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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전설의 황금왕국과 동방에의 길

조은정

2013년 말미를 장식한 문화계 사건 중 하나인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의 외유를 통해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신라전’ Silla:Korea’s Golden Kingdom'(2013.11.04 - 02.23)은 그 어느 ‘한국미술의 외국전’보다 관심을 모은 전시가 되었다. 1957년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의 ‘국보전’ 이후 한국 유물의 해외 전시는 찬란한 민족문화라는 외교의 업무를 담당하여 왔다. 이번 ‘신라전’은 미술관 드니스 라이디 동아시아부장, 이소영 큐레이터 등의 이름이 전시장과 각종 교육프로그램에 오르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자체기획 전시 중 하나로서 미술관 자체의 연구 결과라는 점에서 다른 의미가 있다. 그리스·로마 조각상들이 즐비한 갤러리를 지나며 오른쪽에 위치한 방인 갤러리199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주제에 있어서나 공간으로서나 모두 크게 3개 영역으로 구분되었다. ‘신라고분 출토품’, ‘수입품과 이국적인 도상’, ‘불교: 새로운 전통’이 그것으로 세 영역을 ‘금(Gold)’이라는 물질을 매개로 연결하고 있다. 흰색의 대리석상 사이로 사시사철 환경을 달리하며 변하는 황남대총의 정경이 뿜어내는 빛의 파장은 작은 문밖으로 파란 빛을 흘려보낸다. 그 빛은 관객의 시선을 전시실로 이끌며 묘한 긴장감을 동반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신라 금관을 관람하는 관객들


신라의 지정학적 위치를 강조하는 설명문을 지나 첫 구역은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많은 유물이 소개되고 있다. ‘신라고분출토품’은 실지로 기본틀은 2010년의 국립중앙박물관 용산 이전개관 5주년 기념특별전 ‘황금의 나라, 신라의 왕릉 황남대총’으로 보인다. 황금관과 요대, 조익형 관식은 분묘 주인의 지배자의 위치를, 함께 출토된 금귀걸이, 곡옥장식 가슴걸이, 화려하고 커다란 토기들은 당대 문화를 보여준다. 동물문양의 스키타이 흔적이 있는 그릇들이나 장신구들은 신라와 대륙의 유목민족과의 연관성을 증명하는 자료로 제시되고 있다.


흑해연안 제품인 감옥장식이 두드러진 계림로 출토 황금칼은 부귀를 누리는 국가의 사치스러운 수입품으로 이해되고 있다. 특히 쿰투라 벽화의 인물상이 로마에서 제작된 지중해연안의 유리그릇과 신라 유리그릇의 유사성은 동서 교류의 루트에 관심을 가게 한다. 중국에서 수입된 당삼채들 뿐만 아니라 궁중복식의 토용은 각기 민족이 다른 서역인의 모습을 보여주어 당시 신라사회의 국제성을 엿보게 한다. 금알갱이를 수놓는 누금기법은 화려함에서도 그러하지만 제작기법의 교묘함에 절로 눈이 가게 하는데, 한쪽에서는 재연하는 장면을 연속 상영하여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세 번째 방은 불상과 불교유물을 중심으로 배치하였다. 직사각형 방의 벽에 바짝 기대어 전시한 탓에 사방을 돌며 금동반가사유상을 감상할 수는 없지만, 아름다운 미소를 들여다 볼 수 있을 정도로 대좌를 높여 전시하고 있다. 소박하지만 정성 가득한 신라불상의 힘은 바닥의 전돌 너머에 있는 귀여운 미소를 짓지만 강한 괴량감이 느껴지는 삼화령 보살상에서도 느껴진다. 사리기, 팔부중상, 트리반가가 멋진 금동불상 등은 디지털 이미지로 보여진 석굴암으로 그 양식이 정리되는 느낌이다. 석굴완공의 성공과 두광배가 세 쪽으로 깨지는 실패가 녹아있는 5분 이내의 짤막한 디지털영상은 어떤 방식으로 석굴암이 축조되었는지를 압축적이며 역동적으로 보여준다. 과거를 현재의 기술로 이해하게 하는 생생함을 전시실 중앙에 위치한 석굴암 영상실에서 실행한다.


 전 보원사지철불로 마무리되는 세 공간의 동선은 매우 유기적이어서 공간 전체와 각각의 영역이 ‘황금’이라는 키워드로만으로도 이해된다. 지속적으로 신라라는 국가를 설명하며 지정학적 위치를 강조한다던가, 한반도 이외 주변국과의 교유를 강조함으로써 신라를 동서양 교류의 중심, 고대 세계 아시아의 주로국가로 부상시킨다. 과거 황금의 길을 정치, 종교 그리고 외부세계와의 관계 안에서 파악하는 신선한 시각은 평가의 잣대를 서구의 시선에 둔 오리엔탈리즘을 은폐한 것이기도 하다.



조은정(1962- ) 이화여대 대학원 박사. 구상조각회 조각평론상 수상. 모란미술관 자문위원, 한국미술정책연구소 연구원 역임. 현 한남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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