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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두 개의 강, 교차된 풍경을 찾아서

유현주

크리스 마이어+이연숙 협업 영상작업, Alluvium Video installation, 2023
이연숙, Vanished landscape from void space, Recycled fabric from pet bottles, variable size, 2023


7월 17일부터 8월 25일까지 캐나다 오타와의 한국문화원(canada.korean-culture.org)에서 특별한 전시가 개최된다. 전시는 한국 캐나다 수교 60주년을 기념하여 공모하여 선정된 전시 가운데 하나로서, ‘Two Rivers, Crossed Landscape(두 개의 강, 교차된 풍경)’라는 제목으로 필자가 기획하고 한국 작가 이연숙(1976- )과 캐나다 작가 크리스 마이어(Chris MYHR, 1973- )의 개별 작업 및 공동작업으로 전개된다.

캐나다는 본래 북미 토착어인 이로쿼이어(Iroquoian)어로 카나타(kanata)라는 이름이었으며 ‘공동체’를 뜻한다. 16세기 영국과 프랑스 지배를 받다가 1951년 독립하였고 세계 난민의 10% 이상을 수용하고 있으며 다양한 인종의 삶과 문화를 ‘샐러드 볼’처럼 잘 살리고 있는 나라이다. 캐나다와 달리 한국은 단일 민족으로 구성되어 오천 년을 넘게 이어온 혈연 중심의 나라이다. 이처럼 언뜻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나이아가라와 한강, 이 두 강을 중심으로 한국과 캐나다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해 가는 하나의 공동체로 그려진다. 최근 수소 에너지 연구를 위해 울산에서 양국이 협력을 시도하는 중이고, 두 나라 모두 자연을 사랑하며 건강하고 아름다운 지구를 위해 손을 마주 잡듯이 캐나다와 한국의  풍경이 서로 교차하고 있음을 전시는 보여주고자 한다.

작가 크리스 마이어는 캐나다의 자연경관 안에서 현재 문화의 풍경을 담고자 하며, 강과 폭포의 사운드, 캐나다 북부의 대자연의 풍경을 물감으로 풀어낸 듯한 추상적인 영상을 보여준다. 그의 작업에서 수평선이 상징하는 것은 일종의 균형인데, “강, 하구 및 수평선은 주는 것과 받는 것의 힘 사이에서 균형이 이루어질 때 가장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하는 외교적이고 광범위한 인간/비인간 상호 관계가 형성되는 것”에 대한 은유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육지를 가로지르는 강이 국경을 초월해 흐르며,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경계선을 넘어 어느 곳으로도 흘러가고 섞이는 성질에 관심을 둔다. 즉 물은 본질적으로 다공적이고 역동적이라는 작가의 메시지는 한국과 캐나다 사이의 국경을 넘어 물처럼 두 나라가 함께 흘러가고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연숙, Accumulated light, 3 designed fabric patch work covered of wall boxes, variable size, 2023


작가 이연숙에게 한강과 나이아가라의 강은 심리적인 물의 공간이다. 이연숙에게 강은 삶이 반복되고 시간을 넘어 순환하는 과정을 표현한 이미지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녀에게 강은 무심한 인간들에 의해 현재 오염되는 아픔을 겪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며, 강한 핑크빛과 달콤한 향으로 오염의 상황을 표현함으로써 역설적이고 기묘한 아름다움을 전달한다. 인류세의 위기에 선 지금, 자연에 가해진 문명의 폭력에 대한 비판적 관찰을 토대로, 작가는 천정에 리사이클링 된 천(패트병을 수거하여 만든 재생 패브릭)을 커튼처럼 매달아 오염된 물의 흔적 혹은 물의 공간과 대비되는 인간의 이기적 욕망의 공간을 구성한다. 이연숙이 한강을 비롯해 국내의 강들에서 찍은 사진을 강렬한 핑크, 초록색 등으로 작업한 스틸 영상과 원석의 느낌이 나는 3D 프린트로 조각한 인위적인 암석들은 오염된 현재의 모순적 상황을 은유하면서, 인간의 시야 밖에 있던 자연과 비인간 존재들에게 시선을 집중시킨다.

미국 뉴욕와 캐나다 온타리오의 국경을 이루는 나이아가라의 강과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하여 황해로 흘러나가는 한강이라는 두 나라의 유서 깊은 강은 지금 캐나다의 전시장에서 하나의 거대한 대류를 형성하는 중이다.


- 유현주(1968- ) 홍익대 대학원 미학 박사. 2021 국립현대미술관 아카이브사업 책임연구원, 2022-2023 아르코 작가조사평론사업 총괄기획자 등 역임. 『아도르노의 ‘여성성’ 사유와 에코페미니즘- ‘차이’의 여성성을 위한 시론』 외, 『인공지능시대의 예술』 (2019) 등 저술. 2022 한국연구재단 학술인문연구교수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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