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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욕망을 투영한 기계를 통해 인류를 비춰보는 최우람

김달진

최우람 작가 ⓒ 사진 정지현, 제공 MMCA


조각을 전공한 키네틱 예술가이지만 작품에 라틴어 학명을 붙이고 사연과 생명을 불어넣는 이야기꾼이기도 한 기계생명체의 창조자라고 하면 어렵지 않게 그를 떠올릴 수 있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동료들과 함께 조용히 탄생시킨 작품을 10년 만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선보이는 최우람 작가를 만나보았다.

Q. 국립대만미술관 전시 후 5년 만의 개인전을 준비한 소회는?
A. 관객과 소통이 단절된 기간이 길었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그 시간동안 나 스스로의 본질에 다가가는 계기가 되었다. 신작을 진행하며 숙고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자 생각의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내면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응축된 전시에 대한 욕구와 견고해진 관점이 이번 전시로 한 번에 터져 나온 것 같다. 

Q. <작은방주>는 현대인이 가진 일상의 굴레가 부조리극으로 표현되는데 더 자세한 의도를 듣고 싶다
A. 우리의 끝없는 욕망이 반복한 역사를 3자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기술이 발달하고 사회 시스템이 정교해져도 변하지 않는 인류의 사고와 상상은 테크놀로지라는 실체적 힘을 통해 새로운 욕망으로 번지고 증폭된다. 정보 과잉의 초연결사회에서는  욕망조차 누구의 것인지 불분명하고, 기술의 진보가 모든 해결책이 아니라는 사실도 자명해졌다. 핵전쟁으로부터 나를 구원해줄 로봇을 그리던 7살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세계는 전쟁 중이고 완전히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다. 역사적 관점에서 이렇게 반복되는 문명의 창조와 파괴, 삶과 죽음이라는 큰 순환에 대하여 질문하고자 했다.

Q. 우리 조각계에서 독특한 작품 세계를 열면서 ‘청계천’을 스승으로 표현했는데?
A. 대학 3학년 때 기계로 퍼포먼스를 펼치는 조각을 만들기 위해 스케치를 들고 청계천을 찾은 이후 그곳에서 많은 걸 배웠다. 1991년쯤엔 학교에선 배울 수 없는 기계에 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청계천의 작은 공장들이었다. 그랬던 청계천 골목을 오랜만에 찾으니 재개발로 골목입구를 가로막은 철판 위에 이산가족에게 연락처를 알리듯 멀리 떠나버린 가게의 전화번호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자본에 떠 밀려 청계천에서 사라져가는 작은 공장들을 보면 지난 시절이 그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Q. 이번 서울관 전시에는 다양한 협력이 있는데 어떤 부분이 있나
A. <원탁>의 시스템 제어는 로봇공학 전문가 한재권 박사와 에이로봇팀이, <작은 방주>의 날개 연출과 사운드는 이이언 음악가와 협업했다. 전공자는 아니나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으로 그간 혼자 설계를 해결해왔는데, 이번 작품은 전례 없이 복잡하고 많은 부품으로 동작하는 데다 테스트 기간도 촉박하여 현대로보틱스의 로봇 엔지니어에게 동역학적 계산이 필요한 부분을 조언 받았다. 재미있었던 건 새로운 기계를 만드는 일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작용해 전문가조차 수많은 시행착오의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작업 방향에 따라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실현할 수 없었거나 상상만 하는 작품도 어떤 인연으로 현실화될지 기대된다.

Q. 30년 간의 작업방식이 많이 바뀌었을 텐데 가장 변화된 건?
A. 1980년대 말엔 모눈종이에 자와 컴퍼스로 설계 했으나 90년대 중반엔 컴퓨터 2D(평면) 도면을 사용했고, 몇 년 후엔 3D를 배워 3차원으로 설계 했다. 이제 어떤 세부 부품은 종이를 거치지 않고 데이터로 공장에 보내지고, 실물 부품이 되어 작업실로 배달 온다. 최근의 큰 변화는 설계에 VR(가상현실)활용이다. 4-5년전 처음 VR을 사용했을 때는 제한이 컸지만 이번 전시에는 MMCA의 가상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작품의 형태와 동작을 만들고, 서 있는 관객의 입장에서 모든 작품을 미리 시뮬레이션 해본 다음 설계로 넘어갔다. 상상과 현실의 간극이 점점 좁아진다. 그건 우리의 욕망이 손에 잡히는 실물이 되는 과정이 단축되는 것이고, 사회적 안전망이 따라갈 틈도 없이 확장되는 기술의 진보 속에 욕망만 앞서 가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두려워 하는 한 사람이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편리함에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다.


- 최우람(1970- ) 중앙대 조소과, 동 대학원 졸업.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 미국 뉴욕 아시아소사이어티미술관, 호주 퍼스 존 커틴 갤러리, 타이완 타이중 국립대만미술관 개인전 개최. 2009 김세중 조각상 청년조각 부문, 2006 문광부 오늘의 젊은 미술가상, 제1회 포스코스틸아트어워드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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