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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인생은 나그네길

차대영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인생이다. 떠돌며 가는 길에 정도, 미련도 두지 말자는 어느 노래의 가사가 새삼스럽게 공감이 간다. 인생은 나그네길이다. 구름처럼 흘러가는 인생길의 나그네, 나그네는 하숙생처럼 집을 떠나 잠시 머물고 또 떠난다.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고 머무르고 싶어도 머물 수 없는 인생길. 그저 구름에 달 가듯이 흐르면 될 것을 무엇을 위하여 그토록 번민하고 치열하였던가 싶다.

인왕산의 붉은 나무(Red tree in Mt. Inwang), 2014, oil on canvas, 240×149cm


척박한 땅, 단단한 바위에서 싹을 틔우고 뒤틀며 살아 올라와 거친 삶을 살아온 소나무 한 그루는 나에 대한 오마주다. 힘들었기에 굳건하게 버텨왔다. 나뿐만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더 치열해야 할 예술가의 숙명을 깨닫게 해주는 채찍이다. 오만과 욕심, 집착에 대한 채찍이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간에 제일 무서운 것은 나 자신일 것이다. 나그네길에 짐이 많으면 구름처럼 떠돌 수가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나 또한 그 짐을 벗지 못한다.

전시회를 할 때마다 그림들이 나에게서 머물다 떠난다. 돌이켜보면 후회도 남고 자책도 남는다. 집착하지 않는 것은 쉽고도 어렵다. 모든 것을 놓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을, 잊고 살았지만 당연한 진리를 이제야 다시금 떠올린다. 비워야 다시 시작한다. 사랑은 연필로 쓰라고 했던가. 그림도 연필로 그린 듯 깨끗이 지우고 싶다. 나를 떠나간 그림들이 홀연히 구름처럼 나를 떠나갔으면 싶다. 그들을 내려놓고 싶다. 하지만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나는 잊고 싶어도 그림은 나를 기억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사랑을 어떻게 깨끗이 지운단 말인가.

인왕산(Mt. Inwang), 2014, oil on canvas, 240×145cm


인생도, 그림도, 사랑도, 머물다 떠난다.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을 남기고서. 아닌 줄 알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이기에, 남아 있는 미련이 그림 속에 하얗게 빛나고 있다. 

나는 희게 빛나는 빛을 따라가는 행복한 나그네다.



- 차대영(1957- ) 홍익대 동양화과 학사, 동 대학원 석사, 한국 미술국제교류협회 명예회장,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역임, 현 수원대 교수. 젊은 모색전(국립현대미술관), MC2000Effel-Brany (프랑스) 등 다수 개인전, 단체전 참가. 제10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제8회 한국미술 작가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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