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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미술 작품의 소장과 전시권

장보람

“어떤 작품을 소장해야 해?” 요즘 주변 지인들로부터 심심찮게 듣는 질문이다. 최근의 트렌드인지, 미술품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 미술품 수집가인 찰스 사치(Charles SAATCHI)가 YBAs(Young British Artists)라 불리는 영국의 청년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하고, 이를 전시함으로써 영국의 현대미술을 부흥시켰던 것처럼 컬렉터들이 젊은 작가들의 미래에 투자하고 그 작품을 소장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필자가 미술관에서 근무하던 시절, 작품을 소장한다는 것은 미술에 관심이 많은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홈 스타일링이 잘된 어느 아파트 복도에 본인이 소장한 미술 작품이 걸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미술품 투자가 보편화되어가고 있다. 미술 업계에서 보면, 미술 작품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증가한다는 것은 매우 희소식이라 할 수 있다.

필자의 주변 지인 중에는 이미 여러 작품, 필자가 보기에도 매우 탐나는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작품을 보는 안목이 좋은 건지, 처음부터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기 시작한 건지 알 수는 없으나, 거실에 걸린 작품을 볼 때면 항상 부러운 마음이다.



데미안 허스트, 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 1991, 
Tiger shark, glass, steel and formaldehyde solution, 213×518×213cm, 런던 사치갤러리 소장
*위 이미지는 본문에 게재된 사례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는 작품입니다.

작품을 소장하다 보면 본인만 작품을 보기 아까워서인지, 자신의 사무실이나 건물 복도 등 공공장소에 전시하듯 작품을 걸어두는 경우들이 있다. 저렇게 작품을 걸어두는 것이 과연 미술품 원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미술저작물의 원작자, 즉 저작권자에게는 저작권법 제19조의‘자신의 미술저작물 등의 원작품이나 그 복제물을 전시할 권리’인 전시권이 있다. 전시권은 미술저작물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모니터나 스크린 등으로 화면에 의한 디스플레이의 경우에는 전시권이 미치지 아니한다. 전시권은 미술저작물 원작품뿐만 아니라 ‘복제물’에 의한 전시에도 그 영향이 미친다.

또한, 전시권은 ‘공중’에 대한 전시를 대상으로 하므로 가정이나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내에서의 전시에는 그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실제 전시권이 문제가 되는 것은 경매 등으로 미술품 원본을 소유하게 된 자가 자신이 원하는 공간에서 공중에 대한 전시를 하는 경우, 원본 소유자의 소유권과 저작권자의 전시권이 충돌하는 경우이다.

위 같은 경우 원본 소유자는 ‘작가의 동의 없이’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가능한데, 이는 작품을 거래할 때 전시에 대한 기대를 수반한다고 보아 저작권자의 전시권을 일정 조건 하에서 원본 소유자에게 허용하는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본이 매우 비싼 작품이어서 이를 전시하기 부담스럽다는 생각에 해상도 높은 카메라로 촬영, 인쇄한 후 그 사본을 전시하는 것은 저작권자의 복제권과 전시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되어 반드시 원작자로부터 이용허락을 받아야 한다.

다만, 저작권 보호기간이 만료한 경우, 즉 저작권자가 생존하는 동안과 사망한 후 70년(한미 FTA 체결 이후 2013. 7. 1.부터 기존의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이 지난 경우라면 저작권자의 이용허락 없이도 전시가 가능하다. 유명 미술작가의 작품을 고해상도로 프린트하여 대여하는 서비스가 가능한 것도 바로 위 보호기간이 만료한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원작자의 온기와 열정이 담긴 미술 작품을 나의 소중한 공간에 전시하는 상상만으로 벌써 행복하다. 미술 작품에 투자하여 소장한다는 것은 결국 원작자의 고유 작품에 대한 권한을 공유하는 것과 같다. 단순한 아름다움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가치에 대한 투자인 것이다

- 장보람(1977- )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 석사, 전남대 로스쿨 법학 석사. 일민미술관 학예실, 홍익대 미술·디자인대학 강사 역임. 지식재산연구원 우수논문 특허청장상 수상.『 명화로 보는 미술의 모든 것』(시공주니어, 2010),『 신나는 법 공부』(팜파스, 2015) 지음. 현재 인천지방법원 상근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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