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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행복한 미술관을 꿈꾸며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건립에 부쳐

최필규

세상에 순수한 동기와 목적 그 자체로만 존재하는 예술이란 게 가능할까? 하나의 위대한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역사적 사실을 볼 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 특권층의 ‘주문’에 의해 하나의 예술품은 시작되고 지지되어 온 측면이 강하다. 당시의 사회문화적 가치관과 정서적 배경이 작품을 구성하는 중요한 하나의 축을 이룬다면, 한편으론 예술 활동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재정적 요소 또한 중요한 한 측면을 이룬다. 이런 다양한 요소들이 어떻게 조화롭게 융합될 수 있을 것인지가 오늘날 문화예술의 발전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주어진 중요한 화두이기도 하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현재 루브르박물관에 남겨진 작품의 대부분이 당시의 귀족과 왕족들의 소장품이었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작품 ‘모나리자’의 탄생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의 한 부호 엘 지오콘다의 부인인 엘리자베타가 그림 속 주인공이다. 부유층이 아내를 위해 의뢰한 초상화가 오늘날 전 세계인이 찬탄하는 위대한 예술작품 ‘모나리자’의 출발이었던 셈이다. 어디 모나리자뿐이겠는가? 지금껏 전해지는 거의 대부분의 예술이 같은 맥락에 의해 태동되었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런 배경들은 작품의 가치를 훼손하는 불순한 요소들인 것일까? 우리가 경탄하는 모나리자의 그 미소가 어떤 귀족 나으리의 의뢰로 그려진 것이란 설명을 듣는 순간 갑자기 사라지게 되는 것일까? 다행히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예술현상에 대해 존재하는 다양한 해석과 시각들이 있어 왔고 지금도 공존하고 있는 게 현실인 상황에서 어느 한 쪽만이 ‘옳다’ ‘그르다’를 논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앞으로도 꾸준한 토론과 상호 이해의 과정을 통해 합리적인 통합을 이뤄 나갈 문제라고 생각한다.



현재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재정 지원으로 마련되는 문화예술 공간으로서 향후 수원 지역 문화예술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곳이다. 항간에선 미술관 명칭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각자의 분분한 의견과 다양한 목소리들이 각을 세우는 듯 보이기도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런 상이함 자체는 하등 문제될 것 없는 자연스런 현상으로 보인다. 모두 새로운 시민문화공간으로서 미술관의 기능과 의미를 정립하려는 고민의 발로이다.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토론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결국 합리적 결론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논란의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이번 미술관 건립이 한 기업이 재정적 투자로 이루어지는 사업이라는 점과 예술의 공공성이 훼손될 것에 대한 우려인 듯하다. 두 가지 다 심도 깊은 고민과 조심스런 접근이 요구되는 문제다. 우선 ‘수원시’의 이름을 걸고 개관하는 미술관이 특정 기업의 홍보수단화 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한편 자체적 예산으로 수익구조 창출이 어려운 문화예술 분야의 취약함은 문화예술의 번성을 가로막는 고질적 문제가 있는데, 그 해결의 물꼬를 기업의 투자로부터 찾으려는 시도 또한 십분 타당한 일이다. 요컨대, 문제는 기업의 재정적 지원에 힘입어 개관하는 미술관 건립이 진정 ‘시민이 함께 누리는 문화복지의 확대’로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문제다. 그것을 위해 우리는 지금 지혜를 모으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지금은 더 이상 상류층에게만 전유되는 문화의 시대가 아니다. 예술이란 특정한 계층에 복무하는 수단이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의 행복과 삶의 고양을 위해 이바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본 전제에 동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그리 복잡할 것도 없는 것 아닌가 싶다. 명칭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나는 그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에 더 관심이 많다. 또 이미 존재하는 다른 미술관과는 어떻게 다른 즐거움과 아름다움으로 채울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루브르박물관에 걸린 작품만 가치 있는 예술이 아니듯, 수원의 미술관에서도 사람들은 뛰어난 예술과 조우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지역의 예술을 꽃피울 수 있는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세상에 빛을 볼 수 있는 곳도 이곳이었으면 좋겠다. 한편 새로운 미술관의 탄생으로 재능 있는 작가들의 활발한 작품 활동과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촉매가 되기를 바란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시민들이 주말이면 미술관을 찾아 작품과 만나고 다양한 삶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과거, 예술을 사랑하는 한 부호의 욕망으로부터 세세토록 남는 위대한 그림이 탄생했듯이 최근 기업들의 메세나 운동은 문화의 보급과 보편적 향유에 더할 수 없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문화예술에 대한 기업의 기여 방식이 사적 기업의 홍보수단으로 머물 것인가, 지역문화의 발전에 기여할 것인가 여부는 명칭을 둘러싼 왈가왈부에서 결정되기보다는 시민들의 문화적 관심확대와 기관의 창의적 운영의 결과로 판가름 날 일이라고 생각한다.


10월에 개관될 수원시립 아이파크 미술관이 명실공히 ‘시대가 원하는 예술’, ‘시민이 사랑하고 함께 누리는 예술’로 다가가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는바가 큰 사람으로서. 논의의 핵심으로 미술관을 채울 콘텐츠에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불어 지역 예술가들의 활발한 소통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도 모아 나갔으면 좋겠다. 우리의 미술관을 어떻게 만들어 나갔으면 좋을지에 대한 시민의 목소리도 들어 봤으면 좋겠다. 이런 식의 과정을 거쳤을 때, 시민들을 위한 시민의 미술관은 제대로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최필규(1956- ) 중앙대(서라벌예대), 홍익대 교육대학원 졸업. 한국아동미술학회 고문, 한국미술협회 이사, 개인전12회. 어린이체험전 국내외 다수 기획감독.『아동미술활동』(2004, 양서원)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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