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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This Moment is Magic, 뾰로롱~

도로시 엠 윤(본명 윤미연)


24개 색동요술봉, 제58회 베네치아비엔날레 스와치 파블리옹 전시설치사진


색동요술봉 부분

어릴 적 내 꿈은 파란 눈, 금발의 할리우드 스타가 되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었다. 그 초석으로 MBC 개그우먼 공채 시험을 봤지만 낙방하였고, 돈 많은 남자에게 시집가고자 했으나 다이어트 실패로 이루지 못했다. 사람은 생긴 대로 살아가는 게 이치에 맞는다는데 그 말은 나에게 콤플렉스가 되었다. 잘나가는 모델 친구가 많았던 나에게, 생긴 대로 살아야만 하는 이 세상에 ‘귀엽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작업의 원동력이 되었다. 

첫인상으로 “환상적”이라는 반응이 많은 내 작업은, 사실 내 절절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2005년 유학을 위해 도착한 런던 히드로공항 여권심사대에서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갑작스럽게 결핵 검사 엑스레이를 찍어야 했다. 현실과 상상이 충돌했던 이 사건을 통해 나온 작업이 금발에 파란 눈을 한 아시안 여성을 찍은 <13의 금발들- 13 of Blondes>이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여인을 재현하기 위해 사진을 선택했고 이를 계기로 사진 작업을 이어나가게 되었다. 

8년 전 어머니께서 이상한 꿈을 꾸었다며 검사를 권유해 진단을 받았는데 암 1기로 판정되었다. 항암치료를 하며 통증을 진정시켜주는 주사를 맞았는데 그 주사를 맞으면 온몸에서 산발적으로 색동 불꽃이 터지는 듯했다. 그 체험은 평범한 아이가 요술봉을 휘둘러 요술공주로 변신하는 장면과 닮았다. 항암치료 통증을 완화해주는 주사의 주사기는 어느새 요술봉으로 변신했고 나는 주사기 대신 색동요술봉을 그리고 자수를 놓기 시작했다. 아이언맨, 배트맨을 살펴보니 색동요술봉만으로는 지구를 구하기에 혹은 정복하기에는 부족하구나 싶어서 요술 공주 의상도 만들기 시작했다. 뾰로롱~ 이라는 단어와 함께 일상과 판타지의 경계를 넘는 색동요술봉은 내가 생각하는 현대미술과 어딘가 닮았다. 색동으로 작업을 하겠다고 하니 미술에 대한 관심이 하나도 없던 남동생이 구태 연연하다고 걱정했다. 무지개색일 수도 있었으나 한국인이라 색동이 더 다가왔을까. 고민도 깊었으나 색동은 나에게 그때의 처절한 기억과 함께 변신, 용기, 새로운 삶 등의 마법 같은 의미가 있다. 

실존 철학적인 글이나 어려운 척하는 말발은 안되다 보니 직감에 의존해 작업한다. 치열한 나의 삶이 곧 나의 작업 소스이다. 그래서 결과론적 작업이 아니라 과정주의적 작업이며 그 안에 미디어 아트와 연극, 설치적 요소가 모두 포함된다. 어머니의 꿈과 기도 때문에 살아났으니, ‘This Moment is Magic’이라는 문구가 계속 생각이 났다. 주문이 랄까. 말대로 이루어진다더니. 일상에 마법이 찾아온 것일까. 한국에서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던 나에게 스와치에서 아스널 안에 스와치 파블리옹으로 2019년 제58회 베네치아비엔날레로 전시를 하자고 연락이 왔다. 작가로서 영광인 동시에 현실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고 왔다. 그래서 요즘도 틈만 나면 ‘This Moment is Magic’ 또는 한국말로는 뾰로롱~이라고 주문을 외운다.


This Moment is magic 설치작업 퍼포먼스, 제58회 베네치아비엔날레 스와치 파블리옹 앞에서, 3D비디오와 의상, 2019

한때 개그우먼을 꿈꾸던 나 이다 보니 엄청 유쾌하게, 그동안 내 뒤통수를 쳐왔던 나의 욕심대로, 2020년에는 기회가 된다면, 조심스럽게 신작으로 개인전과 함께 색동 요술공주 의상으로 패션쇼 퍼포먼스도 하고 싶은 포부가 있다. 파란 눈에 금발은 아니지만, 색동요술봉과 의상을 입고 지구를 정복할 날을 기대하면서…

뾰로롱~ 



도로시 엠 윤(1976- , 윤미연) 이화여대 조소과 및 대학원 수학 후 영국 골드스미스 순수예술학 석사. 국내외 6차례 개인전, 30여 차례 단체전. 2019 제58회 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 베네치아비엔날레, 스와치 Faces 2019 Pavilion(아세널) 참여. 여성신문사 주관 양성평등문화상 신진여성문화인상 부문 수상(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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