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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인도에서 활동하는 독립큐레이터 송인상

김달진

코로나 범유행으로 전 세계를 하나로 묶어오던 국제협력이 흔들리는 가운데 ‘제주, 아시아를 그리다(7.17-8.31, 제주세계유산본부)’에서 주인도한국문화원 전 예술감독 송인상 씨를 만났다. 인도와 한국 간 미술교류의 첨단에 서 있는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 시대의 단면을 살펴보았다.



송인상 독립큐레이터


Q. 기획자로서 인도에서 해온 일을 듣고 싶다 
인도 미술과 인연은 2006년 예술의전당의 한국-인도현대미술전 <혼성풍>을 기획하면서 시작되었다. 그 이후 2010년부터 인도에 들어가서 전시 기획자로 활동해 왔다. 돌이켜보니 지난 십여 년 동안 16회의 전시회를 큐레이팅 했다. 처음에는 주로 한국미술을 인도에 소개하는 데 주력했으나 차츰 현지의 공공기관과 협업하며 한국과 인도작가들의 교류전시에 주력했다. 현지에서 주목 받았던 전시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기금을 받아 기획했던 <핑크시티 아트 프로젝트, 2011, 자이푸르아트센타(JKK), 자이푸르>, <동방의 등불, 2010, 국립미술아카데미(Lalit Kala Akademi), 첸나이>가 있고, 주인도 한국문화원 예술감독으로서 기획했던 한인도 수교 40주년 기념전 <AMMUA, UMMA, 2013, India Intenational Center, 델리>, 델리국립박물관의 <한국의 선불교와 달마, 2014>전, 주인도 한국문화원 개관기념전 <Moving Korea, 2015> 등이 있다. 국내에 인도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도 여러 차례 기획하고 관여했다. 그 가운데 국제 아트페어, 갤러리의 초대를 받아 기획했던 '인도현대미술전'과 '인도민화특별전' 등이 있다. 아시아프(ASYAAF, 조선일보 주최)에도 1회 전시부터 14회인 올해까지 매년 인도작가를 추천해왔다. 최근에는 제주에서 열린 <제주, 아시아를 그리다, 2020. 7.17-8.30, 세계자연유산센타>에 남아시아 코디네이터로 참여해서 인도와 스리랑카 미술을 제주에 선보였다. 현재는 인도에서 '부족 미술과 민화( tribal and folk art)에 대한 국제전시'를 기획, 추진하고 있다.

Q. 한국과 인도의 미술을 포함한 문화교류활동은 어떠한가?
주인도 한국문화원 개원(2012년, 델리)은 한국과 인도의 문화교류에 큰 전환을 가져왔다. 개원 이후 한국과 인도를 잇는 다양한 전시, 공연, 한국어강좌, 국악강습 등을 활발하게 전개한 결과 델리의 핫한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요즘은 코로나 19로 잠시 멈춰선 상태다. 지난 몇 년간 문화원이 활동 중에서 미술 관련 몇 가지 사례를 보면 델리의 국립현대미술관, 국립박물관 등과 협업하여 한국미술기획전을 선보였고, 인도 국제아트페어의 비상업 부스에 참가하여 한국 작가들을 매년 인도의 미술시장에 알렸다. 공연활동으로는 케이팝 경연대회를 개최 인도에 한류의 불을 지펴왔다. 지난 5월에 제 9회 케이팝 경연대회 예선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는데 인도 전역에서 1348명이 참가했을 정도로 그 열기가 뜨거웠다. 케이팝 붐에 힘입어 인도에서의 한류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남인도에서의 인코센타(InKo centre) 활동도 주목해 볼만하다. 현대자동차와 인도기업 TVS가 첸나이에 공동 설립한 인코센타는 2006년 개원하여 근 십오 년 간 전시, 공연, 영화, 연극, 강좌, 레지던스 등을 통해서 한국과 남 인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그 가운데 십 년 넘게 운영해 온 서예강좌는 인도에서 유일하며, 한지주제의 국제미술전, 한국과 인도를 오가며 개최했던 한-인도 연극 공동 제작, 한-인도 도자기 작가 레지던시와 전시 등은 두 나라 협력 사업으로 관심을 모았다. 민간 단체 차원의 교류도 활발한데 '한국 인도 현대미술교류회'가 지난 20년간 지속적으로 한국과 인도를 번갈아 가며 캠프와 전시를 진행해오고 있고 '한국화여성작가회'도 지난 수 년간 인도에 작가를 보내 레지던스와 전시를 진행했다.

Q. 국제 미술계에서 인도 출신 작가는 어떠한가?
지난 십 수년간 국제 미술계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인도작가로는 아마도 영국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와, 인도 현대미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수보드 굽타(Subodh Gupta), 수년 전에 작고했지만 인도의 피카소라 칭했던 후세인(M. F. Husain)정도가 아닐까 한다. 물론 이들 외에도 지티스 칼라트(Jitish Kallat), 아툴 도디아(Atul Dodiya), 실파 굽타(shilpa gupta), 바띠 게르(Bharti Kher), 자간나스 판다(Jagannath Panda) 등이 국제 무대에서 선전하는 인도작가다. 미술 시장을 기준으로 보면 가이톤데(V. S. Gaitonde), 타브 메타(Tyeb Mehta), 부팬 가카(Bhupen Khakhar) 등 작고 작가들이 현역 작가보다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뉴미디어 작업을 하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미국과 유럽 등 국제무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Q, 인도국제아트페어를 비롯한 인도 미술시장의 성장세는?
인도에서 본격적인 국제 아트페어는 2008년에 델리에서 시작되었다. 매년 1월말과 2월 초 사이에 참여 갤러리 50~100개로 비교적 적은 규모 지만 세계 유명 갤러리들과 비영리 기관인 공공미술관, 외국 문화원 등이 함께하여 공공성 확장과 더불어 수준이 높다는 평가다. 현재 인도에서 코친 비엔날레와 함께 가장 큰 미술축제로 불린다. 이런 세평과는 달리 국제적인 미술시장의 장기 침체, 인도 경제성장의 둔화 등이 겹쳐 이 아트페어를 포함한 인도 미술시장은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한 때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스위스의 아트 바젤이 이 인도 아트페어의 지분을 60%를 사들이면서 인수설이 나왔으나 지난해에 지분을 모두 팔고 인도에서 철수하였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직 인도 미술시장이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2000년 대 초반 한 때 인도 미술이 국제 미술시장에서 인기가 높아 인도의 미술 시장도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그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고 침체는 지금까지 이어졌다. 코로나로 인해서 당분간 침체 기간은 더 지속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 대국에 젊은 인구의 높은 비중,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 풍부한 작가 층 등 인도 미술 시장은 여전히 포스트 중국으로서 잠재력이 충분하다.  

Q. 한국과 인도의 문화예술정책을 비교한다면? 
인도 미술의 핵심 기관은 중앙정부 직속의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미술아카데미(Lalit Kala Akademi)다. 지역에 분관이 각각 2개(국립현대미술관), 5개(국립미술아카데미)가 있으며 여기서는 두 기관의 역할에 대해서만 간단히 설명하려고 한다. 현대미술관은 인도의 근-현대미술의 소장품 상설전시와 국내외 기획전을 주 업무로 한다. 주로 작고 및 원로 또는 국내외 유명작가전과 특별기획전이 주를 이룬다. 우리나라 국립현대미술관과 유사하다. 국립미술아카데미는 국가의 시각 예술 진흥을 주관하는 기관으로 한국에 견주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립창작스튜디오(국립현대미술관 소속), 예술의전당 미술관이 하나로 합친 것 같은 모양새다. 핵심 기능으로는 시각 예술가 지원, 국전(국가주도의 공모전) 개최, 창작스튜디오 운영, 아티스트 캠프(단기 레지던스), 델리 트리엔날레와 판화비엔날레 등 주최, 전시장 대관 등이다. 이 중 시각 예술가 지원제도를 보면, 21-35세에 해당하는 작가 중에서 매년 40여 명을 선발하며 매달 약 17만원씩 1년간 지급한다. 이 정도의 적은 금액은 인도에서도 작품 재료비에 못 미치지만, 높은 경쟁률을 통과해야 지원받는다. 인도의 많은 작가 수에 비해 턱없이 적은 규모다. 대신 주정부의 문화기관과 개인 재단의 작가지원 프로그램들이 중앙정부의 부족분을 일부 보충해 준다. 

Q. 카스트 폐지 후에도 외신에서 계급에 관련된 사연을 접하게 되는데 미술계에도 영향이 있는지?
카스트 전통은 힌두교 의례에 따라 인도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으며 인도인들의 의식에 관여하고 때론 지배한다. 인도 정부는 카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차별을 금지하면서 쿼터제를 도입, 오히려 낮은 카스트 출신이 학교 입학이나 사회진출에 플러스 요인을 만들어 주고 있으나 힌두교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인도에서 카스트의 위계가 없어지기 쉽지 않다. 카스트는 힌두교의 핵심 교리이기 때문이다. 다만 신분 계층이 경제력으로 재편되는 사회 변화 속에서 카스트의 벽을 서서히 낮아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미술계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서 인도의 가장 대중적인 전통 그림인 마두바니 페인팅 작가가 낮은 카스트라면 신이나 인간을 그릴 수 없었다. 힌두교 전통에서 브라만이나 크샤트리아와 같이 상위 카스트만이 신이나 인간을 그리도록 허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힌두신을 기리는 관습에 기원을 둔 이 전통 그림이 돈벌이가 되고 미술시장에서 각광을 받자 그러한 관습은 무시되고 있다. 현대미술에서도 달리트(불가천촉민)출신 작가들의 주도하에 탈 식민지와 유사한 이슈로 탈 카스트를 내세워 작가들과 연대하면서 사회 운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 송인상(1959- ) 독립큐레이터. 중앙대 예술학전공 석사. 성균관대 예술철학 박사과정 수료. 예술의전당 공채 1기 미술관 큐레이터, 주인도한국문화원 예술감독(2012-2016) 역임.

* 9월호 지면에는 인터뷰 요약본이 게재되었으며, 온라인에는 인터뷰 전문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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