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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빨주노초파람 보고서(報告書)

김천영

글이 있는 그림(101)

붉은 해가 산마루에 뉘엿뉘엿 떠오를 즈음에야 비로소 오늘 하루를 감사히 맞이한다. 일상사가 늘 그렇듯이 그림이 내 삶과의 일치와 소통 속에서 변함없이 물 흐르고 있을 성 싶다. 주어진 운명 속에 하염없이 그리고 싶었는 데도 오랜 동안거(冬安居)로 인해 직무유기죄에 준하는 마음고생의 대가를 치를 뻔했다.

노오란 복수초를 보면 그렇게도 강인한 생명력에 감탄할 만큼이 내게도 있는지 주저하게 된다. 총 천연색이든 무성영화든 가릴 필요가 없는 데도 자연이 지닌 보편적 가치임을 무색케 만들고 마는게 사람인데 하물며 자연이랴. 초록 자연이 빚어낸 놀라운 이치를 보면 나는 그림 그릴거리가 늘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진리를 알게 된 게 그리 오래지 않았음을 - 살면서 보고 느끼고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내공이 품고 있는 기(氣)를 주산(住山)에 묻고 심안(心眼)으로 안산 (案山)을 바라보며 삶의 긍정적 힘을 믿게 만듦도, 자연이 내게 준 값진 선물도, 여러모로 고맙게 여김은 내 비할 바가 아니다. 참으로 고맙고도 고마운게 자연(自然)인데 자연스러운 척 하고 그리는게 얼마나 어리석고 쓸데없는 짓거리인지 조심스럽다. 마음 을 비우고 텅 빈 가슴으로 그리는 그림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더구나 머리로 그리는 그림은 더욱이나 아니길 바라본다. 반백년 넘게 살아 온 나는 아직도 모르고 모자란 넋두리로 이것저것 글쓰기의 어려움과 말하기의 어눌함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면 그나마 위안이 되겠다.

물고기는 위로 오르려 하지만 물은 늘 아래로 흐른다. 보란 듯이 유월의 하늘은 마음 드높이 푸르렀다<- 김천영(1953- ) 1978, 80년 동아미술제 2회 연속 동아미술상, 1979-81년 중앙미술대전 연속 3회 특선 수상함으로서 화단에 데뷔하여 총 70여 회의 그룹전과 기획전, 3회 개인전,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하였고 한성대 미대에서 10년 재직 후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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