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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한지와 멍석과 떡살의 기억

박철

Fortune 13-10, 140×140cm, Korean Traditional Paper, Natural dyes, 2013


나는 어린 시절 시골 농촌에서 태어나 성장 하였다. 가을 맑고 청명한 날 집안에 있는 모든 창문을 창틀에서 분리하여 찢어지고, 오래되어 때가 묻은 창호지를 일제히 바꾸는 작업을 매년 해왔던 것이 생각난다. 창이 많다보니 하루 동안 온 식구가 동원되어 창호지를 뜯어내고, 먼지 닦고, 풀칠하고, 붙이고, 손잡이 있는 부분은 예쁜 꽃잎을 붙이고 하는 작업이다. 모든 일이 끝나 저녁이 되면 마르지 않은 창문을 다시 제자리로 옮기고 모두들 피곤한 몸으로 잠을 청한다. 아침 새벽 동이 트면 방안에는 밝고 깨끗하고 화사한 빛이 들어오며 손잡이 있는 부분에는 흰색의 창호지 위에 빨강색의 몇 개의 꽃잎이 있어 더욱 돋보인다. 깨끗하고 땡땡한 창호지와 간간이 보이는 새빨간 색의 꽃잎 나는 이와 같은 창과 창호지에 대한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농촌에 가을이 오면 벼, 고추, 콩, 깨 등 각종 농작물을 추수 한다. 모든 농작물은 멍석 위에서 말려서 추수하는 것이다. 또한 집집마다 혼인이나 초상이나 각종 대소사가 있을 때 항상 멍석을 깔아놓고 손님을 맞이한다. 막걸리 한잔에 덩실덩실 춤을 추던 즐거운 잔치 날이나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슬픔에 젖어 흐느낄 때도 우리는 멍석을 사용해 왔다. 이와 같이 농민들의 삶과 애한이 담겨 있는 것이다. 추운 겨울 농한기가 오면 몇몇 할아버지들이 사랑방에 모여 볏짚으로 멍석을 짜는 것도 농촌의 일과 였다.

구정이나 추석이 되면 우리는 쌀을 찌어 떡을 한다. 떡을 만든 다음 반드시 떡살을 찍어 떡을 완성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꽃들의 간결한 모양은 우리 민족 최초의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떡살의 다양한 문양은 “복”을 상징하고 있다 한다. 다시 한 번 우리네 조상들의 미감과 지혜를 느낄 수 있다. 

나는 이와 같이 우리 고래의 것들이 오늘날 아쉽게 사라지고 없어져 가는 것을 차용하여 작품으로 연결하고 있다. 한지와 멍석, 떡살 등을 어떻게 현대화할 지, 새로운 미학과 새로운 미적 표현이라는 것을 화두로 작업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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