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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미술 글쓰기의 확산과 미술의 생활화

정민영

2020년 코로나19가 진행되는 가운데, 한동안 주말을 카페에서 보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미술로 하는 글쓰기(writing in Art)’ 원고를 쓰기 위해서였다. 7월에 마무리짓고, 이듬해 5월에 『미술 글쓰기 레시피』를 출간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공포가 모든 것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던 시기여서, 책은 신간 대접도 받지 못하고 서가로 직행했다. 그 후, 코로나19가 잦아들던 작년에 이 책을 중심으로 몇 차례 글쓰기 강의를 다녔다.

미술 글쓰기는 ‘미술’ 과 ‘글쓰기’의 합성답게, 글을 쓰되 미술을 대상으로 쓰는 일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미술의 특성과 미술이 글이 되기 위한 요건 등을 알아야 한다. 미술 글쓰기 가이드북이 따로 필요한 건 이 때문이다. 나는 우선 사람들과 미술을 단서로 자신을 ‘자원화’ 해서 글을 쓸 수 있는 노하우를 공유했다.

오랫동안 ‘미술 대중화’를 모토로 살았다. 미술잡지에서 이 슬로건을 접한 후, 22년 동안 미술 출판사(‘아트북스’)를 하면서 ‘미술의 생활화’로 모토를 구체화했다. 출판의 방향도 대중서의 비중을 전문서보다 높게 잡고, 서서히 이 관계를 역전시키는 쪽으로 키를 맞췄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변수는 번번이 행보에 타격을 가했다. 디지털 세상의 도래와 확산, 그로 인한 미술책에 대한 무관심 등과 겹쳐 미술출판은 갈수록 입지가 좁아졌다.



미술 글쓰기 레시피 맛있게 쓸 수 있는 미술 글쓰기 노하우
ⓒ 정민영 2021 아트북스


돌이켜보면, 일반인이 즐기는 미술과 미술계의 현실에는 차이가 컸다. 현실의 미술은 첨단을 향해 내달리지만 그와 보조를 맞춘 미술책에는 선뜻 지갑을 여는 독자는 없었다. 독자는 ‘갈 봄 여름 없이’ 익숙한 저자와 작가와 작품에 반응했다. 곤혹스러웠다. 더 많은 독자를 염두에 둔다면, 미술계 내부에서 유통되는 글 스타일로는 독자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 미술계의 글쓰기는 여전히 무뚝뚝하고 해독이 요구되는 내부 유통 문건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논지를 펼치되 독이성(讀易性)이 함께하는 글은 좀체 보이지 않는다. 미술계 내부와 외부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공고하다.

이런 현실에서 내 관심사의 하나는 ‘중간필자’였다. 전문성으로 무장한 미술담론을 풀어서 미술계 바깥의 사람들도 알 수 있게 해주는 중간 존재로서의 필자 말이다. 그들의 조건은 미술에 밝으면서도, 그것을 효과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글 솜씨 구비다. 미술 출판에 나선 처지에서 생각하기에, 미술의 확산을 위해서는 중간필자의 활약이 필요해 보였다. 그래서 가능성 있는 필자를 찾아서 첫 책을 내며 지속적으로 출간 작업을 진행했다. 견고한‘분단 장벽’을 조금이라도 허물기 위한 나름의 처방이었다.

중간필자가 지명도를 얻는 과정을 통해, 대중서이되 전문적인 내용의 비중을 높여가는 쪽으로 방향전환을 꾀하고자 했다. 익숙한 미술에 기댄 대중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전문적인 내용을, 소설의 ‘경장편’ 같은 분량과 친절한 글쓰기로 조형한 대중적인 전문서를 정착·확산시키고 싶었다. 성과는 그러나 미미했다.

오래 편집자로 지내면서 수많은 글과 책을 가까이했다. 지금은 독자로서 매일 책과 보내고 있다. 이십 수년간 해온 미술 관련 글쓰기도 매달 하고 있다. 이런 처지에서, 미술 글쓰기의 변화와 확산이 적극적인 미술 생활화의 한 지름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만지작거리곤 한다. 나는 모든 사람이 미술을 대상으로 글을 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또 그동안 깨친 노하우로 사람들의 글쓰기 포텐을 터트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래서 『미술 글쓰기 레시피』 카피를 이렇게 뽑았다. “작품 감상의 완성은 글쓰기다.”


- 정민영(1964- ) 월간 『미술세계』 편집장, 계간 『이모션』 편집인, (주)아트북스 대표이사(2001-2022) 역임. 『미술책을 읽다』, 『 원 포인트 그림감상』, 『미술 글쓰기 레시피』 외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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