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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퍼포밍아트에서 무대의 개념과 관점

전민경

제도권 미술의 돌파구 _ 동시대 미술을 무대로 하는 퍼포밍 아트 시리즈 2

무대라는 것이 공연 무대의 개념도 있지만, 인생의 무대라는 개념도 있지 않은가? 더 넓은 범위에서 이야기해보면 모든 공간이 일종의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을 관찰하고 관여하는 것이 미술에서의 영역이자 내가 작업하는 영역이라고 본다. 그래서인지 항상 꿈꿨다, 내 그림 위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지는 것을. 일전에 한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내가 만든 그림 위에 내 그림을 걸고 싶다”라고. 결국 내가 거는 그림의 공간마저도 내가 관여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 배경이 될 수도, 무대가 될 수도 있는 것들을 꿈꾸고 있기에 그런 측면을 생각하며 무대 작업을 했다.



<삼각의 영역> 장면 2, 라이브아트 전시 중
플랫폼엘 컨템포러리아트, ⓒ더그레잇커미션, 사진 박승만

위의 홍승혜 작가와의 인터뷰는 필자가 기획한 지난해 라이브아트 전시를 기록한 출판 『그가 달려왔다』를 준비하며 정리한 내용 일부이다. 개인적으로 제도권 미술의 일반적인 화이트큐브 전시를 벗어나 라이브아트 혹은 여타 혼성적인 장르와 매체의 작업을 주요하게 다루다 보니 마치 내가 하는 것이 전통적인 것과는 상당히 먼 곳에 진입해있으며, 실험적이라는 뭉뚱그려진 표현으로 읽히는 경우도 자주 목도하게 된다. 형식적으로 혹은 피상적인 이미지적으로 당연히 그렇게 이해할 수도 있지만 사실 내가 하는 작업은 어떤 난해하고 복잡다단한 개념에 비해 비교적 제한된 환경과 교육제도의 ‘미술’을 학습해온 나 ‘개인’이 경험한 것들에 근간을 두고 있다고 밝히고 싶다. 여기서 언급된 미술은 사전적인 의미라기보다 미술을 생산하는 입장에서 연상되는 떠오름을 관용구로 했다. 근래에는 이런 차원의 미술이라는 표현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아트, 예술이라는 표현이 체감상 더 자주 드러나는 듯하다. 게다가 아직도 현대미술이란 용어는 내 지각에 일차적으로 떠오르는 “미술”을 상기시키기엔 너무 먼 곳에 있거나 보고 있지만 잡을 수 없는 존재 같은 무게를 동반한다.



<그가 달려왔다> 2막 사랑의 조우 설치 장면
ⓒ더그레잇커미션, 사진 윤병주

그런 의미에서 영상을 기반으로 하는 작가 빅토리아 푸(Victoria FU, 1978-)의 라이브 아트 전시 ‘삼각의 영역’의 참여작품 <버블 오버 그린>은 그 “미술”이라는 개념을 온전히 묘사해주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붓으로 그리고, 종이를 자르며, 투명과 불투명이 교차하는 이미지들의 진화는 캔버스의 프레임을 상상하도록 하는 영상의 프레임에 존재했다. 그리고 그 순전한 “미술적 행위”가 퍼포먼스의 하나로 다시 공연적인 성격에 등장했을 때 퍼포머와 연합하여 하나의 장면을 생성해낸다. 내게는 이러한“미술”이 촉발하는 환경이, 공간 안의 정서가, 곧 전시에서 무대로서 기능한다고 본다. 그것은 장면을 생성해낼 수 있는 상상력이며, 궁극적으로 프레임, 곧‘주목해야 하는 시점’과 관찰에서 ‘상기되는 관점’에 관한 연결이다.

예컨대 무대는 퍼포먼스라는 라이브의 공연적인 성격이 등장하기에 공연에 필수 불가결한 무대 및 객석으로 귀결되는 형식이라기보다 독립적인 작품이 일방적으로 생성하지 않는 그 작업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유발하는 프레임이며 그것이 현대미술을 다루는 전시에서 일종의 무대로서 기능하고 활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작금의 라이브아트 혹은 퍼포밍아트에서 어떤 극이나 영화에서 연상되는 연출을 다루기보다 보는 것과 보이는 것에 관계하는 전시의 플랫폼, 작품의 프레임, 그리고 이 총체적인 전시의 흐름을 유영하는 관객에게로 전달이자 창작의 교류로서 작용하는 현상이 유기적인 것들이 공존하는 환경, 즉 형식적인 역할의 관념적인 무대로서 전시적 환경의 확장과 활용을 상상한다. 그리고 종래에 이러한 전시의 구조적인 전환이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창작적으로 관계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하지 않을는지 기대한다.


전민경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학사 졸, 아르코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 PS1, 맨해튼의 더 키친 복합예술센터, 국제갤러리 등에 재직. 현 비영리 현대미술 창작기관 더 그레잇 커미션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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