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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문화전쟁으로서의 미술시장

박철희

중국 상하이 파워롱미술관, ‘한국추상미술:김환기와 단색화’, ‘미술사:40×40’ 전시포스터


한국 미술시장이 안 좋다고 한다. 그렇다면 세계 굴지의 갤러리인 페로탱갤러리, 페이스갤러리와 리만머핀갤러리가 차례로 서울로 들어오고 아트바젤을 운영하는 스위스 MCH그룹이 한국 코엑스에 임대 문의를 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답은 ‘한국미술’ 시장이 상대적으로 안 좋은 것일 뿐 한국시장이 침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미술 시장의 침체는 자국문화에 대한 낮은 자존감과 정보비대칭, 개방과 공유 등의 시장전략 부재라는 본질적 문제들의 개선이 더디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미술 시장에서도 이런 문제점들이 몇 가지 눈에 보였다.

지난 3월 개최된 아트바젤 홍콩에 참여한 갤러리들의 판촉 전략을 점검하기 위해 중국 대표 검색엔진 바이두(百度)에 한국작가 및 관련 갤러리의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안타까웠다. 중국은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대표적 인터넷 서비스가 중앙정부로부터 통제되고 있기 때문에 현지화 전략이 필수적이다. 아트바젤 홍콩이 세계 각국의 컬렉터를 상대하는 국제행사라고는 하나 홍콩은 중국에 속해 있고 주요 고객층 또한 중국 컬렉터임에도 대부분의 판촉 전략은 서구권을 향해 있었다. 다른 하나는 2017년 개장한 파라다이스시티가 선보이고 있는 작품과 전시에 대한 것이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카지노와 호텔업을 주 수익모델로 하고 있어 국내에 있지만 실상 그들의 손익분기점까지 좌지우지하는 주 고객은 중국관광객이다. 그럼에도 파라다이스에서 보여주는 작품과 전시에서 중국작가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아쉬웠다. 중국인의 시각에서 자국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호텔은 그렇지 않은 곳과 상대적으로 문화적 이질감이 덜 할 것이다. 다른 측면으로 관광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층은 중국 컬렉터 층과도 겹쳐진다. 중국작가와 한국작가를 함께 소개한다면 중국에 한국미술을 효과적으로 소개하는 좋은 통로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그곳에서 보이는 작품은 대부분 서구권 작품이다.

중국 대표 현대미술작가 중 한 명인 쩡판즈(曾梵志, 1964- )의 기획으로 가고시안갤러리 홍콩에서 ‘세잔, 모란디, 그리고 산유’ 전시가 지난 5월 11일까지 진행되었다. 프랑스의 폴 세잔과 이탈리아 조르조 모란디와 함께 중국 근대화가 산유(常玉, 1901-66)를 소개한 전시로 중국 현대작가의 문화자존감을 드러냄과 동시에 산유와 쩡판즈란 작가를 세계의 컬렉터들에게 효과적으로 소개하는 전시였다. 쩡판즈는 소더비경매에서 2013년에 약 270억 원($23,269,025)의 경매가를 올린 바 있으며 현재 가고시안갤러리 전속작가다. 많은 유명갤러리들이 최근 중국자본을 유입하는데 용이하도록 중국작가들을 전속으로 대거 영입했으며 중국권 컬렉터를 목표로 하는 위와 같은 전시를 연달아 개최하고 있다. 유무형의 극명한 차이가 있는 국가 간 비교는 그 자체로는 무의미하다. 그러나 그 비교를 통해 수면 아래에 놓인 문화지형도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 문화 권력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흘러갔던 것과 같은 흐름이 중국과 인도의 성장과 함께 또다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상하이 파워롱미술관은 ‘한국추상미술:김환기와 단색화(2018.11.8-2019.3.2)’와 함께 중국현대미술작가 40인의 1978년부터 2018년까지를 다루는 ‘미술사:40×40(2018.11.9-2019.3.3)’를 같은 시기에 선보였다. 초대 받은 한국미술계 인사들은 그곳에서 각기 많은 생각들을 했을 것이다. 중국정부는 미술시장을 홍콩에서 본토로 점차 옮기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중국작가들도 과거 베이징과 상하이와 같은 도시에서 난징시(南京)와 서부지역 청두시(成都) 등으로 작업실을 옮기고 있다. 미술시장을 보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지역으로 이전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이 시간 한국미술계는 어떤 변화를 준비 중인가? 


- 박철희(1975- ) 원광대 서예전공 학사 동 대학원 석사, 2016-2018 중국 북경 수도사범대·사천 러산사범대 초빙교수, 2013-2015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문화정책위원, 나주시문화대사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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