 곳의 고유성을 반영하기 위해 한글 가나다순으로 배치하였다. 
고층 빌딩으로 가득 찬 광화문 일대에 이 작품이 밝은 기운을 불어넣기를 기대한다. 관람객이 없는 상태에선 예술작품이 존재할 수 없다. 관객이 보는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예술작품이 존재한다. 내 작품을 보고 의미를 해석하는 것은 관람자의 몫이다. 2020년 연말까지 많은 이들이 청계천을 거닐며 직접 보고 느끼길 바란다.

Q. 베네치아비엔날레에 11회나 참여한 약력이 있는데?
A. 나는 작가를 경쟁시키는 시상제도에 반대하는 사람으로, 실제로 이러한 움직임으로 인해 1968년엔 시상제도가 폐지된 바 있다. 제도가 부활한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프랑스 국가관 전시에 참여하여 1986년 황금사자상을 받게 되었지만, 이 제도를 여전히 반대한다. 작가들을 경쟁시키고 미술시장이 배후에 있는 이런 체제보다 더 나은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Q. 한국의 현대미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A. 한국은 30년 전 첫 방문 때와 비교하여 같은 도시라고 실감할 수 없을 만큼 급격히 변화한 서울에 대하여 강한 인상을 받았다. 백남준, 이우환과 같은 작가를 잘 알고 있으며, 젊은 작가들이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
81세 거장 다니엘 뷔렌은 어려운 현대미술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물었던 질문에 피카소의 일화를 인용한 바 있다. 누군가 피카소에게 그의 작품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자 피카소는 중국어를 배우지 않고 어떻게 중국인과 대화할 수 있느냐고 대답했다며 뷔렌은 마찬가지로 예술과 대화하려면, 최소한 어느 정도는 시간을 들여서 예술을 배워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2019년 동아미디어센터를 통해 선보인 그의 신작은 8가지 색채를 통해 작품과 마주한 모든 관람객에게 그리 멀지 않게 와 닿는 감동을 자아낼 수 있을 것 같다. 


- 다니엘 뷔렌(1938- ) 프랑스국립응용예술공예학교 졸업. 1960년대 BMPT설립. 1972, 1977, 1982 카셀도큐멘타 참여. 2002년 파리 퐁피두센터, 2005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회고전. 2007년 다카마스노미야 전하 기념 세계문화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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