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75)새로운 현대도예를 꿈꾸다

김병수

“요업(窯業)은 흙이나 돌 등을 원료로 하여 이것을 소성(燒成)해서 기물을 만드는 도자기 외에도 초자(硝子), 칠보, 시멘트 벽돌, 기와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 중에 주요한 것은 ‘도자기’이다.”라는 발언이 1991년 출간한 미술평론가 이경성의 『공예개론』에 게재되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역임한 그의 발언은 현대미술 속에 도예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2015년 4월 24일 개막일에 다녀온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라는 긴 이름이 이 뜻을 감당하고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색: 세라믹 스펙트럼’이라는 주제 아래 행사가 열렸던 이천, 광주, 여주 세 곳은 이미 역사적인 의미에서 도자기를 품고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아쉽게 스스로를 사랑할 줄 모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세계의 도자/도자의 세계가 변하고 있는 모습을 스스로도 감당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형식은 현대미술의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동시대적인 담론을 형성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좀 더 섬세한 기획이 필요해 보인다. 『나는 고발한다』로 유명한 프랑스의 에밀 졸라는 살롱전에 대한 미술비평에서 “살롱에 작품을 전시하도록 선발된 작가들을 평가하기에 앞서, 나는 심사위원들부터 평가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고 썼는데 이는 도자비엔날레의 공모전에도 해당하는 것 같다. 왜 주체적인 심사가 아니라 각국의 나눠먹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까? 내용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다양한 국적의 인사들이 경쟁 부문을 담당한다. 이 행사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도 못하는 사람들이 온다는 뜻이다.


다시, 묻자! 도자기, 도예, 도조란 무엇인가? 그리고 ‘현대도예’란 무엇인가? 이렇게 다양한 맥락을 서로 가로지르고 충돌시키면서 창출하는 세계가 바람직한 비엔날레의 모습일 것이다. 그릇이 도자기이고 그것을 예술적으로 감상하는 것이 도예라면 조각과 결합한 도조를 쉽사리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갑자기 현대 도예를 말한다면 겨우 현대미술(Contemporary Art)과 관련지어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현대미술이 수용한 현대도예와 현대도예가 감당하는 혹은 해야하는 현대미술을 동시에 검토해야 한다. 이때, 도자비엔날레가 자신의 몫과 역할을 감당하는지 의심스럽다. 한국의 도자기가 지닌 그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드러내지도 못하고 새로운 도자 예술의 비전도 모색하지 못하면서 겨우 한국 근/현대미술의 뒤만 답습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현대미술 속의 현대도예, 세계문화 속의 ‘경기문화’

아주 작은 변화에서 세계가 바뀐다. 도예에 대하여 현대예술의 정신을 더하자. 과학과 산업이 각광을 받고 있는 현실에 대한 반동으로 예술가들은 꿈속으로, 혹은 자신들은 아직 이해 못하는 조악한 천상 세계로 도피할 수도 있다. 도피와 절충이 아닌 합리적인 판단에서 우리의 관심이 어떠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환원과 확산’은 한국의 근/현대 미술을 요약하는 미술평론가 이일의 트레이드마크이다. 그런데 갑자기 ‘수렴과 확산’이라니! 특별기획전으로 마련한 이 전시의 제목인데 더구나 영어로 부기된 제목을 번역하면 ‘융합과 초월’에 가깝다. 도대체 이 어리둥절한 제목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아마도 다양한 세계를 융합한다는 의미의 수렴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거기에는 경계를 넘어서는 초월이 필요했다. 정말 현재 세계 도예계가 이러한 낱말들로 정리가 될까? 도대체 근거가 없다. 


깊은 전설과 동시대 흐름을 동일 공간에 잡지 못하는 것은 단순한 능력 부족을 넘어서 이유 혹은 근거 없는 낭비를 의미한다. 스스로의 존재 근거를 물어야 할 때이다. 차마 여기서 한국의 비엔날레 서열을 묻기도 민망하다. 스스로 물어라! 비엔날레는 전문성과 함께 ‘이슈 파이팅’의 능력이 있어야 한다. 창피하지 않은가? 끼리끼리 모여 앉아 나누는 담소가 행복한가? ‘인사 문제’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이슈를 터트린 적이 없는 비엔날레! 그래서 다시 묻게 된다. 현대도예는 무엇일까? 그릇의 쓰임새와 미적 완상(玩賞)을 넘어서 자연에 바탕을 둔 근원적 비판과 동시대적 비판/성찰에 까지 이르는 모습이다. 비엔날레와 현대도예가 스며드는 현장이 절실하다. 과연 이러한 기본을 ‘한국도예계’ 혼자서 감당할 수 있을까? 



김병수(1963- ) 홍익대 대학원 미학과 박사 수료. 서남미술관 큐레이터,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특별전 ‘세라믹스리빙오브제 공모전’ 심사위원장(2013), 목원대 대학원 기독교미술과 강사.『미술평단』미술평론상(1997), 월간미술대상(학술·평론) 대상(2012) 수상. 평론집『하이퍼리얼』(2011)과『트랜스리얼』 (2013),『미술의 집은 어디인가』(2015) 출간.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