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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미술관 30년, 과거를 통해 미래를 그려보다

이꼬까

환기미술관은 올해 30주년을 맞이했다. 한국 작가 미술관이자, 재단 법인이 운영하는 사립미술관으로 30년의 역사를 가진 기관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 4월 15일부터 7월 31일까지 개관 30주년 기념전시가 본관, 별관, 수향산방 3개의 공간에서 3개의 주제로 진행되었다. 이중 본관에서 진행된 ‘미술관 일기 Museum Recollections’를 중심으로 개관 이후 최대 관객이 다녀간 이번 전시를 진행하며 한 명의 사립미술관 큐레이터로서 전시 기획에 있어 고민하는 지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한다.



환기미술관 본관 전경


‘미술관 일기’는 지난 200여 회의 전시를 시대순으로 돌아보며 환기미술관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주요 전시를 선정, 당시 출품된 작품 및 전시 관련 영상·사진 등 아카이브 자료와 함께 재구성하여 지난 30년 역사를 돌아보고자 기획했다. 한시적으로 진행되고 사라지는 전시를 다시 전시하는 전시를 만들어 보고자 한 것은 미술관의 지난 역사를 통해 현재의 의미를 공고히 하고 미래의 방향성을 설정해 보고자 하는 바람에서 시작되었다. 작가나 작품이 아닌 미술관이 주가 되는 전시를 진행하기 위해 전시의 스토리텔링이 관건이었다. 이를 위해 환기미술관의 근간인 작가 김환기와 환기재단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환기미술관의 의미와 역할이 시대를 반영하며 어떻게 확장됐는지를 시간순으로 엮었다. 1992년 개관 이후 초기 10여 년은 환기재단의 비전을 실현하고 김환기의 유작을 정리하여 그의 예술 세계를 정립해가는 모습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환기재단 및 환기미술관을 설립한 김향안 여사가 작고 하신 2004년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환기미술관이 수화 김환기의 연구기관이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동시대 미술관으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미술관의 역할을 확장하고 동시대의 관점에서 미술관 정체성을 확장해가는 흐름을 보여줄 수 있도록 총 5개의 챕터, 12개의 소주제로 선보였다.



정리 중인 환기미술관의 지난 아카이브 자료들


이렇게 구성하게 된 근간에는 지속가능성의 개념이 있다. 최근 문화예술기관에선 ESG(환경 Environment, 사회 Social and 지배구조 Governance)와 관련된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 ESG의 개념 요소가 교차하는 곳에 지속가능성이 존재하기에 환기미술관에서도 이를 실천하는 전시를 고민해오고 있다. 이에 가진 것을 잘 활용하고 사용하는 것 즉, 소장품 및 소장 아카이브의 활용도를 높여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 소장품을 분석하고 아카이브 자료를 디지털화하여 목록화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자료가 정리가 되자훌륭한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었고, 20여 년간 선보일 기회가 없었던 소장품 또한 관람객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획 의도를 과연 관람객은 어떻게 보았을까? 전시 기간 중 관람객을 관찰한 결과, 관람객 다수는 전시장 맵과 추천 동선을 따르지 않았으며, 김환기 점화가 있는 3층 전시장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전시 기획 글부터 음성 설명까지 들으며 전시 내용에 관심을 보인 피드백을 남긴 관람객도 상당수다. 이는 관람객 설문 조사의 결과에서도 나타나는데, 관람객이 전시 선택 시 고려하는 이유에 대해 전시의 주제와 내용(36.6%) 보다 평소 관심 있는 작가(46.7%)를 보고 전시를 선택하는 수가 많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관람객의 성향이 대조적이다 보니 전시를 기획하는 데 있어 모두를 최대한 충족시키기 위해 항상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전시의 완성은 관람객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관람객이 있었기에 현재 환기미술관이 존재하며, 이번 전시회를 다녀간 많은 관람객은 미래의 환기미술관을 있게 할 것이다.



- 이꼬까(1978- ) 영국 뉴캐슬대학교 석사, 홍익대 대학원 예술학 박사 수료, 폴란드 바르샤바국립미술관자헹타 ‘뜻밖의 만남’(2018), 이탈리아 피렌체 르무라트현대예술센터 ‘Straniamento: 낯설지만 익숙한’(2017) 등 공동 기획. 부산비엔날레 학술정책팀장, 코리안아티스트프로젝트 팀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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