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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독일 국립중앙미술사학연구소: 세계적인 연구소를 찾아서

김승호


독일 국립중앙미술사학연구소 『미술사의 기초개념』출간 100주년 기념행사

2016년 병신년(丙申年). 재간둥이 원숭이가 한국미술계에 희망을 선사할 수 있을까. 녹녹치 않은 한국미술계에 독일 뮌헨 소재의 국립중앙미술사학연구소(Zentralinstitut für Kunstgeschichte München)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술사학의 대부인 하인리히 뵐플린의 저서 『미술사의 기초개념』(1915)출간 100주년 기념행사(2015.10.28-2.26)도 주관한 연구소를 들여다보자.

국립중앙미술사학연구소는 로마의 헤르치아나, 런던의 코톨트, 시카고의 미술연구소와 함께 세계 4대 연구소에 속한다. 연구소의 건물과 역사도 색다르다. 왜냐하면 나치정당이 자리했었고 2차 대전 패전 후 1946-47년 미군의 Central Collecting Point(CCP)가 설립되어 도난미술품을 관리했던 건물이 1948년을 시작으로 세계적인 연구소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도난미술품과 정치적인 이데올로기가 미술에 폭력과 억압을 가한 연구서적도 서슴없이 출간한다. 세계적인 학자들이 교류하고 연구하는 모습이 도서관을 가득 메운다. 5만 권에 달하는 전시도록, 55만권이 넘는 전문도서, 1,100개가 넘는 미술 전문잡지·학술지 정기구독, 1만 5,000권에 달하는 현대미술작품 도록과 작가도록, 90만 점이 넘는 미디어자료, 77만 개에 달하는 흑백사진자료, 4만 개가 넘는 슬라이드원본(1943-45), 5만 권의 옥션도록, 나아가서는 2009년 바이에른의 주의 공작이자 소장가인 프란츠가 소유한 도서관과 1만 5,000권에 달하는 현대미술 전문도서가 기증되어 연구자에겐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을 정도다. 풍부한 자료소장이 연구비 지원으로 활용되기 마련이다. 알렉산더 폰훔볼트재단을 비롯해, 게르다행켈학술재단(Gerda Henkel), 독일연구연합(DFG), 프릿츠티센재단(Fritz Thyssen), 독일학술교류처(DAAD), 플브라이트(Fulbright), 독일 주정부에서 선발된 연구자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연구발표를 통한 국제적인 인지도를 확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립중앙미술사학연구소는 연구 분야를 세분화하여 국제적인 위상을 드높였다. 연구소의 핵심 분야를 살펴보자면, 첫 번째 범위는 역사적으로 기록되고 입증된 증거물인 오브제를 연구하고, 재료적인 측면에서의 전통, 역사적인 기술, 건축과 디자인 분야도 포함된다. 따라서 다양한 연구프로젝트와 출판으로 이어져 그야말로 전 세계에서 유일한 연구기관으로 우뚝 섰다. 두 번째인 지식과 학문으로서의 미술사는 핵심 분야로서 세계 각국의 학자들에게 연구의 틀을 제공한다. 박물관, 소장품, 미술비평, 유물보존학 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적인 측면에서의 미술, 담론, 미술사, 지역성을 동시에 아우르고 학자들과 석학들의 정기적인 학술발표는 전문성을 담보한다. 세 번째 분야는 역사와 정치적인 공간과 글로벌한 문맥에 초점을 맞추어 현대미술작품이 이데올로기로 도구화된 것을 생산자와 수용자, 매개자(갤러리, 중개자, 전시기획자, 비평가 포함) 측면에서 고려한다. 여기서는 글로벌적인 시각에서 미술이 전달하는 질문을 미술학의 중요한 과제로 수용하고, 자본화되어가는 동시대미술에 감찰사의 역도 맡았다. 네 번째 출판 분야는 부러울 정도다. 미술사학자·비평가에게 필수인 1951년부터 집필과 편찬하는 『리얼사전(RDK)』, 월간지인 『미술사연대기(Kunst Chronik)』는 세계적인 학술지로 등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유럽과 북미의 미술사전공자들의 학위논문도 공식적으로 인정하여 국제적인 네트워크도 제공한다. 1948년 창간호를 시작으로 연간 11권을 독일어,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로 출간하는데 자연과학의 『사이언스지』에 비견된다.

Central Art Collecting Point에서 Central Art Institute로 이어달린 국립중앙미술사학연구소. 나치시대의 도난미술품 반환에서 현재는 세계 각국의 박물관 미술관의 전시도록 및 소장품 도록이 소장된 연구소로 거듭났다. 도서관 운영 및 도서 구입비는 연구재단과 여러 기업들이 동참한다. 세계적인 기업인 지멘스(Siemens)도 후원자로 나섰을 정도다. 다만 중장기로 연구하는 연구원들과 달리 일반들에게는 도서관의 출입을 제한하고, 아시아 자료실에 한국미술에 관한 자료가 전무하여 안타까움이 적지 않다.


- 김승호(1962- ) 독일 프라이부르크알버트르드비히대 및 동대학원 미술사학 전공, 철학박사. 독일 국립중앙미술사학연구소 국책연구원 역임, 홍익대, 이화여대, 한예종, 가톨릭대 출강, 현 동아대 교수. 헤럴드 한국문화경영대상 수상(2014). 『제3의 한국 현대미술, 그러나 어떻게?』(한국학술정보, 2014)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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