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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병 주고 약 주는 국제아트이벤트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김성호

2018광주비엔날레 국내외 기자 초청설명회

2018부산비엔날레 전시관람중인 문재인 대통령 내외, 
부산비엔날레 제공


비엔날레의 가을이 돌아왔다. 이 좁은 남한의 땅덩어리에 비엔날레라는 이름의 국제아트이벤트는 무려 14개에 이른다. 너무 많다고 한다. 매번 ‘그 나물에 그 밥’일 뿐이라며 비엔날레 무용론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도대체 왜’라는 질문을 품고 광주와 부산으로 간다. 

올해, 12회가 된 2018광주비엔날레는 ‘상상된 경계들(Imagined Borders)’이라는 다소 진부한 주제를 화두로 국내외 11명의 큐레이터가 7개의 전시에서 43개국 165팀의 30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장의 규모는 역대 최대이고, 참여 작가 수도 많다. 기존의 광주비엔날레전시관 외에도 덩치 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주제전의 무대로 삼아, 행사 전 미술인들의 기대와 우려를 키웠는데, 그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오래 묵은 거시 주제’를 풀이하는 큐레이터들의 섹션별 주제 해석은 나름 진지했고, 출품작들은 빛났음에도, ‘공간 따로 작품 따로’의 전시 현장이 수시로 발견된다. ‘원래 멋진 공간’을 더 멋지게 만들어야 할 ACC창조원에는 ‘공간도 작품도 모두 죽인 상황’이 수시로 목도된다. 총괄 수장이 있음에도, ‘있다고 말하기 어색한 조직 구성’ 때문일까? 큐레이팅에 나선 장군들은 많은데, 그 실제가 아쉽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비엔날레전시관은 예전처럼 볼만하고, 광주의 유무형 자산을 연구한 ‘GB커미션’의 장소특정적 전시는 신선하다. 더욱이 올해의 새로운 위성프로젝트 실험인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광주를 문화적 거점 도시로 정초시키는 데 있어 매우 유효해 보인다.

제9회를 맞이한 2018부산비엔날레는 ‘비록 떨어져 있어도(Divided We Stand)’라는 주제 아래, 리쿠페로(Cristina RICU-PERO) 전시감독과 하이저(Jorg HEISER) 큐레이터에 의해서 34개국 66인(팀)의 125점의 작품들이 초대를 받았다. 주제는 릴레이로 광주를 이어받은 느낌이다. ‘광주’가 ‘국가, 민족, 영토의 경계’뿐 아니라 ‘상상의 경계’를 주제로 포섭하고 있듯이, 부산 역시 ‘물리적 분리’와 ‘심리적 분리’를 한데 아우른다. 전시 장소는 새롭다. ‘ 부산현대미술관’과 ‘구 한국은행 부산본부’가 그곳! 전자에서 과거-현재를 소환해 탐구한다면, 후자에선 공상과학적 요소를 통해서 현재-미래를 조망한다. 올해 ‘ 부산’은 ‘탈메가비엔날레’를 선언하면서 참여 작가 수를 이전보다 확 줄였다. 그런 까닭은 실상 따로 있다. 작년 말, 전임 집행위원장이 비리, 전횡 의혹을 받고 자진 사퇴한 이래, 신임 집행위원장의 선임이 늦어진 만큼, 감독 선임도 늦어졌고, 촉박한 전시 준비 일정에 화답하듯, 규모가 축소된 것이다. 그런데 위기가 오히려 득이 되었다. 광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람의 집중도를 높였다는 평이다. 광주의 복잡함이 부산의 단순함을 살려 준 것일까? 아니면 감독을 도와 집행위원장과 게스트큐레이터가 발로 뛴 탓일까?

비엔날레는 우리에게 ‘병도 주고 약도 주는’ 시대를 읽는 거울이다. 그래서 막대한 국민 혈세가 지원되는 ‘광주비엔날레’나 ‘ 부산비엔날레’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크다. ‘광주’는 93억 원 예산 중에 올해 일몰제로 국비가 9억 원으로 줄었으나 2016년에는 31억 원의 국비를 받았다. ‘부산’은 올해 34.2억 원 예산 중 9.5억 원의 국비를 받았다. 그런 탓일까? 비엔날레 측은 연일 새로운 의미를 설파하고, 공영 방송은 대개 보도 자료를 그대로 읽지만, 기자나 평론가는 망설임 없는 비엔날레 때리기에 나선다. ‘광주’나 ‘부산’은 마땅히 비판의 포화를 받아야만 하는 것인가? 아니면 응원과 격려를 받아야만 할까? 관자의 몫이다. 기획자의 의도를 살피고 출품작을 감상하면서 ‘시대의 상처’로부터 치유와 마음의 위안을 받고자 비엔날레를 찾는 다수의 관객의 몫 말이다.


- 김성호(1966- ) 파리1대학교 미학예술학 박사. 미술세계 편집장(2005), 쿤스트독미술연구소장(2008-09), 중앙대 겸임교수(2009-10), 2008창원아시아미술제 전시감독, 2014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2015바다미술제, 2016순천만국제자연환경미술제, 2018다카르비엔날레 한국특별전 예술감독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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