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의 글로벌화>

① 위기의 국내미술시장이 살길은?

② 글로벌 스탠다드란 무엇인가?

③ 글로벌아트페어의 조건

④ 해외진출을 위한 필수조건

⑤ 미술산업의 발전전략

2014 프리즈런던 레만모핀갤러리 부스에 전시 된 이불작가의 작품

해외진출은 오래 전부터 모든 미술인들이 원하고 노력해 온 것이었지만 아직까지 별로 활발해 보이진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하여야 해외진출이 가능할까? 해외진출을 위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필수조건은 무엇일까?

우선 세계 미술계의 동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이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해외 유명 아트페어에 가보면 전시장 곳곳에서 컨버세이션(Conversation), 아티스트 토크(Artist Talk) 같은 아트페어 내 각종 부대프로그램 및 페어장 밖에서 일어나는 각종 행사장에서 전 세계에서 모인 작가, 미술관관계자, 갤러리스트, 비평가, 컬렉터, 미술정책담당자, 미술전문기자들이 현재의 세계미술계 현안에 대해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며 새로운 프로젝트들과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격동의 현장에서 아쉽게도 한국의 미술 관계자들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미술인들이 이런데 관심이 별로 없고 그들의 이너서클(Inner circle)에 대한 네트워크가 없으며, 설혹 그런 자리에 초대 받더라도 그들과 자유롭게 토론을 할 만큼 언어가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우리나라 작가들을 해외에 진출시킬 수 있는 아티스트매니저(Artist Manager)의 육성이 필요하다. 해외에 진출하자면 기본적으로 해외마케팅이 필요한데 이것은 작가가 개인적으로 직접 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K-Pop스타나 스포츠선수들이 해외 진출을 하는 데는 전문에이전트의 도움이 필수적인 것처럼 미술작가들의 해외진출도 전문적인 아티스트 매니저들의 도움이 필수적인 것이다. 이러한 아티스트매니저들이 1990년대에 잠시 나타났으나 시장의 수요부족으로 침체되어 버렸는데, 아티스트매니지먼트 제도에 대한 정부차원의 육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해외진출은 미술인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하고 다른 인문학관계자들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이 해외에서 제대로 인정받고 팔리기 위해서는 갤러리나 아트페어에서의 소개만으로는 부족하고 현지 유력 일간지의 예술이나 문화면에 미술전문기자나 평론가들에 의해 소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그 작가에 대한 소개자료나 비평자료들이 인문학자와 비평가들에 의해 완벽한 그 나라 언어로 준비되어야 한다. 이 작업은 미술전공자들뿐만 아니라 그 지역 어문학자, 인문학자, 철학자들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또한 우리나라 갤러리들의 해외진출도 필수적이다.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대표적인 한국작가들인 이우환, 서도호, 이불, 양혜규 작가 등을 모두 블럼앤포(BLUM & POE), 레만머핀(Lehmann Maupin), 빈루카치(Wien Lukatsch), 갤러리샹탈크루셀(Galerie Chantal Crousel) 등 우리나라 갤러리가 아닌 외국갤러리들이 소개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인 것이다. 지금 당장은 적자가 예상되더라도 능력 있는 우리나라 대형갤러리들이 우리나라 미술의 장래를 위해 해외에 분점갤러리를 열어 우리 작가들의 전시회를 개최하고, 현지 유명미술관에서의 전시도 주선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주어야 할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작가 자신들의 외국어 능력을 들 수 있다. 전문아티스트매니저들의 도움도 필수적이지만 작가 자신도 자신의 미술세계와 작품을 영어로 설명할 수 있고 외국의 미술계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할 것이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의 스포츠선수들도 영어로 방송인터뷰를 할 정도의 외국어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은가.

- 김형걸(1962- ) 고려대 법학과 동 대학원 법학박사(국제거래법). 미국 University of Pennsylvania Law School 법학석사. 미국 Paul, Weiss 법률회사, 한솔그룹,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에서 해외투자, 투자유치를 담당했고, 한국화랑협회 사무국장을 거쳐 현 Goodwill Advisory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