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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폐 양조장에 藝(예)술을 붓다

김해곤

2014마을미술프로젝트의 사업대상지 중 하나인 상주시 함창은 과거 6가야 중 하나인 고녕가야에 포함된 고도로 농경문화가 발달된 곳이다. 상주는 삼백(三白)의 고장으로 불리는데, 곶감과 쌀 그리고 명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이곳은 금상첨화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이다. 그러나 택배시장의 발달과 중국의 명주가 국내에 유입되면서 5일장에서 명주전이 형성되던 전국 유일의 함창 명주시장은 급격한 쇠퇴기를 맞고 있으며, 지금은 이곳 5일장에서조차 명주를 볼 수 없다. 현재 함창에는 유일하게 대를 이어 명주를 길쌈하고 있는 곳으로 ‘허씨비단직물’과 함창 명주테마파크에 입주한 몇 몇 업체가 전부이다. 또 과거 성업을 이루던 함창역 조차 무인역으로 남아 이 지역을 더욱 을씨년스럽게 하고 있다.

“2014마을미술프로젝트 - 자유제안”은 함창의 옛고을을 예술고을을 만들고자 했으며, ‘비단 위에 꽃을 더하다’라는 금상첨화(錦上添花)를 ‘함창 비단길에 그림을 더해 예술마을’을 만들어보고자 花가 아닌 畵로 설정해 금상첨화(錦上添畵)로 주제를 설정하여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작품은 함창역을 시작으로 전고령가야왕릉과 왕후릉이 있는 가야마을과 함창전통시장 그리고 과거 술도가가 있었던 ‘세창도가’ 4곳에 21점을 설치하였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주요지점인 세창도가를 6개의 전시장으로 구성하여 커다란 미술관(미술관명, 세창 주유소酒遊所)을 만들었다. 이곳은 1956-2004년까지 운영되다가 10년간 방치되었던 공간으로 양조장의 사무실과 숙소 그리고 쌀을 빻던 곳, 쌀과 밀가루 등 자재를 보관하던 창고, 술을 빚기 위해 파놓은 우물터, 술의 원료를 물과 배합하여 반죽하던 곳, 고두밥(술밥)을 찌던 곳, 막걸리를 발효시키던 곳, 술과 물을 적절하게 혼합하여 병에다 술을 담아 포장하던 곳, 그것을 배달하기 위해 직원들이 대기하던 사무실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처음 이곳을 발견했을 당시 지붕은 무너져 있고, 곳곳에는 동물들의 사체들과 쓰레기로 가득차 있고, 쾌쾌한 냄새까지 진동해 감히 들어가기도 어려울 정도였으나, 다행스러운 점은 구조안전진단 결과 양호로 나왔다는 점이다. 세창주유소는 58년의 긴 시간성과 술도가라는 역사성을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작가들은 최대한 이것을 존중하면서 작품을 설치하였다. 6개의 공간은 퍼포머 김석환·최정은(있다1)의 아카이브갤러리, 작은만화도서관, 아트카페, 섬유전용갤러리, 인터렉티브 영상 및 설치미술관, 퍼포머 요아킴(있다2)의 페인팅 갤러리로 구성되었다.




김승영ㆍ박기진, 술도가, 복합재료


김석환·최정은은 2014년 11월-12월까지 함창전통시장에서 지내면서 지역 주민, 상인, 내방객들을 대상으로 퍼포먼스를 하면서 만든 작품들과 사진, 음악시디 등을 전시한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최정은은 함창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영감을 7곡의 음악으로 만들었고 이곳에 가면 그 음악들을 감상할 수가 있다.
고순정·윤동환이 만든 만화도서관에는 함창을 스토리텔링하여 만든 100페이지 분량의 만화책과 원화 20점이 전시되어 있다. 
김승영·박기진의 아트카페 ‘술도가’는 예술성과 실용성을 절묘하게 접목시켜 놓은 카페다. 구 양조장의 창고 공간이 가진 시간적·역사적 분위기를 유지하며 최소한의 개입을 통해 아트카페를 만들었다. 외부는 기둥과 기단을 고벽돌로 조적하여 고전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며 문은 시간적 흔적을 최대한 유지하여 수리해서 부착하고, 아트카페의 모든 기물들은 작품을 활용해 실용적 부분과 예술적 부분을 모두 고려한 것이다. 내부에는 5개의 테이블형 작품과 1개의 바 그리고 책꽂이형 작품과 누에고치의 형태를 가진 조명형 작품등 7개의 작품으로 채웠다. 
이재형의 <술·시간을 깨우다>라는 작품은 2점의 인터렉티브 작품과 2점의 설치미술 공간으로 구성되었으며, 막걸리와 생명 그리고 시간을 테마로 한 4가지 형태의 다채로운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퍼포머 요아킴의 페인팅 갤러리는 작가가 이곳에서 1개월간 지내면서 함창의 낡은 벽면과 오래된 문짝, 유휴공간 등 일반인들이 눈길을 주지 않는 곳에 숨은 그림처럼 현대인의 다양한 표정을 묘사해 놓았다.


- 김해곤(1965- ) 홍익대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 대학원 졸업. 평면회화 개인전 5회와 모뉴먼트개인전 9회. 21세기청년작가협회 초대회장 역임(1998-2003). 마을미술프로젝트 총괄감독 겸 사무국장(2009- )으로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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