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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공사장 추상

정직성

지금까지 나는 급격한 도시화와 개발로 인해 급변하는 서울의 속도와 높은 인구 밀도, 공사 소음, 잦은 이주에의 압력 등 한국 도시의 특수한 상황에 따른 공간의 성격을 성찰하여 회화의 형식에 적용하는 작업을 해왔다. 임시방편적으로 급변하는 사회를 캔버스 안으로 끌고 들어와, 붓질로 그어 구축하고-스프레이로 지워 무너뜨리고-다시 그어 재구축하는 행위를 통해 계속 무너지는 동시에 지어지고 있는 한국 도시의 단면을 회화의 형식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었다.

공사장은 한국 사회 현실의 단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라 할 만하다. 끊임없이 짓고 부수고 다시 짓는 이곳에서 기억의 지속성을 유지하며 살아가기란 애당초 불가능한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러한 현실의 리얼리티에 입각하여 이를 추상적 회화형식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해왔는데, 무언가 명확한 것으로 내세우기엔 너무나 쉽게 사라져버리고 무너져버리는 공간의 성격을 드러내기에 추상이 적절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최근 몇 달 동안 나는 <공사장 추상>이란 제목으로 5월 14일부터 개최되는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준비 기간 동안 수많은 어린 생명이 사라져간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참사와 진도 세월호 침몰사고가 있었다. 나 또한 두 아이의 엄마인데, 이 참사들을 보고 있자니 정말 이루 말 할 수 없이 고통스러웠다. 허망하고 무력한 마음을 가눌 수 없어 한동안 붓을 잡을 수 없었다. 제대로 된 기반과 체계 없이 구조적으로 허약한 상태로 경제적 성장만 추구해온 한국사회이기 때문에 일어난 끔찍한 재앙이라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가까스로 추스려 다시 붓을 들면서도 도무지 색이 아름답거나 구조가 단단한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마음이 무너져 내리고 허망했기 때문이다. 마음 속 마저 황폐한 공사장인 것만 같았다.





- 정직성(1976- ) 서울대 미술대학 서양화과, 동대학원 석사, 박사 수료. <공사장 추상(2014)>, <어떤 조건(2013)>, <추상작동(2012)> 등 15회의 개인전. 매화를 기다리며; 정직성·조종성 2인전(2014), 한국 현대회화 33인전(2014) 등 참여.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2012), 김종영미술관 오늘의 작가(2012), Etro 미술대상 대상(2012)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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