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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100년 후 예술

윤동천

윤동천, 그림-문자-공공, 1998, 12종의 인쇄물(각 42×29cm) 등, 설치 전경


윤동천, 의미있는 오브제-정치가 연작, 2011, 설치 전경


윤동천, 산실-문호리 54-4 , 2017, C-print, 각 38×50cm(총 100점), 설치 전경



얼마 전 뉴욕에 본부를 둔 ‘아트넷’에서 실시한 동시대 작가들이 예측하는 100년 후 예술의 모습에 대한 기획 기사를 보았다. 모두 16명에게 의뢰했는데 상당히 진지한 대답부터 재기발랄한 반응까지 다양했다. 문득 나의 예술에 대한 평소 지론이 떠올랐다. 

애초 우리 인류에게는 생존을 위한 삶밖에 없었다. 살면서 차츰 좋은 그 무엇을 서로 나누고 함께 누리는 과정에서 예술이 싹트기 시작했고, 그것을 북돋우어 다듬고 키워나갔다. 이윽고 수십 만년이 흘러 오늘날 예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는 일상적인 삶에서 좋은 점, 각별히 기릴만한 점들을 가려내어 이름 짓고, 성격을 분류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과정이었다. 서구의 장르개념은 이렇게 생겨났다. 이를 다시 말하면 생존을 위한 필수적 삶으로부터 예술과 장르를 낱낱이 ‘나누는 과정’이었다. 이렇듯 예술의 역사는 또한 ‘일상으로부터의 이탈’의 역사였다. 

예술이 인간을 위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가끔, 혹은 자주 망각할 때가 있다. 그만큼 예술 자체의 논리가 강성해져 근본 취지를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예술을 위한 예술’이다. 우리는 근대 이후 참으로 오랫동안 이 도그마에 시달려왔다. 대부분의 뇌리에 잔흔이 남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인류는 현명하여 바른 노정을 그리고 있다. 그렇게 애써 나누고 지켜왔던 장르개념도 효율적 표현과 흔쾌한 소통을 위해 과감히 내던지고 있다. 일상에서 이탈하여 한없이 하늘로 치솟기만 하던 예술이 이제는 점점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미 무수한 징후를 전방위적으로 실감하고 있다. 감히 단언하건대 현대미술의 역사는 ‘일상으로의 복귀’의 궤적이다. 멀어졌던 만큼 회복이 더디겠지만.

어떤 특별한 가치를 우리 모두가 함께 누린다면 그것은 특별하지 않은, 곧 평범한 일상(Ordinary)이 된다. 그러므로 예술은 일상이 되어야 한다. 누구나 좋은 것을 함께 나누고 같이 즐기는 신명 나는 삶이 되어야 하므로. 그리고 우리가 매일 숨쉬기 위해 필요한 공기처럼 예술은 우리 주변을 꽉 들어차 가득 메워야 한다. 매일 밥 먹는 것처럼 일상이 되어야 한다. 아마도 100년 후, 지금 형태의 감동을 매개로 한 소통으로서의 예술은 사라질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스스로의 주인인 주체적인 삶을 누리고 있을 것이다. 그때 예술은 이미 일상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가치의 전복’을 특징으로 하는 예술의 마지막 전복일 것이다.

- 윤동천(1957- ) 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 학사. 크랜브룩아카데미오브아트 석사. 개인전 21회, 300여 회 단체전. 제4회 국제아시아유럽비엔날레 금상 수상(1992). 현 서울대 미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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