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Stainless Steel, 3800×600×4000mm
언제부터인가 디지털 시대, 정보화 시대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더니, 이제는 많은 사람이 “언제까지 그 우직한 녀석하고 함께 하려고 하는지” 핀잔을 준다. 그런데 나 역시 그 녀석을 떠날수 없다. 한여름 가로등 빛을 향해 돌진하는 불나방처럼 그 녀석이 뿜어내는 빛과 소리는 나의 심장을 매일 밤 뛰게 만든다. 그 중독성은 20년을 사귀며 서로 싸우고 화해하며 동거를 해봐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그런 쾌감이다.
내러티브가 형식을 좌우하고, 맥락이 콘텐츠를 해석하는 시대를 지켜 보면서, 나의 20년 지기 친구 녀석은 내 말을 듣지 않고 그 반대의 상황을 종종 연출하니 여간 당황스러운 게 아니다. 그 거친 성깔을 이겨내고 그 안에 내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노력해왔지만, 사람들은 전혀 다른 해석을 해버린다. 그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가 또다시 그 녀석에게 져 버렸다는 패배의식이랄까? 여전히 나는 그 녀석을 사람들에게 제대로 소개하지 못한다. 아니 매번 소개하지만 항상 옳았던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