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195)문화수도 울산과 자유의 혼-고래의 꿈

김언배

김언배, 자유의 혼-고래의 꿈, 2019, 김성수 박사가 이끄는 울산학춤보존회와 울산대 김언배 교수 협업


울산은 산업수도라고 한다. 울산 시민에게는 오늘날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과 성취감이 매우 높다. 반면에 문화적 측면에서는, ‘문화불모지’라든가 ‘야만의 도시’, ‘돈만 많은 도시’라는 자타공인의 낙인 속에 자괴감에 빠진 자조적인 세월을 보내왔다. 이 말들 속에 숨어있는 문화향수권 혹은 문화에의 갈망을 이제는 읽어내고 헤아려야 한다. 인간성의 회복과 인간존엄성을 추구하는 최소한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문화수도 울산’을 목표로 2014년 울산대학교는 조직구성을 ‘문화예술대학’으로 재편하여, 문화수도 울산을 대비하고 전문 인력 지원을 제안했다. 마침 정부의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CK-1, Culture Korea-1)’과 대학 구조조정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맞물린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었으나 결국 음악, 미술, 섬유디자인학과가 합친 예술대학과 디자인·건축융합대학으로 일단락되었다. 

이 문제는 장차 지방대학 소멸론이 극명하게 대두될 때 다시 재등장하리라 믿거니와 이와 같은 맥락에서 울산시의회 의원들이 문화도시 울산 연구모임을 창립하고 자문역을 청해왔을 때, 정년퇴임을 앞두었음에도, 흔쾌히 수락할 수 있었던 저간의 사정이었다. 정명(正名)은 매우 중요하다. ‘산업수도 울산’에서 ‘문화수도 울산’으로 전환해야 한다 . 

문화가 경제인 시대다. 울산시의회 문화수도 울산 정책자문단 첫 회의에서 한 일간지 편집국장은 여기까지 오는데 30여 년도 넘게 걸렸다고 소회를 밝혔다. 문화부 기자를 거치면서 평생 문화 불모의 자조적 편견 속에 감내한 세월에 공감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소 다르다. 왜냐하면 우리는 저 선사시대의 찬란한 바위 그림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미술사의 독보적 가치를 가진 이 반구대 암각화의 생성 시기에는 아마도 울산이 세계 문화의 중심이고 지구 문명의 옴파로스였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일제의 압제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먹고 사는 생존의 문제가 치열했을 따름이지 신라 말기의 유학자이자 문장가인 저 최치원의 흥과 풍류의 신비한 도를 잊었던 것도 잃어버린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때마침 반구대 계곡이 국가명승지구가 되었다는 소식을 옛 은사님이 전해주셨다. 반가운 일이다. 반구대 암각화의 고래를 떠올리니 몇 년 전에 선보였던 작업이 떠오른다. 높고 푸른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을 담고 있는 
<자유의 혼-고래의 꿈>(自由魂, 2019)은 ‘태화강설치미술제’(2019.10.18-10.27) 초대작으로, 김성수 박사가 창설한 울산학춤보존회의 울산학춤 공연과 더불어 협업했다. 30m 높이로 띄워진 커다란 애드벌룬은 짙은 푸른 줄무늬가 어우러진 90마 길이의 가벼운 원단으로 감싸여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가을 하늘을 나부낀다. 구름이나 새 혹은 반구대에 새겨진 거대한 고래가 하늘을 유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저녁 7시 작품 내부에 설치된 조명이 켜지면 낮과 다른 몽환적인 분위기로 태화강변을 수놓았다.

사진 속에 함께 한 이들은 울산대 영문학 전국서 교수와, 국문학교수이자 민예총 창립자인 이노형 박사이다. 울산문화도약과 자유를 향한 몸짓으로, 노구에도 불구하고 점프 샷을 찍었다.


- 김언배(1957- ) 홍익대 미술대학 학사·동 대학원 미술학 박사. 개인전 40여 회,단체전 500여 회, 논문 10여 편 발표. 미국 포틀랜드주립대, 중국 중앙미술대학 교환교수. 울산대 올해의 교수상(2020) 수상. 한국조형예술학회 회장 역임. 아시아섬유예술가회 명예회장, 한국조형디자인학회 감사, 울산시의회 문화수도울산 정책자문위원.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