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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한국실험미술 흐름 속 충남예술의 도전

허나영

19751225그룹, 1975.12.25, 대전역 광장


세계에 K-Culture의 바람이 불고 있다. 또 동시대 미술 흐름 속에서 한국의 예술 역시 저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한 국제 미술행사뿐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예술가 역시 적지 않다. 소위 K-ART라는 이름으로 런던, 뉴욕, 파리 등 국제 도시에서 크고 작은 전시가 연이어 열린다. 언제부터 세계의 미술 흐름과 궤를 함께 하고 있었을까. 필자는 적어도 1960년대 일군의 작가로부터 촉발된 아방가르드 미술부터 발을 맞추어 왔다고 생각한다.

런던의 길버트 앤 조지가 <아치 밑에서>를 공연한 1969년보다 앞선 1967년, 한국 최초의 퍼포먼스인 <비닐우산과 촛불이 있는 해프닝>이 열렸고, 전위적인 행진을 한 <기성문화예술의 장례식>(1970)을 하다가 작가들이 연행되기도 했다. 이러한 한국실험미술의 발자취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에서 볼 수 있듯이, 당시 사회적으로도 미술사적으로도 작가들의 새로운 시도는 파격적인 행보로 나타났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강압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당시 예술가들은 사회를 비판하고 예술에 대한 선입견을 부수는 강렬한 작업을 했다. 비록 당시에는 전혀 이해받지 못했어도 지금은 그 흐름에 찬사를 보내는 전위적인 행보였다. 전시에서 소개된 ‘무동인’, ‘오리진’,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 ‘신체제’, ‘제4집단’, ‘ST(조형미술학회)’ 등 실험적인 예술을 추구하는 소그룹이 결성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흐름이 당시 충청남도에서도 이루어졌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에서 짧게 언급되지만, 충청남도에 미술대학이 생기고 학생들이 배출되기 시작한 1970년대 중후반부터 급진적이고 실험적인 시도가 이루어졌다. 대표적으로 소그룹 ‘19751225’, ‘대전 ’78세대(이하 ’78세대)’와 ‘르뽀 동인회(이하 르뽀)’ 가운데 ‘19751225’은 1975년 12월 25일 정오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대전역 광장에서 해프닝을 벌인 것을 시작으로 한, 비정형적인 미술활동을 하고자 한 한남대 출신 젊은 작가 그룹이었다. 그리고 ‘’78세대’는 AG그룹 멤버였던 목원대의 김한 교수와 당시 강사로 재직했던 이건용 작가의 영향을 받은 작가들이 결성한 그룹이었다. 또한 보도용어인 르포르타주(Reportage)에서 따온 ‘르뽀’는 현지 또는 현장이라는 의미로 기존의 구상회화와 다른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회화를 지향한 그룹이었다. 수도권과 거리가 있지만, 비슷한 시기에 뜻이 맞는 지역작가와 함께 실험미술을 시도했고, 교류했다. 물론 당시 대학 교수와 학생 중에는 이러한 움직임을 돌발 행동 정도로 치부했지만, 이러한 실험적 움직임은 충남지역 미술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더 나아가 이러한 소규모 그룹에 참여한 작가를 비롯하여 충남의 예술가들은 1980년부터 공주 인근 금강 유역에서 자연과 미술의 관계성을 고민하는 ‘자연미술’을 시도한다. 최근의 생태미술과 연결지점을 갖는 자연미술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 미술의 역할에 대한 논의를 함께 하며 다양한 형식의 예술로 표현했다. 그리고 1981년에는 자연과 예술과의 관계성에 대해 보다 심도있게 다루어보자는 취지에서 ‘들판으로 던지다’라는 뜻을 가지는 ‘야투(野投)’를 창립하였다. 현재 야투의 정신은 한국자연미술가협회에서 자연에 대한 비슷한 고민을 가진 외국 작가와 함께 교류 및 워크숍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2004년부터 격년제로 여는 ‘금강자연비엔날레’를 통해 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충남 역시 미술의 흐름을 진단하고 그 기록을 찾아보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1970-80년대에 이루어진 충남의 실험미술은 한국 현대미술과도 긴밀한 연결이 된다. 더 나아가 최근 환경문제와 함께 대두되는 자연에 관한 관심을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금강과 함께 해왔다는 점은 다시 한번 충남미술의 의미를 생각해볼 지점을 말해준다. 세계와 한국, 그리고 지역과 수도권에서 이루어지는 미술의 흐름을 교차 대조해보는 작업은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화두를 던질 것이다.


- 허나영(1980- ) 홍익대 예술학과 학부와 석사, 박사. 한국연구재단 인문학술연구교수, 충남대와 목원대, 홍익대, 서울디지털대 등 강의. 시각장 연구소 대표. 『다시 쓰는 착한 미술사』, 『모네-빛과 색으로 이룬 회화의 혁명』, 『이중섭, 떠돌이 소의 꿈』 등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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