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180)비대면 시대의 터널 끝에서 : 유통수단으로서 게임예술과 NFT 아트 시장에 대한 단상 2

고동연

비대면 시대로 불리던 지난 2년간 온라인 전시가 전에 없이 활성화되었다면, 코인 시장이 확대되면서 메타버스와 함께 ‘NFT(Non-Fungible Token, 블록체인의 기술을 사용해서 디지털 소유권을 보호하는 대체 불가능한 암호 화폐)를 통해 유통되는 미술’이라는 기이한 용어가 인기를 끌었다. 정보화된 시각 이미지를 사이버 공간에서 안전하게 구동하는 수단이 일견 예술의 장르처럼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새로운 산업 모델을 찾듯이 시각적 창작물의 특징이나 성과가 아닌 구동 시스템 그 자체에서 변화를 찾으려는 정부 정책이나 언론의 관심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하지만 “단상 1”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미래에 대한 예측은 엄밀히 말해서 편향적일 수밖에 없다. 변화를 보고자 하는 이들은 그에 대한 단서만을 찾을 것이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인 시장이 위축되면서 미술시장의 활황도 잠잠해졌고, 오히려 미술시장 기사에서 데미안 허스트나 무라카미 다카시와 같은 올드 보이들이 재등장하고 있다. 단상 1에서 필자는 비대면 시대의 터널 끝에서 오히려 물질성을 강조하는 조각이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고 게임 예술이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기계들로 둘러싸여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렇다면, 미술시장에서도 오히려 취향에 있어 ‘뒷걸음(?)’ 치고 있는 것인가?



<Let there be art, NFT>, 작가와 큐레이터가 디지털 맥락에서 
예술의 창작과 유통을 능동적으로 개척하기 위해서 만든 프로젝트캡션


더 많은 예술가가 돈을 벌고 있는가?
그레이월의 대표 변홍철은 적어도 자신이 후원하고 대변하려고 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에 흡족해한다. 하지만 NFT 아트가 있다거나 누구나 자신의 예술로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에 대해서는 제동을 건다. 그도 그럴 것이 오픈시(opensea)와 같은 곳을 제외하고 업빗(upbeat)에서 작가들의 가치는 아직도 ‘기존의 전문가’의 인증을 필요로 한다. 페이스나 가나와 같이 잘 알려진 화랑도 중요한 매개자의 역할을 한다. 양극화되고 점유율이 높은 화상들이 다른 영역으로 옮겨간 셈이다. 국내에서 온라인 경매가 거대 화랑과 옥션의 양극화를 일으켰듯이 ‘돈이 될만한’작가나 작업은 기존의 딜러들이 점유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캐릭터의 이미지를 사고팔 때도 기존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굿즈를 팔거나 이용권 사이의 콘서트 표를 끼워 파는 종래의 방식이 NFT 시장에서도 사용된다. 대중음악가, 애니메이터, 일러스트레이터 등이 이미지를 멤버십처럼 사고, 팔고 할 수는 있겠으나 이것은 코인의 등장으로 그 확장성이 커졌을 뿐 이전에도 암암리에 행해지던 방식이다. 오히려 누구나 예술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열기와 함께 나름의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고도 볼 수 있다. ‘기존’ 순수미술비평가의 입장에서 보자면 말이다.

이에 작가들의 민주적인 시장 형성이라는 것은 신기루에 가깝다. 게다가 NFT 아트의 해상도가 턱없이 낮기에 현재 각종 디지털 이미지는 감상과 향유의 수단이 아닌 사고파는 수단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증권가에서 말하는 밈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블록체인으로 무형의 이미지 자산과 개인의 정보를 보호할 수 있게 되었고 덜 중앙집중적으로 거래가 이뤄질 수는 있다는 점은 유의미하지만, 미술인들이 종국에 관심을 두는 가장 유의미한 변화, 즉 작가의 경제적인 독립, 향유문화의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예술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결국 사회(정치, 경제, 문화)적인 맥락에서 진화되어왔고, 시장은 더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NFT 시장을 둘러싼 논쟁은 사회적 현상과 더 연관되는 경우가 많고 블록체인을 통한 저작권과 같은 문제도 기술적인 부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미술시장의 민주화나 작가 권리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쯤 해서 맥루한의 『미디어는 메시지』(1964)를 떠올려보자. 미디어아트의 고전은 저자인 맥루한이 과거 역사에 능통한 역사학자라는 점과 그가 딱히 미래를 예측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오히려 그의 책은 현대인들이 지닌 변화에 대한 갈망을 특정한 방식으로 분류하고 이론화하였다. 비대면의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는 지금 게임 예술과 NFT 예술시장을 차분히 바라보면서 딱히 미래가 보이지는 않지만, 변화에 대한 갈망을 놓고 싶지는 않다. 질문과 그에 대한 해결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만나면서 기이하게, 천천히 진화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미래에 대한 환상이나 변화에 대한 갈망을 놓치고 싶지는 않다. 단, 비대면 시대가 지닌 시점에서 오히려 미술시장이 보수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