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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공간마케팅의 끝판왕, 츠타야

전동휘

기업 또는 쇼핑몰마다 아트워크나 갤러리를 통해 공간의 격을 높이는 시도들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최근 들어서는 도서관이나 서점을 공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는데, 신세계가 운영하는 코엑스몰에 위치한 ‘별마당도서관’과 현대카드의 ‘디자인 라이브러리’, ‘트래블 라이브러리’,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이 그렇다. 복합휴양단지 아난티코브도 부산에서 라이브러리형 초대형 서점 ‘이터널 저니’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을 유입시키고 체류 시간을 늘려 주는데 책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일 테다. 이러한 시도의 원조는 일본의 ‘츠타야(TSUTAYA)’라고 볼 수 있다.

‘츠타야’는 책과 잡지를 판매하고 음반, 영상물을 대여하는 일종의 서점과 CD, DVD 렌탈점이 결합한 플랫폼으로 1983년 시작됐다. 일본에서는 편의점만큼이나 쉽게 볼 수 있는 브랜드로 일본 전역에 1,500여 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츠타야’는 책과 비디오를 한데 모았을 뿐만 아니라, 밝은 느낌의 상점에서 라이프스타일을 집약시킨 개념으로 탈바꿈시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츠타야의 모델은 몇 차례 변화의 모습을 거치는데, 두 번째 모델은 일본 최초의 ‘카페형 서점’으로 알려진 츠타야 롯폰기점으로 서점 안에 스타벅스가 함께 들어와 있다. 그리고 세 번째 모델이 바로 츠타야 다이칸야마점이 있는 ‘T-SITE GARDEN’으로 유동량이 많은 곳으로 찾아가는 것이 아닌 기획을 통해 유동량을 만들어내는 시도이자, 서점만이 아닌 쇼핑, 문화, 힐링과 사교, 여행의 경계가 허물어진 공간이다. 신기한 것은 일방문객수가 1만 명이 넘는 공간이라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붐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20만여 권의 서적 보유량에도 압도당하지도 않는다. 나무로 처리된 편안한 인테리어가 소리를 제어해주고, 곳곳에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의자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이러한 개인화된 공간이 많아서라는 판단이다.

좀 더 진화된 츠타야의 전략모델이 도쿄 서부 후타고타마가와역 앞 라이스몰에 오픈한 츠타야 가전(TSUTAYA Electrics)이다. 가전양판점이 결합된 모델로, 독서뿐만 아니라 쇼핑, 사교를 단 한 번의 방문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경계가 사라진 좀 더 정교한 형식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예를 들어 토스트에 관련한 요리책 옆에 토스터나 식재료를 옆에 두고 판매하는 식이다. 그렇다고 모든 브랜드를 묶어만 놓은 것이 아니라 츠타야의 감성에 맞는 아이템들을 선별해 놓은 편집매장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좋겠다. 이곳도 다이칸야마점처럼 곳곳에 대형 테이블과 의자를 갖춰져 있다. 특히 화분을 활용한 플랜트 인테리어를 통해 어느 공간에 있어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 결국, 오래 머무를 수 있게 하는 장치를 통해 2차, 3차 소비를 유도해 객단가를 높이는 전략을 구사한다. 가장 최근에 오픈한 도쿄의 핫한 쇼핑몰 긴자식스의 최상층에 위치한 츠타야 긴자식스점은 상대적으로 적은 면적을 고려해 좀 더 큐레이션을 강조한 동선유도가 돋보였다. 

다케오시립도서관


츠타야의 이런 전략이 공공시립도서관에 도입됐는데 ‘다케오시립도서관’의 이야기이다. 후쿠오카에서도 기차로 1시간여 떨어진 다케오시는 인구 5만 명의 조그마한 쇠락한 온천 도시에 불과했는데, 침체된 도시에 활력을 불어놓고자 다케오 시장이 도서관 리모델링과 운영을 츠타야에 맡긴 것이다. 2013년부터 위탁 운영이 시작됐고, 현재는 연간 100만 명이 도서관을 찾고 있으며 이 중 40% 이상이 타 지역에서 찾아온다고 한다. 츠타야와 함께 항상 따라다니는 브랜드 스타벅스를 입점시켜 열람실에서도 자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볼 수 있다. 또한, 도서, 음반 대여 시스템은 자동화 기기를 활용하고 저녁 9시까지 개방해 시민들이 늦은 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  츠타야 다이칸야마점에서만 도서매출이 연 1조 원을 넘는다고 한다. 고객의 취향을 캐치하고 그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츠타야의 성공적인 전략은 이렇듯 공공분야에서도 기여하고 있다. 도쿄를 넘어 규슈의 조그마한 소도시를 부활시킨 츠타야의 저력은 서점으로서의 정체성만으로 국한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미술 공간들도 충분히 적용할 부분이 있어 보였다. ‘융합’이라는 단어가 더 힘있게 느껴지는 날이다.


- 전동휘(1975- ) 홍익대 예술학과 졸업, 동대학원 수료. 성곡미술관, 가나아트갤러리, 사무소, CJ문화재단, SK플래닛, 파라다이스문화재단 근무. 현 파라다이스시티 미술담당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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