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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청춘의 건축, 안도 타다오

최우용

청춘, 그것은 우리들 삶의 푸르른 봄날을 의미한다. 그러나 청춘이 육신의 젊음 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재일지식인 강상중(1950- )은 “청춘이란 한 점 의혹도 없을 때까지 본질의 의미를 묻는 것”이라고 그의 글에 썼다. 강상중에 의하면 청춘은 나이와 무관한 것이며, 자신의 삶 그리고 인간의 삶을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청춘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과연 그러하다. 조로(早老)하여 무의욕한 권태의 젊음이 있는 반면, 푸르른 의욕으로 가득한 노년의 청춘 또한 존재한다.



강원도 산중에 얹혀 있는 뮤지엄 산 ⓒ 최우용


안도 타다오(1941- )는 망구(望九)의 청춘이다. 올해 여든 둘의 안도 타다오는 90세를 바라보는 여전한 청춘인 것이다. 그가 십수 년 전 한국 강원도 원주 산자락에 설계한 뮤지엄 산에서 그의 건축을 조망하는 특별전(2023.4.1-7.30)이 열리고 있다. 특별전의 타이틀은 ‘청춘’이다. 전시는 안도 타다오의 건축적 여정을 개괄하는데, 독학으로 건축을 시작하여 세계적 거장으로 그를 이끈 여러 건축물들이 전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안도 타다오는 고졸 권투선수 출신의 건축가다. 대학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그는 순전히 독학으로 자립했고 일가를 이뤘다. 지극히 보수적이고 엘리트주의적인 일본 건축계가 그를 애써 외면하는 사이, 그의 독보적인 새로움을 서구 건축계가 먼저 주목하기 시작했다. 1995년 세계적 권위의 건축상인 프리츠커상을 받기 훨씬 이전부터, 그는 서구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 건축계에 뜨거운 관심을 받는 문제적 건축가였다.



뮤지엄 산은 안도 다다오의 인장(印章)으로 가득하다 ⓒ 최우용


건축가 안도 타다오는 기성의 권위와 관성적 설계방법론을 거부했다. 그의 건축적 탯자리는 바로 여기에 있다. 기존, 기왕, 기성, 기득 등 이미(旣) 있어 왔던 완고한 것들에 대한 태생적 거부와 부정이 그의 건축적 시발점인데, 그를 오늘에 있게 한 첫작품 스미요시 주택은 오사카 오래된 도심 주택가 한복판에 위치한다. 원초적 삶의 틀인 주택에 붙어 있는 기성과 관성을 맹렬히 거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이 주택은 안도 타다오 건축의 원형질을 이룬다. 관성적 삶에 대한 거부, 그리고 무모하리 만치 과감하며 파격적인 설계는 통상적 건축계획각론을 무화시킨다. 스미요시 주택에서 발아한 게릴라적 설계방법론은 그의 건축의 시작인 동시에 끝이다. 그의 건축은 이 시작과 끝 사이를 진자운동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런데 기성/관성과의 불화를 동력으로 하는 진자운동은, 말 그대로 반복적인 운동이기에 하나의 정형적 궤적을 형성한다. 이 궤적은 노출콘크리트나, 기하학적 입체나, 미니멀한 파사드(주된 외관)나, 빛 또는 바람 또는 물과 같은 감각적 요소의 극적 활용으로 리바이벌된다. 이 리바이벌은 일종의 권태가 되어 그의 건축을 찾는 이들에게 불가피한 피로로 작동하기도 한다. 그러나 안도 타다오의 건축을 형식적 매너리즘이라는 이름으로 거부하기에는, 그의 건축은 너무나도 매혹적이다. 이것은 아마, 본질의 의미를 묻고 또 묻는 한 건축가의 열정적 청춘이 빚어낸 뜨거운 반복의 매혹적 결과물이기에 그러하리라.

그리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그저 그런 수준의 고졸 권투선수가 건축에 매료되어 유라시아를 횡단, 모더니즘 건축이 태동한 서유럽을 전전하며 건축적 자양분을 스스로 흡수하였다. 그렇게 그의 건축이 시작된 이래로 반세기가 넘은 지금, 그의 건축은 하나의 고전이 되려한다. 누가 부정하겠는가? 노출콘크리트의 기하학적 볼륨을 세계 도처에 현상(現像)하게 만든 사실을! 케네스 프램튼(1930- ) 등과 같은 건축의 여러 지성들은 안도 타다오의 건축을 현학적인 건축 언어/이론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정작 그의 건축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는 인간의 삶을 묻고 또 묻는다. 작은 주택에서부터 시작된 그의 자문과 자답은 결국 인간의 삶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묻고 또 답하고 있다. 끝내 풀릴 수 없는 답을 향해 맹렬히 전진하는 그의 건축은, 결국 청춘이란 수사가 제격인 청춘의 건축인 것이다.



- 최우용(1979- ) 와이드AR 건축비평상 수상. 『일본건축의 발견』, 『다시, 관계의 집으로』 등 저술. 『와이드AR』 편집위원. 건국대 건축대학 겸임교수. (주)아키엘로건축사 사무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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