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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일본 전시로 잠식된 2013 한국미술계

백동민

2000년대 초반 국내 미술시장이 대호황이었던 그 때, 소위 ‘묻지마’ 투기로 분류되며 검증되지 않은 중국미술품, 골동품 수집에 올인해 중국작가들을 거부로 만드는데 앞장섰던 이들이 있었다. 또 그 불편한 진실 이면에는 많은 국공립미술관과 메이저 상업 갤러리들이 존재했다. 1997년 경주 선재미술관에서 카이궈창 등 10명이 참여한 ‘중국현대미술의 단면전(1997.7.12-10.10)’을 시작으로 예술의 전당의 ‘명·청황조미술대전(2000.10.5-11.19)’,아트사이드갤러리의 2001년 ‘중국아방가르드5인전(2001.11.28-12.11)’(쩡판쯔, 위에민준, 왕광이 등), 국립현대미술관의 ‘중국근현대대가전(2002.7.10-9.1)’(오창석, 제백석, 서비홍 등), 코엑스 특별전시장의 ‘진시황 미공개 유물 특별전(2003.7.10-10.26)’, ‘징기스칸 중국초원문화대전(2003.12.2-2004.2.12)’이 연이어 개최된 것을 비롯해 서울역사박물관은 ‘중국국보전(2007.5.23-8.26)’을, 국립중앙박물관은 ‘중국 고대회화의 탄생전(2008.7.29-2009.6.28)’ 등을 선보였다. 미술시장이 최고조에 달아올랐던 시기에 국립현대미술관은 2005년 ‘중국미술의 오늘전(2005.1.22-2.20)’을, 갤러리현대는 2007년 ‘쩡 판쯔전(2007.3.7-3.25)’을 마련, 한국 미술계는 그야말로 중국미술로 뒤덮였다. 


미술계를 융단폭격 하듯 10여 년 동안 건재했던 중국현대미술은 이후 세계시장으로 떠났다. 그리고 그 결과는 처참했다. 엄청난 자본으로 사들인 중국골동품과 미술품은 산적하고 중국미술 붐에 힘입어 베이징과 상하이에 진출했던 한국 갤러리들은 미미한 성과만을 남기고 철수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밀려오는 일본미술! 유치경쟁인가? 우연인가?

그런데 최근, 한국미술시장을 초토화시켰던 장기불황의 끝자락-중국미술품의 과대평가를 인식하고 거품과 환상을 깨고 난 지금-에서, 지난 10년을 되뇌게 하는 현상이 벌이지고 있다. 이제 일본작가들을 앞 다투어 끌어들이는 대형전시가 잇달아 열리고 있는 것이다. ‘공존과 교류’란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해도 너무하다 싶을만큼 과하다.



올 한해만도 일본현대미술을 주제로 한 전시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지난 3월 초부터 4월 중순까지 서울대미술관이 개최한 ‘일본 동시대 미술 70년 리퀘스트전’을 시작으로 5월부터 7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에서는 ‘야나기 무네요시전’이, 6월부터 9월까지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는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전’이 열렸다. 그 뿐 아니다. 삼성미술관 플라토는 오는 12월까지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를, 대구미술관은 11월까지 ‘금세기 최고의 화가’, ‘아시아 최초’라는 화려한 수식을 내세워 ‘쿠사마 야요이 특별전’을 연달아 선보이고 있다. 이렇듯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국공립미술관, 국립대학교들이 앞장서서 일본현대미술 기획전(최근 일본국제교류기금이 후원한 전시가 많다)을 열고 있는 것이다. 전시기간도 2개월에서 5개월까지 장기간으로 열리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한물간 일본 팝아트 재고품들은 엔저현상과 맞물려 한국미술시장에 어떤 타격을 끼칠까? 심히 염려된다. 일본은 제국주의의 잘못된 역사인식을 바로잡기는 커녕 미화시키는 작업에 앞장서고, 아베노믹스로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 주변국을 제물삼아 경기 부양에 힘쓰고 있다. 정치적 망언으로 우리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며, 한편으로 엔저에 따른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우리기업을 압박하는 수상한 침략에 미술계도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똑같은 과오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는, 정신 바짝 차려야만 한다.

 


- 백동민(1959- ) 조선대 회화과 졸업. 고려대 언론대학원 석사 졸업. 월간 <퍼블릭아트> 발행인, (주)아트인포스트 대표이사 및 청주공예비엔날레기획위원, 아트광주 조직위원, 대전시립미술관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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