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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미술교육 : 수난시대에서 희망으로 전환되기까지 - 독일 미술대학을 찾아서

김승호

취업률이 대학평가의 기준이 되어버린 오늘날, 한국의 미술교육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교육현장까지 스며들어 수난시대에 던져야 할 문제의식이다. 입시에서 졸업까지 드는 경비와 시간에 비해 소위 유명한 미술인(작가, 큐레이터, 평론가 등)은 극소수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엔날레가 개최되는 대한민국의 미술교육은 겉과 속이 매우 다르다.


드레스덴미술대학 졸업 시상식


미술교육은 자율권과 작가양성이 한 몸이라는 강령을 지녔다. 국가 간의 경계마저 사라진 21세기형 미술교육, 독일 미술대학을 들여다보자. 유럽의 통합과 더불어 사회경제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미술대학들은 대부분 자율성과 작가양성이 하나임을 고수한다. 통독 이후 분교를 포함해 총 31개의 미술대학은 독립된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유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가가 되었다. 학생들은 입학 후 졸업까지 한 명의 지도교수 밑에서 배운다. 물론, 학비가 무료인 것도 해외의 유학생들이 모여드는 이유이겠지만 한해에 1명이나 2명 정도만이 입학이 허용되는 극소수의 정예를 양성하는 특수성이 중요하다.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는 미술대학에 입학하더라도 모두가 졸업하는 것은 아니다. 석사학위 청구전만 보더라도 지도교수 외에 실기교수, 이론교수, 미술관 큐레이터, 학생처 심사위원만이 참가하여 토론과 평가가 철저하다. 2015년 여름 드레스덴미술대학의 초청으로 외부인사로 참가한 필자에게 다가온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입학의 기준은? 판단 기준은 잘 그렸는가가 아니라 예술가적인 능력·잠재력이 있는가 여부다. 평가는 해당 미술대학의 교수들이 한다. 시험생이 제출한 포토폴리오는 창의적인지 예술가적인 아이덴티티를 보이는지, 그리고 작가로서 잠재력과 가능성을 본다. “미술은 교육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교육이념에 예술가적인 능력, 방법론과 작업의 컨셉을 구체화하는 것이 미술대학의 과제라는 말이다. 예술가적 컨셉을 발전시키는 것이 미술교육의 과제이다 보니 자연스레 학원교육이 설 자리가 없고 대학교수를 임명할 때도 박사학위나 이후의 교수자격논문이 아니라 작가로서의 역량과 뛰어난 작업이 중심이 된다. 작가가 교수이고, 교수가 작가라는 등식이 성립되기 마련이다. 실기박사를 허용하지 않는 제도에도 불구하고 국제평가에 따르면 유학선호도가 제일 높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작가가 가장 많이 배출된 미술대학이다.


미술교육은? 독일의 미술대학은 주정부 교육부 산하에 속해있으며 주에 속한 미술대학들은 상호 간 협력과 협의가 원활하다. 독일국제교류재단의 책임큐레이터이기도 한 드레스덴미술대학장 마티아스 플뤼게(Matthias FLUGGE)가 주정부 교육부의 교육정책에 참여하듯이 독일의 미술교육은 교육기관의 수장과 교육부 장관 및 실무자가 공동으로 결정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유기적이자 실천적이자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 형식보단 내용에 충실한 교육 방침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것을 시사한다. 분단의 흔적을 간직한 구 동독의 드레스덴에서 세계적인 작가인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가 배출되었고, 미술대학의 바로 옆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알베르티나박물관과 현대미술관이 공존한 시스템이 주는 매력은 크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독일의 미술대학, 누구에게나 문은 열려있으며, 출신 성분과 무관한 기회균등이 미술교육에 깔렸다. 오로지 작가로서의 재능과 능력만으로 선출되고 배출되는 교육시스템은 자유민주주의의 또 다른 이름일 것이다. 미술 창작을 법적으로 규정할 수 없다는 교훈이 재학생들에게는 치부의 역사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작업을 수용하게 하였고, 시대정신과 창작이 떼려야 뗄 수 없다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부정이 새로운 것을 창작하게 한다는 교훈이 뒤셀도르프미술대학을 세계적인 교육기관으로 성장하게 했듯이 프랑크푸르트미술대학은 설치미술의 중심이 되었고, 형상회화의 부흥을 일으킨 라이프치히 화파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의 미술교육, 수난시대는 희망을 품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교육기관의 쌍방향 소통이 전제되어야 하고, 자율성과 독립성이라는 교육이념이 전제되어야 하며, 창작이 시대정신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이 교육현장에서 실현된다면 우리의 희망은 밝을 것이다



김승호(1962- ) 독일 알베르트루트비히프라이부르크대 및 동대학원 미술사학 전공, 철학 박사. 독일 국립중앙미술사학연구소 국책연구원 역임, 홍익대, 이화여대, 한예종 등 출강. 헤럴드 한국문화경영대상 수상(2014). 『제3의 한국 현대미술, 그러나 어떻게? 』(한국학술정보, 2014)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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