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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무제 untitled

샌정

새 한 마리가 있었다. 하루 종일 하늘색이 깃털에 젖을 때까지 날아다니다 돌아와 아름다운 지저귐으로 자신이 본 것을 이야기 해주던 작은 새. 그 새를 좀 더 가까이 할 수 없음에 만족 못하여 내 품에 가두어 보려다 그 새가 날아가 버리는 꿈을 꾸었다. 한 마리 새처럼 쉽게 푸드득 날아가 버리는 그날 그날의 생각과 느낌을 잡아 보고자, 이리저리로 한 선 한 선, 이쪽 저쪽으로 한 획 한 획, 그렇게 하는 사이에 아침 해가 뜨고 있다. 하늘이 일상의 파란색을 가질 때, 어제 보아 이미 익숙한 사물들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산책길에서 눈에 드는 낯선 모습들, 아니 가슴 한가운데에 가라앉는 다른 느낌, 그것이 때때로 머리의 한 부분에 한동안 자리할 때 가끔 그것은 그림이 될 수 있다. <
잔가지를 차고 날아오르는 새 한 마리가 수풀 사이로 하나의 선을 긋는다. 그로 인해 다시 익숙했던 모든 것들은 쉽게 눈에 설다. 하루의 틈을 비집고 다가오는 형용할 수 없는 느낌들이 여러 기억들과 섞이고, 그것은팔레트에서혼색이되고때로는누구의 미소를 닮은 엷은 단색이 된다. 캔버스는 이렇게 다시 다른 세계를 열며 그 하얀색을 포기한다. 그 하얀 빛은 이미 정오의 하늘에 깔리고 쳐다 볼 수 없는 높이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났을까, 이젤 앞에 머무는 햇빛의 무게에 오후가 가까이 있음을 알아채고, 작은 휴식을 찾아 의자에서 일어나다 문득 거울을 통해 본 스스로의 모습은 새로 시작한 그림만큼이나 눈에 익숙하지 않다. 캔버스 위를 스치는 붓질 소리만 스튜디오에 남아 있을 때 이미 하늘에 떠있는 구름은 그 색을 달리한다.






우연히 스튜디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붓 한 자루를 집어 들고 창가에 걸터 앉아 본다. 투명한 창유리에 생각 없이 빈 붓질을 몇 번 하다 그냥 먼 곳을 쳐다본다. 가끔은 그냥 먼 곳을 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좋다. 작업실 한쪽 편 벽면에 걸려 있는 자그마한 빈 캔버스가 눈에 든다. 비어있는 평면, 상상의 터이기에 때로는 그것도 아름답다. 꿈이 없는 나라, 어느 때는 그런 나라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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