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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2020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이건수 총감독

김달진



이낙연 국무총리가 남도문화의 르네상스를 추진하던 전남도지사 시절 창설된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에 『월간미술』 편집장과 경희대 미술대학 겸임교수, 2014 부산비엔날레 특별전 전시감독을 역임한 이건수 씨가 2회 총감독으로 선임되었다.

Q. 주제는 어떻게 선택되었나?
A. 맨 처음 생각한 주제는 ‘천천히 스며드는 것-자생과 재생의 수묵’이었다. 수묵문화를 천천히 우리 삶 속에 스며들게 한다는 의미였고, 안도현의 <스며드는 것>이라는 시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은유적 표현에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고 결국 ‘오채찬란 모노크롬-생동하는 수묵의 새로운 출발’로 정했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수묵의 재료적 한계를 극복하고 채색화, 설치미술까지 수용하여 다채롭고 버라이어티한 수묵의 생동감을 보여주고 싶다. 오채(五彩)가 먹 속에 들어 있다는 옛말을 따라 다양한 예술 장르 속에 숨어 있는 수묵정신을 재해석할 예정이다. 모노크롬은 수묵의 또 다른 번역어로서, 현재 많이 얘기되고 있는 우리 단색화의 기원에 대한 재고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Q.참여작가 선정 일정 등 앞으로의 진행 로드맵은?
A. 올 연말까지 각 전시테마를 중심으로 8명의 큐레이터를 선임하고, 전체적인 조망 아래 국내외 160여 명의 작가를 내년 초 선정하여 주제에 맞게 대작으로 새로 제작을 요구할 계획이다. 지난 비엔날레보다 작가 수가 조금 줄었는데 ‘선택과 집중’을 통한 수묵 중심의 한국현대미술 리세팅(Resetting)을 기대한다.  

Q. 전라남도와 지역미술계와의 협조는 어떻게 구축되는가?
A. 목포와 진도에서 비엔날레가 개최되고, 주변의 신안, 무안, 함평, 해남, 강진 등 전라 서부권을 중심으로 특별전이나 기념전을 열 계획이다. 지역 22개의 시 군과 협조하에 전남의 지역문화적 우수성을 결집하는 비엔날레를 구상했다. ‘남도의 맥’이라는 주제로 공재로부터 소치, 의재, 그리고 이 시대에 이르는 남도수묵의 전통을 개괄하는 전시도 포함된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크게 달라진 부분은 목포 원도심과 근대역사문화거리를 특별전시구역으로 포함한다. 지역주민의 참여와 함께 도시재생의 비엔날레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Q. 목포와 진도에 펼쳐져 타지에서 방문하여 하루 만에 둘러보기 어려운 동선인데?
A. 이번에 또 한편 역점을 두고 있는 ‘생활 속의 수묵전’을 진도에 유치할 예정이다. 우리 시대의 의식주에 녹아들 수 있는 수묵의 가능성을 모색해보는 전시로서 우리그릇, 우리옷, 우리가구와 인테리어 등 수묵이 곧 생활이라는 모델을 제시하고 싶다. 그래서 수묵달빛콘서트, 수묵별빛패션쇼도 진도의 운림산방에서 개최하여 관람객의 동선을 이끌겠다.

Q. 전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
A. 세계미술의 못자리를 만드는 심정으로 좋은 모를 심어 미래의 좋은 스타작가를 탄생시키는 비엔날레를 만들고 싶다. 바깥에서 수입된 미의식과 미적 가치에서 비롯되는 생산구조가 아닌, 우리의 근본과 미학에 대한 엄중한 재해석이 필요하다. 비엔날레라는 축제적 산만성 때문에 어려움도 있겠지만 이제 자생적이고 역사적인 실체로서의 미술을 우리가 제시할 시기이다. 그러기 위해선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 여태껏 대접만 받으려 하고 자기 살기에 급급했다. 지역이건 기득권이건 다 떠나서 우리는 다음 세대들이 우리의 등을 밟고 일어설 수 있게 고개 숙여야 한다. 새로운 모판 만드는 심정으로 이번 비엔날레에 임하겠다.
   
Q. 이건수 감독에게 수묵이란?
A. 직헌 선생(직헌 허달재, 1952- )에게 들었다. 서양은 측량하고 해부하는 세계라면 우리는 헤아릴 수 없고 하나가 되려 하는 세계라고. 밀리미터로 셀 수 없고, 밀리그램으로 잴 수 없는 그 깊은 정신의 세계가 우리가 추구했던 세계이다. 수묵은 보이지 않는 그림이다. 정신성을 포기하지 않고 육체적으로도 오랜 수련과 수행으로 도달한 예도의 경지를 보이는 것이 진정한 예술의 가치였다. 예술성과 대중성, 국제성과 지역성, 현대성과 전통성 이 대립적인 요소들을 잘 조율하는 것이 이번 비엔날레의 관심사다. 차별화된 비엔날레를 만들 것이다.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와 똑같은 비엔날레를 목포에서 또 열 필요 없다.


- 이건수(1965- ) 서울대학원 미학과 석사. 『월간미술』 편집장, 경희대 겸임교수, 2014부산비엔날레 특별전 큐레이터 역임. 『혼을 구하다』(컬처북스, 2010), 『미술의 피부』(북노마드, 2017) 등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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