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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예술과 사색의 섬, 나오시마

김영나




이우환미술관 조각공원 ⓒ이순령


 나오시마(直島)를 향해 떠나며 서울아트가이드에 언제 처음 소개되었는지 찾아보았다. 달진닷컴에는 주요잡지 목차가 아카이빙된 ‘연속간행물’코너가 있어 칼럼 게재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06년 10월호에 게재된 일본예술이야기에 당시 서울벤처정보대학원 교수님이셨던 조은정 선생님께서 나오시마 지추미술관에 대해 써주셨다. 그 후로도 나오시마를 다녀온 독자들의 감상이 여러 차례, 또 미술관 건립이 논의 될 때 나오시마는 늘 모범사례로 꼽혔다. 작년에는 후쿠다케 소이치로 베네세홀딩스 회장의 인터뷰도 게재된 바 있다. 2017년 6월 김달진미술연구소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10명이 함께 나오시마를 방문하게 된 건 조은정 선생님의 글로부터 10여년이 지난 후이다. 미술계에 종사하지만 모두 함께 떠나는 일은 이토록 쉽지 않았다.


다카마츠(高松)에서 출발하는 첫 페리를 타고 나오시마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쿠사마 야요이(草間 彌生, 1929- )의 <빨간 호박>과 그 뒤로 펼쳐진 세토 내해(瀬戸内海)를 감상하는 일이다. 좁은 바다 너머로 이웃 섬들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는 해안을 따라 걷다 보면 낯선 여행객을 겁 없이 따라와 먹이를 재촉하는 사랑스러운 고양이도 만날 수 있다.


남쪽, 베네세 아트사이트


2004년 개관한 지추(地中)미술관은 작가 클로드 모네, 제임스 터렐, 월터 드 마리아 3인의 작품을 영구전시하기 위해 지어진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이다. 그의 건축은 국내에서도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는데 나오시마의 지추미술관에서 전시작품과 이를 둘러싼 미술관 건축물의 가장 높은 수준의 조화로움을 마주할 수 있었다. 작품과 작품 사이의 여백을 넘어 지추미술관의 복도와 공간은 그 구석마다 발걸음을 멈추도록 눈길을 끈다. 2010년 개관한 이우환미술관은 조각정원에서부터 사색을 시작하게 된다. 돌과 철판,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18m에 달하는 6각 오벨리스크 세 오브제는 건물 안으로 들어설 때까지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관계를 통해 여운을 느끼게 한다. 내부는 지추미술관처럼 작품과 공간의 관계에 집중했다. 1992년 개관된 베네세하우스미술관은 건축이 주는 여백의 존재감이 큰 지추미술관, 이우환미술관보다 보다 익숙하게 알고 있는 전형적인 ‘미술관’에 가깝다.다양한 소장품이 지하부터 2층까지 전시되어 있으며 베네세 아트사이트 나오시마 소속인 다른 미술관의 건축 모형도 이곳 아카이브에서 볼 수 있다.


동쪽, 혼무라 이에프로젝트


나오시마 섬의 동쪽인 혼무라(本村) 항에서는 1998년부터 시작하여 150-200년된 오랜 일본전통가옥을 전시공간으로 뒤바꾼 이에프로젝트(家 プロジェク, Art House Project)를 볼 수 있다. 별도 예약이 필요한 긴자를 제외한 6곳은 혼무라 라운지&아카이브에서 통합입장권 구입이 가능하다. 카도야(1998), 미나미데라(1999), 긴자(2001), 고오 신사(2002), 이시바시(2006, 2009), 고카이쇼(2006), 하이샤(2006) 가운데 6곳을 돌아보았다. 작품에 대한 감상 이전에 지역민들이 주축이 되는 이에프로젝트의 운영이 눈에 들어왔다. 지도를 들고 마을 한복판을 돌아다니는 관광객을 미소로 맞이하며 작품감상법을 일본어와 영어로 되풀이하여 설명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낯선 지역을 배회하는 순례자에게 보여주는 한결같은 친절함에서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예술이 지역주민에게 짐이 아니라 자부심이 될 때 공공미술프로젝트가 가장 빛날 수 있지 않을까. 베네세하우스미술관부터 거의 20여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미술이 나오시마에 활력과 여유가 되어온 것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고 국내에서도 이런 모습을 곧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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