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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하늘에서 뚝 떨어질까, 땅에서 갑자기 솟아날까

김경희

현대 한국미술의 창조성에 목말라 하는 이들이 많음을 새삼 들먹여서 어쩌자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나름대로 고뇌하고 온 힘을 다하여 더 새로움을 찾아 꿈틀대고 있을 터이니 말이다. 다만, 예술혼에 불을 밝히고 있는 그이들에 못지않게 우리 사회는 그들의 성취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인만의 독특한 선과 빛깔, 바탕과 꼴을 지니면서도, 아름다움과 정다움과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좋아할 미술품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창작(미술)품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질 수 있는 것도, 땅에서 불쑥 솟아나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러한 소담스런 작품이 우리 눈앞에 현실로 나타나기까지는 우리 선인들의 전통과 수많은 실험의 경험 외에, 다른 나라들의 수많은 경험들을 끌어내어 함께 새끼를 꼬아야만, ‘우리 것이자 그들의 것’, ‘그들의 것이자 우리 것’이기도 할, 다시 말하면 우리의 전통을 날줄로 삼고, 우리가 못 가진 외래의 것을 씨줄로 삼은, 전혀 새로운 21세기 한국형 세계 문화의 비단을 짤 수 있다. 그리 하려면, 우리 공동체는 먼저 문화의 다양한 저수지를 여기저기 요소요소에 마련하고 있어야 한다.

나라 안팎의 유산을 차근차근 빠짐없이 모으고 [집적], 그것을 다시 가려 추리고 [분류], 그 위에 다시 요모조모 따져보는 [재해석과 분석] 기초자료의 보관과 전시 등을 맡을 그 저수지라는 도서관·박물관·미술관·연구소 들이 튼실하게 자리 잡고 그 소임을 다해야 전통과 외래문화를 아우를 수 있을 것이며, 그런 속에서 새로운 한국형 세계문화를 잉태, 산출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 산업 경제 분야에서 시급한 것이 다름 아닌 새 상품의 개발이고 그 새로운 상품 개발에는 과학기술만이 아니라 독특한 디자인의 개발도 큰 몫을 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어있다.

그렇다면 오늘의 우리 문화 특히 미술계의 현주소는 어떠한 가. 거대한 박물관·미술관·전시 시설 들이 여기저기 솟아났고 또 새로이 솟아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젊은 시절부터 젊음을 다 바쳐 가까스로 고개를 쳐들고 일어서려는 한국미술정보센터가 사라지느냐 소생하느냐 갈림길에 서 있다. 우리 미술을 아끼고 사랑하는 힘 있는 미술 애호가들은, 이 고비를 그대로 보고만 있을 것인가. 작은 규모의 샘 하나를, 영원히 마르지 않을 옹달샘으로라도 맑은 물을 퐁퐁 솟으며 남게 할 수는 결코 없을 것인가.


- 김경희(1938- ) 서울대 문리대 졸, 전 출판연구소 이사장, 전 한국전자출판협회 초대회장, 1995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문화부문, 2001 간행물윤리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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