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178)비대면 시대의 터널 끝에서 : 유통수단으로서 게임예술과 NFT 아트 시장에 대한 단상1

고동연

비대면 시대로 불리던 지난 2년간 사이버 공간이 새로운 문화예술의 유통 공간으로 등장하였고, 이러한 변화는 선택 불가능한 ‘현실’로 받아들여졌다. 게다가 코인 시장이 확대되면서 지난 1년간 일간지는 NFT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으로 채워졌다. 문화정책에서도 다원미술은 ‘융합(매체)예술’이라는 용어로 어느새 탈바꿈하였다. 이는 실험적인 공연예술과 각종 게임예술의 형식과 기재를 수용한 예술을 가리키는 듯하지만, 정부는 새로운 산업 모델을 찾듯이 복합적인 현대미술의 특징을 분리해서 규정하고 인위적으로 ‘육성’해오고 있다. 비대면 시대의 터널 끝에서 기술 과학이 예술을 감상하고 유통하는 방식을 변화시켰는지, 그러한 변화가 유의미한 것인지에 대하여 차분하게 논의할 시점에 이르렀다.

전문가의 예측은 정보를 바탕으로 하지만 자신이 믿고자 원하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원하는 단서를 과장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예측 불가함에도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혹은 모순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일은 중요하다. 이를 통해 적어도 순수미술이 이제까지 해온 역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인간이 시각적 이미지나 결과물을 인식하거나 감상하는 방식에 대하여 더 잘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얼마 전에 관람한 게임예술의 예를 다루고자 한다.

게임예술은 예술의 감상방식을 변화시켰는가?
게임의 형태를 지닌 미디어 작업이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감각적이고 능동적으로 신체를 사용해서 화면 속 세계와 상호소통하는 기술이 게임 산업에서 급속도로 개발됐고 교육 자료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문화정책의 분야에서 기금이 많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최근 국내외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게임예술이나 가상공간, 증강현실을 사용한 예술 전시에서 어떠한 변화의 단서가 발견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작가가 자기 돈으로 빌리기 어려운 복잡한 기자재를 선보이며 실험해보는 기회를 잡는다는 점, 집중되고 분리된 공간에서 개별작업의 소리와 영상을 경험하는 전시 방식으로부터 이탈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는 변화였다. 전시장에서 작업별로 집중해서 감상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또한 혼자 집 안에서 게임을 할 때와는 다른 경험을 제공하였다. 전시장은 미술 공간에 펼쳐진 게임이나 기계 덕후의 오픈 페어처럼 보였다. 하지만 주제나 내용의 면, 특히 예술의 비물질화 되고 확장된 새로운 소통과 감상 방식의 측면에서 보자면, 새로운 점을 찾기 힘들었다. 현 상태에서 게임예술이 비물질화된 예술의 존재 방식이나 소통을 담보하거나 활성화하거나 새로운 주제를 선보이지 않았다.



서울융합예술페스티벌 2022 언폴드엑스 2층 전시장 전경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짓고 있는 세상(World Building, 6.5-2023.12.10, 율리아슈토쉑컬렉션)’ 전시에는 하루키를 비롯하여 다양한 시, 공간적 한계를 넘어서 정보를 주고받는 정보 과잉 시대 현대인의 상황을 다양한 주제로 다뤄온 소위 비중 있는 작가들이 포함되었다. 하루키의 <심각한 게임>(2009-10)이나 브라스와이테-셜리의 <그녀는 나를 젠장 살아남게 해>(2021)는 게임이 가진 공격성의 문제나 가상 세계에서 오히려 오작동과 소통 불가의 문제를 다룬다. 로렌스 렉의 <네펜테 계곡>(2022)은 시청각 효과를 사용해서 정보가 넘쳐 나는 시대 뇌파를 안정시키는 소리나 이미지를 사용해서 휴식의 기회를 제공한다. 최근 열린 ‘서울융합예술페스티벌: 언폴드엑스’(unfoldx.org, 11.7-11.19,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도 노진아의 <MJK>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상을 강하게 제시한다. 2층 로그의 <리베이아어던과 장미꽃 주위를 돌자>(2022) 등은 정보와 감각 과잉의 시대에 자기 성찰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감각 과잉 시대에 대처하는 삶의 지혜를 다루는 주제는 인문 사회과학에서 자주 등장하기에 전시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융합예술’이라는 명칭이 의미하는 바를 알기는 어려웠다. 하다못해 기계를 사용한다는 것 이외에 전시가 관객과의 소통 방식에 유의미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특히 ‘서울융합예술페스티벌’에서 관객은 가상공간을 통해 누군가와 소통하기보다는 미디어아트용 게임 기계와 씨름하고 있었다. 격리가 해제되면서 미디어아트가 더 물리적인 연결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받았다. 미술계의 또 다른 키워드가 ‘기후변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체에너지가 상용화되기 전까지 전통적인 전시의 방식은 게임예술에는 부적합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오히려 게임예술 전시에서 물질 페티시즘, 혹은 최근 조각 레트로 열풍이 느껴졌다. 언제나처럼 예측은 불가능했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