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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아카이브 온 더 로드 2014: 전시콘텐츠로서의 아카이브 자료

정호경

해외에 산재한 우리나라 문화자료에 대한 연구와 아카이브 자료를 연구의 소스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전시콘텐츠로 가시화하는 일은 근대미술연구자로서 오랫동안 관심의 영역이었고, 특히 미술자료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박물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구체적인 사례까지도 통합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난제의 영역이기도 하다. 그 필요성과 중요도에 비해, 구체적으로 이러한 관심사를 발전시켜, 연구하고 관련 사례를 접하기도 힘든 상태에서 기획자들에게 의미 있는 연구리서치 수행을 도와주는 프로젝트 비아(Project Via,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후원)의 지원과 근무처인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도움으로 올해에는 아트아카이브에 집중해서 연구리서치를 수행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연구리서치는 개인적으로 두가지 방향으로 주제를 설정하고 수행하였는데, 하나는 선진 아카이브 기관에 대한 현황을 런던의 주요 문화기관 중심으로 파악하는 것과 다른 하나는 아카이브 자료를 전시콘텐츠로 활용하는 사례를 마침, 파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요아카이브 전시들을 중심으로 파악하는 것이었다. 운이 좋게도 런던에 있는 주요문화기관의 아카이브 현황을 제한된 일정 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프로젝트 비아의 그룹리서치에 참가할 수 있었던 탓에, 개인연구자 자격으로 방문하기 힘든 테이트미술관의 수장고 및 보존시설을 비롯한 뉴미디어분야의 아카이브(LUX, 스탠리 큐브릭 아카이브), 대학 및 다양한 전시공간의 아카이브(첼시대학의 아티스트 북 콜렉션, Iniva의 리빙톤 플레이스, 화이트채플 아카이브 갤러리, 플랫 타임 하우스), 영국미술의 주요 아카이브 소장처(런던 내셔널갤러리 아카이브, 빅토리아앤알버트뮤지엄 아카이브)를 통합적으로 돌아 볼 수 있었다.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에 참가한 대한제국관 도면, 프랑스국립아카이브


아카이브 자료의 현재성, 전시콘텐츠 활용

한편, 파리 북쪽 지역에 위치한 프랑스 국립문서보관소에는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에 참가하면서 건립됐던 대한제국관의 원본도면을 비롯한 관련 문서들이 보관되어 있다. 특히, 이번 방문을 통해 대한제국관이 당시 재정적인 문제로 축소, 건립되기 이전의 원본 도면을 비롯해 대한제국관이 위치했던 만국박람회장 도면, 관련 외교문서 등을 열람할 수 있었으며, 특히 우리나라가 해외에 독립국가로서의 정체성을 표상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만국박람회 참가가 이루어진 경위를 파악하는 주요 자료가 소장되어 있음을 파악했던 점은 중요한 수확이다.


마침 프티팔레(Petit Palais)에서는 ‘파리 1900’ 전시가 개최되었는데, 19세기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했던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에 대한 관심이 현재에도 여전히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전시였다. 이 전시는 당시의 중요한 문화이슈를 회고하고 새로운 밀레니엄의 문화도시, 파리를 아카이브 자료를 폭넓게 활용하여 새롭게 구현해 내는 한편, 스펙터클의 문화공간, 파리를 그대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연출과 전시 디스플레이가 어우러져 대중적인 아카이브 전시의 표본을 제시하고 있었다.


'대지의 마술사들' 아카이브 전시에 출품된 백남준 작품, 퐁피두센터


또한 아카이브 전시로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퐁피두센터에서 개최된 ‘대지의 마술사들(Magiciens de la Terre)’의 오마쥬 전시였다. ‘대지의 마술사들’은 주지하다시피, 1989년 장 위베르 마르탱(Jean Hubert Martin)의 기획으로 당시 인류학적 연구대상에만 머무르던 비서구의 제의적 미술을 전시의 주요 주제로 채택하여 예술적 소통을 이끌어 냈으며, 향후 서구중심, 모더니즘의 순혈주의를 거부한 주요 전시로 평가받고 있다. 당대에는 파격적 전시로서, 후대에는 전설로 회자되는 이 전시를 아카이브 자료를 활용해서 오마쥬 전시를 기획한 시도가 상당히 신선했으며, 과거와 현재의 역사적 연결고리를 제공하는 중요한 전시 콘텐츠로써 아카이브 자료가 충분히 파급력 있게 활용되는 사례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전시장 입구에 진열되어 있던 백남준의 콜라주작업 <L’art c’est [Sigma facteur de n]×[Pas] art, n=1]>은 현재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도 다른 버전이 소장되어 있는 작품이어서, 멀리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반가움이 더했던 순간이었다.



정호경(1971- )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예술사 및 전문사. SAMUSO, 대림미술관 학예실을 거쳐 현재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학예사로 근무.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외국어대에서 미술사 및 미술이론을 강의, 근대시각문화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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