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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친밀감이 필요한 미술과 대중의 관계

손원욱

방송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막내 작가 시절, 메인 작가님이 선물해 주신 두꺼운 책 하나,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였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글쓰기를 좋아하고 음악은 좋아했지만, 미술에는 문외한인 나에게 있어 그 책은 약간의 ‘두려움’이었다. 작가님의 말에 의하면 그 책은 미술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누구나 한번쯤 읽어야 하는 필독서 같은 개념의 책이며, 특히 세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는 방송작가라면 ‘꼭’ 읽어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함께 덧붙여 주셨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는 『서양미술사』를 끝까지 읽지 못하고 있다.


사실 미술은 대중들에게 있어 가까우면서도 가깝지 못한 분야이다. 골프가 대중적으로 예전보다 보편화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취미로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은, 물론 과거보다는 늘어났겠지만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것처럼 일반적이지는 못한 것처럼. 우리가 영화를 보거나 연극을 보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반해 전시회를 보러 간다고 하면 마치 좀 더 고상하고 우아한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이 대한민국에 살아가고 있는 보통 사람들의 지극히 일반적인 시각이다. 물론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분들도 분명히 있겠지만, 대중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시청자들의 입장을 생각하는 방송작가의 눈으로 바라볼 때나, 평범하게 살아가는 한 사람의 국민으로 이야기할 때에도 ‘그렇다’ 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바이다.


TV에 나오는 맛집이나 요리 프로그램들은 대중들이 쉽게 받아들이고 편하게 시청한다. 패션 프로그램도 편차는 있겠지만 비교적 즐겨 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술과 관련된 프로그램은 보통의 사람들이 쉽게 시청하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방송을 처음 시작했던 십여 년 전이나, 2015년 현재에도 그것은 별다를 바가 없다. 미술, 책, 국악 등의 특정 대상을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존재하지만 대중들이 그것을 즐겨 보지 않는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아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방송의 역할은 어리고 젊은 사람부터 나이 든 노인까지 남녀노소 어떤 사람이라도 그것을 쉽고 편하게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거기에 재미와 감동까지 있다면 금상첨화인데, ‘무한도전’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에 비해 미술과 같은 분야의 교양, 정보 중심 프로그램에서 재미와 감동을 담아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뛰어넘어야 하는 것이 방송을 제작하는 방송인들의 과제라고도 할 수 있겠다.


KBS1 <명작 스캔들>(2011.1-2012.5, 총 65부작)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연예인이나 얼굴이 알려진 전문가들과의 작업이다. 그래서 아마 조영남 씨가 출연했던 <명작 스캔들> 같은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않았을까 싶다. 최근에 TV를 보다가 아침 시간에 KBS에서 방송하는 미술관련 코너를 보았다. <진보라의 명작 수다>라는 코너였는데, 개인적으로는 조금 편하게 다가왔다. 피아니스트인 그녀가(연예인으로 알고 있는 이들도 있다.) 미술 작품에 얽힌 배경을 이야기해 주고, 전문가와 함께 작품을 보면서 설명하고 해석하는 것이, ‘미술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비교적 편하게 시청할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방송의 역할은 시청자들에게 편안하게 보여주는 것이고, 미술이라는 분야는 사람들이 편하게 다가가기 힘든 분야이다. 그것의 접점을 찾아내 방송을 통해 미술이 조금 더 쉽게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대중과 미술이 친해질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손원욱(1980- ) 대구대 국문학과, 신문방송학과 졸업. 대구대 교육방송국 제작부장. KBS 주부, 세상을 말하자(2006-07), KBS 여성공감(2007), MBC 금요와이드(2012), KBS 여유만만(2012), 일본 위성극장 팝팝서울(2013-14), SBS 모닝와이드(2014) 등 방송 프로그램에서 방송작가로 활동.『내 마음 속의 세상풍경』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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