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58)고려시대 포류수금문 나전향상

이용진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고려시대에 만든 포류수금문(蒲柳水禽文) 나전향상(螺鈿香箱)이 소장되어 있다. 고려시대 고분에서 출토된 것으로 알려진 나전향상은 1910년 이왕가박물관에서 구입하였으며, 1929년에 간행된 『조선고적도보』권9에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은 『조선고적도보』에 수록될 당시 파손이 심한 상태였고, 한국전쟁 중에 완전히 파손되어 현재는 편으로만 남아 있다.


현존하는 고려시대의 나전은 20점 정도로 일본 등 해외에 소장되어 있고, 합과 경상 등이 주류를 이룬다. 이처럼 기형이 제한적인 가운데 국립중앙박물관의 포류수금문 나전향상은 고려시대 나전칠기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다. 이 향상은 방형의 형태로 뚜껑과 몸체로 구성되고 뚜껑을 열면 뚜껑의 턱에 현반(懸盤)을 놓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나전향상을 경전을 보관하는 경상이 아닌 향 도구를 보관하는 향상으로 보는 이유는 내부에서 꽃 모양의 향이 발견되었기 때문이지만, 한편으로는 방형의 몸체에 녹정형(盝頂形) 뚜껑으로 이루어진 경상과는 다르게 뚜껑이 방형이어서 기형적인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즉 정형화된 나전경상과 나전향상은 기형적으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경상과의 외형적인 모습의 차이뿐만 아니라 이 향상에는 뚜껑과 몸체에 나전으로 장식된 포류수금문이 있어 주목된다. 포류수금문은 버드나무가 있는 물가의 풍경을 묘사한 것으로 고려시대 청동은입사공예품과 청자 등에 나타난다. 이 향상의 포류수금문은 버드나무와 냇돌, 꽃나무, 오리, 뚜껑의 상하단의 모란과 넝쿨에는 얇게 가공한 전복껍데기를 잘라낸 뒤 절단면을 줄로 다듬어 무늬를 표현하였다. 또한 금가루를 아교 등에 혼합하여 채색하는 묘금기법으로 나전 주변을 채색하여 나전을 더욱 화려하게 하는 효과를 만들었다. 그리고 꽃술이나 작은 꽃은 바다거북이 껍데기인 대모(玳瑁)를 붙이고 색깔을 입혀 섬세한 아름다움을 더했다.



현재는 파손되어 편으로만 존재하는 ‘포류수금문 나전향상’의 가치와 의의를 조명하는 국제학술 심포지움이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과 아시아뮤지엄연구소(이사장 권영필)의 주최로 2013.11.29 - 11.30 양일간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열렸다. 이 심포지움에는 국내외의 학자들이 참여하여 고려시대 포류수금문 나전향상의 제작기법에 대한 발표와 비교사적 관점에 본 포류수금문 나전향상에 대한 발표가 있었고, 고려시대 나전기법의 변천에 대한 발표와 함께 나전향상 안에 있었을 향과 향도구를 재구성하는 발표 및 나전향상의 주요 문양인 포류수금문에 대한 회화사적인 고찰을 한 발표 등이 있었다. 이날 연구자들의 발표한 내용들은 포류수금문 나전향상의 가치와 의의를 높일 수 있는 의미있는 발표였을 뿐만 아니라 향후 이루어질 나전향상의 복원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고려시대의 포류수금문 나전향상은 현재는 편으로만 존재하고 있지만, 나전향상에 담긴 정보, 즉 포류수금문을 표현하기 위한 다양한 재료와 기법 및 향상 안에 들어 있었을 향도구들은 고려시대 나전칠기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함께 당시의 수준 높은 향 문화를 이해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이용진(1969- ) 동국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박사. 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