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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체험 풍경으로서의 그림 : 자문자답

민재영

그림 그리는 동기로 정서적 공감이나 환기 같은 간접교감을 의도하여, 어딘가에 동인(動因)이 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첫 개인전에(1998) 적은 적이 있는데, 지금도 그러한가.

관객의 입장으로도 다른 창작물을 접하며 사고를 전환하거나 확장해왔기 때문에, 어떤 작업을 만나는가는 삶에 어떻게든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시공간적 환경은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배경과 단서이기에 동시대를 살면서 접하고 겪어가는 일들은 사적이라 해도 다분히 상호연관성이 있다. 개인의 체험을 자기 방식으로 드러냄이 공감/공유되어 또 다른 이의 자기서술로 파생/확장되는 순간을 좋아한다. 타인의 존재와 발화/표현이 의미 있어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민재영, 먼지 낀 날, 2018, 한지에 수묵담채, 125×170cm


시간에 따른 작업 과정에 대하여

대도시의 삶에서 보편적으로 반복되는 장면, 불특정 다수 군상의 공통 체험으로서의 이미지를 주로 그려오다가 서서히 집단에서 분리되는 개인의 모습도 드러내기 시작했고, 이후로는 계속하여 동질성으로 뭉뚱그리기 어려워진 중장년작가의 생활반경으로서의 동선을 주로 반영하게 되었다. 타자와의 연결이 반드시 동일한 익명의 체험만이 아닌 각개 삶의 양상을 통해서는 어떻게 가능할지를 궁리하게 된다. 수묵 가로획선과 채색의 필획을 중첩하여 재현 화면에서 움직이는 대상의 유동성과 구축성을 실현할 수 있는가에 관심을 두어왔고 영상매체 이미지의 노이즈를 반영하는 은유로도 점/선을 사용해왔다. 대상을 더 다채롭게 표현하고자 획선의 규모를 조절하거나 주제의 감흥에 따른 즉흥성을 더하기 위해 드로잉을 중심으로 전시를 준비해보는 등(2017) 점진적인 변화를 모색해오고 있다.



민재영, 무제, 2016, 종이에 수묵담채 드로잉, 39×54cm


그리고 지금

평소 발길이 주로 가닿는 장소에서의 시선/흔적을 계속 따라가 볼 계획이다. 인파에 묻혀 흐름을 관찰하기 좋아하는 내게 최근의 바이러스 확산 같은, 접촉이나 활동을 경계해야 하는 상황은 역시 안타까운 일이다. 막을 수 없이 일어나는 현상들을 인간이 당장 어쩌지 못하는 한계가 느껴질 때도, 우리는 주어진 일을 해석하거나 기록하며 그로부터 다른 다가오는 날을 준비할 수는 있을 것이다. 작업의 완성됨에 닿고자 노력하지만 한편 가까운 주변을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고 살피게 됨도 이 때문이다. 겨울을 보내면서, 곁을 배려하고 돌보는 동시에 삶을 반영하는 작업에 있어서도 꾸준한 통찰과 근면을 유지할 수 있기를 다시 다짐해본다.



민재영, 교차로 Across the street at midnight, 2017, 한지에 수묵채색, 83×122cm


- 민재영(1968- ) 서울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학사, 동 대학원 졸업. ‘언제 어디서 무엇을’(영은미술관, 2017), ‘사루비아다방 SO.S-민재영’(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2017) 등 14회의 개인전 외 단체전 참여. 난지창작스튜디오 3기(2008-09), 인천아트플랫폼 3기(2012), 영은미술관 창작스튜디오 10기 장기(2016-18) 입주작가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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