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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제주 예술공간이아 레지던시, 뜨겁게 포옹하는 친구들

정영숙

제주문화예술재단 소속인 ‘예술공간이아’는 옛 제주대학교병원 건물을 2017년에 레지던시 운영과 전시, 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는 문화기관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이렇게 문화예술향유공간으로 이용되어온 장소에 제주대학교병원 제주지역 암센터와 연계한 ‘나의 치유’ 협력프로그램과 예술치유콘텐츠 사업을 강화하여 2021년부터 예술치유프로그램을 확장 운영하고 있다.



한윤정 전시 전경. 사진제공: 정영숙


필자가 조용한 구 제주 시내에 있는 아담한 5층 건물인 예술공간이아를 찾은 것은 맞은 편 중앙성당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지던 막 정오를 지난 시점이었다. 입구의 아름드리 나무로 오래된 건물임을 추측할 수 있었다. 건물 내부는 작가 작업실, 전시실, 사무실, 공유공간으로 구성되어, 4층 작업실에 작가 6명이 입주해 있었다. 그 가운데 먼저 한윤정 작가의 작업실 문을 노크했다. 서울에서 활동했던 한 작가는 특히 음식문화와 뒷골목 가게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찰하여 가게 간판까지 오브제로 결합하는 독특한 형식의 작업을 진행했었다. 약 7년 전 서귀포이중섭미술관 레지던시에 입주하면서 제주 거주를 시작한 그는 이제 어엿한 제주시민이 되었다. 그로 인해 작품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는데 바로 제주 문화를 담아내는 것이다. 전시실에 걸린 제주도의 오래된 식당, 가게 그리고 거리와 사람을 치밀하게 때론 담담하게 풀어낸 대형 작품을 보며 그가 제주사람이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은 윤경우 작가의 작업실로 이동했다. 서울이나 경기 근처 레지던시에서는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서예가는 드물다. 책상 위에 문방사우(文房四友)가 있어 붓을 들고 글씨를 써봤다. 먹향이 그윽이 퍼지는 공간, 벽에 걸린 작품으로 시선을 돌리니 초서(草書)와 ‘후두둑’이라는 글자를 겹쳐 쓴 신추상화가 화선지 위에 쓰여 있다. 그렇다. 그리지 않고 쓴 추상화, 문자로 출발했기에 뜻도 함축된 작품으로 전시실에는 더욱 큰 대작이 펼쳐져 있어 화선지 사이 사이를 오가며 감상했다. 작가는 레지던시 기간 중에 교육프로그램에도 적극 참여했다고 한다. 제주도 출신인 홍진숙 작가는 중견 화가로 30-40대 작가들과 함께 입주하여 열정적인 창작욕구를 불태워 창작에 몰두하며 제주도 곶자왈과 용천수를 역사적 맥락으로 고스란히 담은 회화를 작업했다.



서예 치유 프로그램 전경.


그 다음은 입주작가 보고전을 통해 작가 3인의 작품을 살폈다. 먼저 박한나 작가는 기후 변화에 관심을 두고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일깨워주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가희 작가에 대해서는 레지던시 윤한결 담당자가 기획 글을 통해 “이번 이아로 입주기간 동안 노동자, 환경미화원, 해녀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의 소박한 유토피아를 그려냈다.”고 언급한 평에 동의할 수 있었다. 박종호 작가는 ‘나의 치유’에 집중하며 캐릭터 ‘인중이’와 자신에게서 벗어나는 과정을 기존에 사용하지 않았던 색채를 사용하여 내면의 소리를 꺼내 치유의 도구로 사용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2022년 예술공간이아 레지던시 예술치유콜렉티브 이아로(路) 입주작가 결과보고전 ‘온전한 조각(2022.11.5-2022.11.20)’의 키워드는 치유였다. 작가 스스로 작업을 통해 치유 받고, 시민은 ‘예술보건소’ 프로그램을 통해 몸이 아니라 마음을 어루만지고 치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예술공간이아는 장소성, 공간의 특수성, 공공성을 레지던시를 통해 구현하며, 입주 작가와 참여 시민에게 따스한 온기를 불러일으키는 프로그램으로 특화된 곳이다. 예술은 길을 걷다가 마주친 친구처럼 반가운 존재다. 거리를 걷다 마주친 예술과 뜨거운 포옹을 나눌 수 있다면 시민은 더욱 행복한 산책을 하게 될 것이다. 성당의 오후 6시 종소리를 들으며 이아를 나서는 길, 마음이 한층 훈훈해졌다.



- 정영숙(1968- ) 추계예술대 일반대학원 문화예술행정과 박사. 전 현대아트갤러리 수석큐레이터, 전 서울과학기술대 겸임교수, 경희대 겸임교수. (사)한국경제지역학회 감사, 여주시 자문위원, 대학·기업 강의 및 미술평론, 공·기업 기획, 문화예술프로그램 기획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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