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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2014년 AICA 총회와 비평적 쟁점들

윤진섭

새로운 밀레니엄의 시작을 알리는 2000년, 국제미술평론가협회(AICA)의 창설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피에르 레스타니(1930-2003)는 비평의 변화를 촉구한 바 있다. 중국의 부상과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의 시작으로 대변되는 신패러다임의 변화는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문화 환경을 조성하였고, 비평은 이러한 변화에 걸맞는 위상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어찌 보면 매우 지당한 주장을 펼친 것이다.


그러나 국제미술평론가협회 사상 제2세대에 속하는 레스타니의 이러한 진단은 매우 정확한 것으로 후일 판명되었다. 2000년 이후에 접어들어 세계 미술시장의 양적 팽창과 함께 큐레이팅의 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했고, 아울러 큐레이팅과 미술시장의 연립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비평이 보조적 기능에 그치는 등 비평의 위기적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2007년, 브라질의 상파울루에서 열린 41차 콩그레스는 이를 본격 의제로 설정하여 열린 긴급 제안 형태의 회의였다. ‘현대미술의 제도화 : 미술비평, 미술관들, 비엔날레들 그리고 미술시장(The Institutionalization of Contemporary Art:Art Criticism, Museums, Biennials and the Market)’이란 주제는 미술관을 비롯한 각종 미술제도의 문제를 압축해 보여주었다. 비엔날레와 같은 중요한 제도들이 서로 얽혀 미술시장과 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결과적으로는 자본의 게임에 동참하는 현실을 비평적 관점에서 살펴본 고육지책이었다.


국제미술평론가협회

프랑스의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미술평론가협회(AICA)는 1950년에 창설된 유서 깊은 단체로 그 역사는 무려 60여 년에 이른다. 유네스코(UNESCO)의 산하 NGO 단체로서 유네스코와 게티 재단으로부터 매년 기금 지원을 받고 있으며, 61개국 4,5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세계 최대의 국제적인 미술비평 단체이다.『예술의 의미(The Meaning of Art)』의 저자인 영국의 허버트 리드 경(卿)(1893-1968)을 비롯하여, 『미술비평사』를 쓴 리오넬로 벤투리(1885-1961), 구겐하임미술관의 제2대 관장을 역임한 바 있는 미술사학자 제임스 존슨 스위니(1900-1986) 등 저명한 미술인들이 창립 멤버들이다.


국제미술평론가협회의 콩그레스와 총회(General Assembly)는 매년 개최국을 바꿔가며 열린다. 5회의 이스탄불(1954)을 비롯하여 11회의 뉴욕(1959), 7회의 바르샤바(1960) 등 세계의 주요 도시에 회원들이 모여 비평 현안을 논의하는 것이 관례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국제미술평론가협회는 한 시대의 문화와 정신을 창출하고 이끌어간 묵직한 선대 비평가들의 풍모에서 위엄이 돋보인다. 제4회 더블린 콩그레스(1953)는 대통령이 직접 환영 리셉션을 주재할 정도로 그 위상을 존중받은 단체이다. 2011년 파라과이의 아순시온 총회는 비평에 탁월한 업적을 남긴 저명한 비평가에게 헌정되는 국제미술평론가협회상(AICA’s Prize for Distinguished Contribution to Art Crticism)의 첫 수상자로 파라과이 문화부장관인 티치오 에스코바르(Ticio Escobar)를 선정한 바 있다. 이처럼 국제미술평론가협회의 면면한 역사와 전통은 대를 이어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AICA 총회 전경


2014년 AICA 총회 한국에서지난 9월 20일부터 27일까지 슬로바키아의 코시체와 브라티슬라바에서 열린 제46차 총회에서 2014년 AICA 총회의 한국 유치가 결정되었다. 총회 유치 조직위원장의 자격으로 참석한 나는 수원문화재단의 이경모 본부장과 함께 한국을 소개하였다. 특히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원이기도 한 이경모 본부장은 유네스코 등록 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을 중심으로 주 개최지인 수원시를 집중적으로 홍보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14년 9월 말 경, 1998년의 일본 동경, 2003년의 대만 타이페이 총회에 이어 아시아에서 3번째로 한국에서 열리게 될 국제미술평론가협회(AICA) 수원 총회는 국제비평계에서 차지하는 아시아 비평의 위상을 드높이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타 지역에 비해 열세인 현 상황에 대한 타개책 등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또한 자본주의의 침투로 인한 미술계의 위기와 비평의 역할, 분단적 상황에 처한 국가들에 대한 이념적 문제와 미술의 관계 등 현실적인 문제도 아울러 검토하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으로 믿는다.



윤진섭(1955- ) 웨스턴시드니대 철학 박사. 월간미술대상 전시기획부문 대상 수상. 광주비엔날레 큐레이터, 한국미술평론가협회장,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전시총감독 역임. 현 호남대 미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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