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178)나의 일, 나의 작업

민정기

서울서 국도로 양평으로 가는 길에 덕소에서 월문리를 지나 시우리로 들어서는 높은 고개에서 시우리의 산과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 있다. 너무도 평범한 풍경이라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아주 이른 봄 그곳을 지나다 차를 세우게 되었다. 의미 있는 기운이 그곳 풍경에 가득 고여 있는 듯이 보여서일 것이다. 그곳 논두렁을 밟아보고 개울을 건너고 다시 올라와서 전체의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고개 너머 우측의 근경 산에서부터 호선 모양의 여러 논이 서로 엇갈리면서 층계를 이루고 얼음 조각이 힐끗 보이는 이른 봄 녹은 시냇물이 크고 작은 바위 사이를 흐르고 이른 봄볕을 받아 풀들이 연둣빛을 띠고 있다. 냇가에는 밤나무 7-8그루가 꽂혀있고 작은 돌들이 징검다리를 이루고 있다.



민정기, 운길산 1, 1999, oil on canvas, 180×68cm


밤나무 사이로는 몇 채의 농가 지붕이 보인다. 왼쪽의 원경에 큰 산은 푸른빛을 띠고 이 모든 보이는 것의 배경을 이루고 있다. 오른쪽 근경에는 산으로 들어가는 산길이 굽이쳐 뻗쳐 올라가고 일단의 낙엽송 무리가 수직으로 뻗쳐 올라가 짙은 녹색의 덩어리를 이루는데 가히 장한 모습을 하고 있다. 배경을 이루는 큰 산 그림자는 운길산이고 그 산에는 여기서는 보이지 않지만 북한강과 남한강의 물길을 맞이하는 오래된 고찰 수종사가 있다.

“시우리(時雨里)는 유서 깊은 마을이다. 조선 시대 양주군 하도면 지역으로 1914년 행정개편시에 와부면으로 소속되었다가 1986년 4월 조안면으로 편입되었다. 산이 높고 깊어서 비가 갑자기 오면 시위(큰물)가 잘 나므로 ‘시우’라고 불렸다 한다. 한양을 출발하여 삼패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월문리 길을 따라 시우현에 이른다. 이 길이 육로의 지름길이다”.



민정기, 운길산 2, 1999, oil on canvas, 87×60cm



민정기, 운길산 3, 1999, oil on canvas, 87×60cm


마을지에는 시우리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우리의 옛 지명에는 고개를 나타내는 여러 말들이 있다. 치,현,령 등 아리랑도 아리령에서 유래하였다는 말이 있다. 아리랑고개를 넘어간다고 하지 않는가. 도보로 힘들게 오르던 그 고개에 사람살이의 많은 정서가 묻어나고 그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때마침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힌다.

나는 이 땅의 풍경과 자연을 보면서 오랜 세월 우리의 삶이 그곳에 녹아 들어가는 모습을 눈여겨보고, 또한 이것에 얽힌 여러 자료들(고지도, 문헌, 향토사 자료 등)을 참고하며 그것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재현해 보거나 시점을 이동하면서 그 모습과 내용이 잘 드러나도록 여러 장면을 하나의 화면공간에서 역동적으로 재구성해보는 작업을 통해 의미와 전망을 기대해 본다.



- 민정기 (1949- ) 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 석사. 제18회 이중섭미술상 수상(2006). 개인전 및 그룹전과 기획전 다수 참여.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