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143)작품으로 쓴 나의 새벽일기

변숙경

2004년, 3번째 개인전을 ‘새벽일기’로 시작한지 어느덧 1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다. 

처음 ‘새벽일기’를 시작할 때를 떠올려 보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많은 작품이 모였는지 모르고 달려왔을 뿐이다. 나는 늘, 작가는 일기 쓰듯 작품을 만들고, 일상을 작품으로 기록한다고 말했다. 나는 단지 기록했을 뿐, 얼마나 많은 페이지가 쌓여갔는지 모른다. 이렇게, 나의 작업은 일상이 담긴 일기장이었다.

여러 가지 고난과 힘겨웠던 시간들이 내 몸을 뚫고 지나갔기에, 지금 현재의 작업이 나는 더없이 소중하다. 2004년, 14년의 공백을 깨고 다시 개인전을 준비하기까지, 나는 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시간 동안 고통과 재기와 깨우침과 발견이 필요했다. ‘새벽일기’란 타이틀은 그때 우연하고도 신비롭게 나에게 다가온 운명 같은 이름이다. 새벽이라는 시간은 가장 고요하고, 가장아름다우며, 가장 많은 것을 고민하게 만드는, 신비롭고 현명한 시간이다. 나는 이 침묵과 고요의 시간을 편안하게 통과한다. 영감이 가득한 작업 메모를 하고, 자연스럽고도 편안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선물을 받는다. 나의 하루는 곧 나의 일기이고, 나의 일기는 나의 작품이지 않던가. 이 모든 출발이 ‘새벽’에 놓여 있다. ‘새벽일기’란 타이틀은 내 작업의 화두가 아닐 수 없다. ‘새벽’의 기운을 받은 작업일기가 일상 속에서 작품으로 완성된 것이 나의 작업인 ‘새벽일기’이다. 나는 아직도 이 타이틀로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10년, 6번째 개인전을 마치고 돌이켜 보니, 이 ‘새벽일기’ 작업 자체가 도전과 시련을 선사한 귀한 시간이었고,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고, 나 자신의 위로였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겠다. 그렇기에 더더욱, 위로와 탈출과 도전을 받아들일 다른 세계가 필요했다. 무작정 다른 시선의 평론가를 찾았고, 지금 난 내 작업에 관심을 갖고 함께해준 이탈리아 평론가와 아트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들 덕분에 자연스럽게 이탈리아라는 새로운 세계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나에게 이탈리아는 새로운 시선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만 바라보던 평론가들과는 낯선 안목과 감각, 나는 이러한 새로운 시선이 절실히 필요했다. 이렇게 이탈리아는 나에게 탈출구이자 도전이었다. 새로운 재료로 유혹 받았고, 천연의 대리석과 그 자체의 아름다운 컬러에 매혹되었다. 낯선 일탈에 신선한 에너지로 충전되었고, 매일매일 새로운 작업을 진행해 왔다.



DAYBREAK DIARY2014, MARMO BIANCO, SODALITE BLUE, ∅550×90mm


나, 변숙경은 대리석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동안 사용해오던 철과 브론즈 대신, 다소 생소한 대리석! 이 작품 재료는 환상적인 매력과 궁합으로 나의 작업의지를 끌어당기고 있다. 결과적으로 대리석과 브론즈의 조화로운 작업을 시도해볼 수 있었고, 새로운 칼라의 재료들로 작업해볼 수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이 매우 흥미롭고 매력적이었다. 재료가 주는 매력에 빠 져버린 것이다.

또 다른 매력적인 만남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 행운은 10년을 돌아보게 할 나의 카탈로그이다. 지난 2004년에서 2014년까지, ‘새벽일기’의 작업과 자료가 담긴 이번 카탈로그는 나의 10년이 담긴 결산이 될 것이다. 한국 속담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변하려고 해서 변한 것은 아닐 게다. 분명 끝없이 살아 움직였다는 증거일 게다. 나 역시 그러하다. 돌이켜보니, 지난 10년이 흥미롭고 새롭게 다가온다. 그동안 ‘새벽일기’는 끝없이 변화했다.

일기처럼 날마다 매일매일 작업을 한 사실이 놀라웠고, 그런 나 자신에게 무한히 감사한다. 다행스럽게도 건강 잃지 않았고, 지치지 않았다. 나의 일기 10년은 오늘의 호흡까지 담겨,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다. 2014년 ‘새벽일기’로 쓴 마지막 작품은 여기 이탈리아의 기운을 받아, ONIX-AMBRA와 BRONZE의 결합으로 완성된다. 내가 아는 가장 크고 화려한 다이아몬드가 될 것이다. 이 마지막 페이지를 나는 가장 멋진 작품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그리고 다시 한번 시작될 두 번째 ‘새벽일기’ 또한, 처음 그대로, 원래 시작했던 그때처럼, 또 다른 10년을 다져나갈 것이다.

아마도 일기처럼, 아마도 새벽처럼.


- 변숙경(1963- ) 성신여대 조소과, 및 산업대학원 석사. 개인전 6회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