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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미국현대미술전을 기획한 아이리스 문

김달진

내가 만난 미술인(55)


Q. 일본, 영국, 미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미술 공부를 했는데, 어떤 도움이 되었나?
A. 미술과 더불어 각 나라의 문화를 장기간씩 살면서 직접 경험했다는 것에 크게 감사한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떠나서 할 수 없는 일이 미술문화계의 기획인 만큼 다양한 문화권의 전통과 풍습, 그리고 일상의 풍경을 통해 그 나라 사람들의 성향이나 정서를 체험하고 공유했다는 것은 각 나라의 오리지널 아트를 보며 배울 수 있었다는 것보다 더 큰 혜득이라 생각된다. 가장 큰 배움이자 도움은 타문화권의 포지션에서 모든 일을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정서가 일찍 발달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불편과 희생을 초래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어딜 가도 늘 편안하다.

Q. 최근에 어떤 전시 기획을 했나?
A. 지난 9월부터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현대미술전(American Chambers _ Post 90s American Art, 9.8-11.27)’을 기획했다. 미국미술의 주체이자 현대미술의 주를 이루는 3가지 주제, ‘Unfogettable’, ‘Scapes’, ‘Acts’를 표현하고자 했다. 미국의 일상, 역사, 기억, 사회. 환경 등을 회화, 판화, 오브제, 몸, 액션 등 자신만의 시각 언어를 표현하는 90년대 이후의 미국현대미술을 보여주는 전시다. 30대에서부터 80대까지 아우르는 30명의 미국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앤디 워홀, 브루스 나우먼, 로버트 라우셴버그, 리챠드 세라와 같이 유명한 대가들과 그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데보라 캐스, 트레이시 튤리어스, 매튜 데이젝슨, 아스야 레즈노코브를 함께 보여주면서 미국 작가들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지탱하고, 무엇을 보충시키며 무엇을 전복시키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소통하고 도전하며 늘 현재 진행형의 역사를 만들어나간다는 뜻을 전하고 싶었다.
그리고 10월과 11월에 런던과 뉴욕 한국문화원에서 연속으로 열리는 NYLON 전시의 기획자문과 도록 에세이를 담당했다. 박제성, 신미경, 진신, 홍범으로 구성된 그룹전으로 런던과 뉴욕에서 주로 활동하는 신진작가들을 소개하는 전시다. 미술의 최전방이라 불리우는 두 도시에서 한국현대미술작가들을 홍보한다는 것이 큰 의미로 남는 이 전시에서는 글로벌시대에 사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과연 한국태생일라는 피할 수 없는 공통점이 그들의 삶과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를 보고저하였다.
또 한 10월 25일에는 뉴욕의 만하탄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타임즈 스퀘어에서 재독 사진작가 천경우의 퍼모먼스 프로젝트 Versus를 소개한다. 하루에 약 3십5만명이 관객이 몰려드는 중심부인만큼 기대가 큰 행사였다. Versus 는 화려하고 요란한 도심에서 모르는 남에게 기대어 눈을 감고 15분간 있어야하는 매우 조용해보이지만 인텐스한 퍼포먼스다. 남에게 기댄다는 것이 어디까지가 기쁨가 안위이고 어디서부터 불현함과 부담이 되는지 그 미묘하고 신비로운 그러나 필수불가결한 관계의 전제조건에 관한 것이라할까.

<Q. 가장 보람 있는 기획은 무엇이었나?
A. 전시를 개념화 하는 순간부터 진행과정 모두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보람있지 않은 것이 없다. 특히 난이도가 많은 기획은 더 보람도 있다. 하나만 고르라 하면 2010년 포항시립미술관에서 개최한 백남준 특별 기획전 Teletopia 가 하겠다. 이유는 작업의 양도 풍요로왔고, 작업의 리딩을 성의껏 했기 때문이다. 백남준 선생님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면 정말 보람있다. 그 전시 과정을 통해 더 많은 소장가들을 알게 되어 새로운 작업들을 많이 연구하게 됐다. 그 결과로 지금은 250점이 넘는 백남준 작업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작업인지 어디서 제작되었는지 다 외우게 되었다. 누가 무조건 외우라고 한다고 외워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그야말로 일한 것의 대가 혹은 보람이란 말을 감히 할 수 있는 것 같다.

Q. 뉴욕에서 큐레이터를 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A. 흠... 뉴욕에서 살면 된다. ^^;;
뉴욕에서 큐레이터를 하는 것은 다른 여느 곳에서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요즘은 영어가 필수조건이기 때문에 그것은 더 이상 뉴욕을 위한 특별한 준비라 할 수 없다. 만일 꼭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왜 큐레이터로 일해야 하는지에 대한 신념과 꿈이 확실해야 하고, 크리티컬하고 치열한 미술계에서 살아남을 담력과 인내심을 기르는 것이 일순이다. 누가 뭐라하면 기분상하고 얼굴이 붉어지는가? 그러면 안된다. 붉은 얼굴을 하고서라도 끝까지 자기의 입장과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뉴욕은 그 자체로 다양성과 복합성의 결정체이고 그렇기에 변화무쌍한 주변 환경에 좌우, 의존되거나 복종되기 쉬운 곳이다. 그러다보면 세월이 무참하게 가버린다. 치열한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갖되, 늘 돌발상황에 대처할 준비를 하면 될 것 같다. 학업을 통한 미술사적 지식과 미술분석의 능력, 전시 관람을 통한 기획내공쌓기와 같은 것은 당연히 기본 조건일 뿐이다.


Q 교포, 유학생 등 한국인 큐레이터가 활동하기에 뉴욕은 차별이 있는가?
A ‘차별’이란 말은 너무 방어적이자 시대에 걸맞지 않는 말로 들린다. 뉴욕이 차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배경이아니라 능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경적인 카테고리를 분리하여 논하기에 앞서 개인적인 능력의 차이나 한계를 분석하는 것이 더 옳지 않을까싶다. 일에 따른 테스크적인 것들 외에도 여기에 함축되어 있는 “능력”은 뉴욕인들, 혹은 세계인들과 감성적인 유대감을 형성하고 교감할 수 있는가로부터 시작해서 최고들이 몰려있는 곳에서의 경쟁적인 구도를 어떤 개인기로 극복할 수 있는가라는 것까지, 다양하게 풀어내야 할 의미라고 본다. 궂이 활동하는데 차별되는 요소를 꼽으라하면 다른 곳에서 일을 하더라도 뉴욕 아트 씬에서 일을 하고저 한다면 뉴욕 문화인들의 이목에서 멀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Q 뉴욕의 미술인들은 한국 현대 미술의 정체성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A 한국 현대 미술작가론을 많이 쓰거나 접한 몇몇의 핵심 비평가들에 의하면 대부분의 한국현대미술은 종교적 오리엔테이션과 관계없이 불교사상과 문화습관에 뿌리를 두고 있어 서양인들과는 다른 세계관과 작업관을 갖고 있다한다. 그러나 일반 뉴욕커들은 한국 현대미술을 그리 깊이 알지 못한다. 아직도 백남준, 이우환, 서도호, 니키리, 김수자정도를 알고 있을 뿐이다.

Q 한국 예술가가 뉴욕에서 활동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A 우선 좋은 작업을 해야 한다. 작가로서의 원칙을 지키며 한국에서 활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준비하면 된다. 한국이 외려 더 치열한 부분도 많기 때문에 그렇게 준비하면 뉴욕에서는 외려 쉬워질 수 있다. 단, 소통은 작품으로 한다는 것이 최고의 원칙이다. 그리고는 준비는 계산된 작업 시간이나 가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로 살면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누릴 것인가를 정하고, 타인과의 소통을 위한 최대의 매체로서 작품을 하며, 라이프 스타일로서 작가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 준비라는 말이다.

Q FAZI는 무슨 회사인가?
A free art zone international 의 준말인 fazi 는 큐레토리얼 오피스이다. 큐레이팅 팀원들이 함께 생각하고 준비하고 전시하고 정산하는 작업을 한다. 흔히들 영리 사업체로서의 기획사라고도 인식하지만, 우리는 왠지 사업체라기보다는 ‘창작발전소’ 에 가까운 집단이다. 세금문제를 해결하고 후원금을 받기 위해 회사를 만들었지만, 그 때 그때 프로젝트 베이스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자유를 상징하는 의미의 free인데 공짜를 상징하는 free 같아서 팀원들에게 미안할때가 많다. 우리는 뉴욕에서 말하는 비영리단체같은 자유 공동체라는 것이 더 옳다. 환상적인 팀워크와 스피릿을 자랑한다.

Q 뉴욕의 미술 업무 환경과 서울의 미술 업무 환경 중에서 장단점은 무엇인가?
A (아. 너무 길어질까두렵습니다. 그리고 너무 제네럴해요.)
개인적으로 뉴욕 업무 환경은 매우 조용하고 은밀한 사유의 공간과 같다. 간섭이 없고 개인시간이 존중되기 때문에 기획의 개념화나 글을 쓰기에 좋다. 한국에서는 기획을 함께 주최하는 기관에 따라 환경이 좌우되지만 보편적으로 공적이고 다소 경직된 분위기에서 일하게 된다. 그래서 독립기관인 fazi 큐레토리얼 팀의 분위기를 밝고 자유롭게 만드는 데 전력을 기우린다. 한국이나 중국등 뉴욕이 아닌 곳에서 일하는 환경은 주로 합숙소 같은 느낌으로 까다로운 공립기관과 일하더라도 우리 팀원들이 한마음이 되어 함께 즐기고, 격려하고, 위로해서 환경을 완화시킨다. 하루 3끼씩 함께 먹으며 14시간씩 일하다보면 식구같이 되지 않을 수 없다.

Q 한국 현대 미술이 미국과 세련되게 교류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A 서로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전 연구를 통해 문화적으로 중요하고 의미있는 컨텐츠는 물론이고 넉넉한 전시 예산과 준비기간, 그리고 미국 혹은 한국의 현지 상황을 충분히 경험으로 이해하고 있는 리더와 그와 호흡이 잘 맞는 소프트웨어에 강한 팀이 조직을 이루고 있어야한다. 현지 환경을 잘 알아야 쓸데없는 소비를 줄 일수 있고 현지의 업체들이나 관련 스폰서등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략이 있어야 하고, 소통이 되는 교류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Q 기획자로서 가장 하고싶은 기획은 무엇인가?
A 기획 욕심이 많다. 한국, 중국, 일본, 영국, 미국에서 해보고 싶은 기획이 다 따로 따로 있다. 뉴욕에서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지금은 없어졌지만 2007년 시작되었을 때 공동디렉터를 맡아 일했던 뉴욕 아시아 현대 미술 아트 페어( ACAF)를 한국과 중국의 국가적인 서포트를 받아 살려 내고 싶고, 또 한가지의 누설할 수 없는 기획이 있다. ^^ 한국에서 하고 싶은 것을 아주 조금만 얘기한다면 국제적인 퍼블릭 아트 프로젝트 비엔날레를 열어보고 싶다. 도심지나 지방을 막론하고 사람이 붐비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미술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기획이다. 서울시 광화문이나 천안문 광장, 광주의 뉴 아시안 허브같은 곳에 시민들과 함께 할 공공미술, 즉 생활 속의 활력소가 되어 줄 프로젝트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퍼블릭 프로젝트가 너무 무겁고 정형화되어있음을 보고 창안해 낸 것이다. 쉼의 장소 그리고 재미난 장소를 만들어줄 프로젝트가 너무 많은데 말이다. 하이테크와 사람이 만나는 공간에 있으면 더욱 좋을 그런 프로젝트들을 얘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지금 내가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인물사진>
아이리스 문인희(1967~)

아이리스 문인희는 영국 크리스티에서 미술행정( MS), 코토드 인스티튜트에서 20세기미술사( PG.DIP), 그리고 골드스미스에서 미술사 및 시각문화비평( MA)로 각각 학위를 받았다.
런던 로얄아카데미 소사이티로부터 20세기 미술 전문가 자격을 갖고 있으며, 졸업후 런던의INIVA( ARCHHIVIST), TATE MOMA ( OFFICIAL LECTURER) 에서 또 뉴욕의 현대 미술관인 뉴-뮤지움( The New Museum of Contemporary Art) 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이화여대 학생들의 하계연수를 런던에서 담당해왔고, 뉴욕 파슨스 대학과 SVA ( School of Visual Arts), CNR ( College of New Rochelle) 에서 미술사 강의를 하였으며 월간미술, 아트인커쳐, 아트인아시아, 아트 아시아 패시픽( AAP), 아트인 아메리카 ( Art in America), 이슈 등 국내외 미술 잡지에서 리뷰와 비평문을 써왔다.

기획한 전시로는 영은미술관 개관 특별 국제 기획전< Double Space, 2000>, 뉴욕 White Box 전 <8 Korean Artists, 2006>, 서울 이화여대 국제 미디어 전 , 뉴욕 한국문화원전 < Moving Time: Nam June Paik and 30 International video Artists, 2006>, 뉴욕 NARS Foundation 개관전 < Pipe Lines, 2007>, LA < Freewaves Media Biennale 2007>, 북경 다산즈 아트페어 스페이스 디에이 특별전 < Beauty, Desire and Evanescence, 2007>, 서울 KBS 80 주년 특별 기념 전< Nam June Paik: Rhapsody in Video, 2007>, 뉴욕 하몬드 미술관 50주년 기념 전< Incarnation>, 뉴욕 한국문화원 추모전 < Nam June Paik: Intimate and Meditative Works by the Master, 2008>, 아트마이아미 바젤 소더비 만다린 오리엔탈 아시아 현대미술의 대가 30명, 그리고 싱가폴 아트페어 특별전시등외 다수 있다. 2009년 2월에 주중 한국 문화원에서 열린 한중몽 기획전 <존재의 조건: 지금 이시간> 과 중국 북경 중앙미술원 (Central Academy of Fine Arts) 미술관에서 진행된 ( 4/4-5/3) 백남준 개인전을 기획했다. 2009년부터는 뉴욕 하몬드 미술관 보드멤버와 홍콩 소버레인 재단 그리고 뉴욕 한국문화원에서 기획 자문을 하고 있다. 2009년에 홍콩 선다람 타골에서 김준 개인전을, 2010년에 인천광역시 트라이-볼에서 <세계인 백남준 세계도시 인천>과 포항 시립미술관에서 <텔레토피아- 드로잉에서 레이져까지>를 기획했다.
2011년에 들어서는 9월에 경남도립미술관 미국현대미술전, American Chambers: Post 90s American Art를 오픈하였고 현재 10-11월에 런던과 뉴욕에서 열리는 NYLON 전시에 기획자문을 하며 도록 에세이를 썼으며, 10/25일 타임즈 스퀘어 퍼블릭 프로젝트와 함께 재독작가 천경우의 퍼포먼스 “Versus by Kyungwoo Chun' 을 뉴욕 만하탄에서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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