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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독자적인 비엔날레를 향해 -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를 준비하며

현시원


최고은, 정현, 박소라, 김익현 작가의 작업이 보이는 전시 전경. 
2024년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 프롤로그전 “미래에 대해 말하기- 모양, 지도, 나무”.
촬영 오석근, 사진 창원문화재단 제공 


오늘날 비엔날레의 의제는 무엇일까? 서울, 광주, 부산, 청주, 전남 등을 비롯한 다양한 도시에서 일어나는 비엔날레는 여전히 유효한 이름인가, 게임인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유의미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까. 비엔날레에 대해 전면적으로 사고하게 된 것은 2024년 가을 창원 전역에서 열리는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예술감독으로 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조각 비엔날레에 직면하게 되면서 나는 미래의 비엔날레가 미술 현장과 역사에 역할 하는 바가 무엇일지, 어떤 모양이어야 할지, 한 비엔날레의 보편성과 독자성이 갖는 힘이 무엇일지 질문하고 있다. 현장에서 발견하게 되는 단서들은 기쁜 ‘탐구의 순간’과 동반한다. 

첫째 창원조각비엔날레는 ‘고향’과 관계있다. 고향은 낭만적인 대상이 아니라 새롭게 재고되어야 하는 공간적 대상을 향한 ‘바라보는 방식’이다. 아시아의 지역과 독자적인 목소리에 관해 이야기해볼 선제 조건이 있다. 서구미술사로 대변되는 외부와 접속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엔날레가 아닌 것이다. 창원은 진해, 마산, 창원의 세 도시가 통합된 곳이다. 유난하게도 이곳에서는 20세기 초반 걸출한 조각가들이 태어났다. 긴 시간 동안 직접 자신의 미술관을 지은 문신의 미술관은 마산의 높은 언덕 위에 있다. 서예와 조각의 추상성을 탐구했던 김종영 선생의 생가가 창원에 있다. 박석원, 김영원, 박종원 등의 조각가들이 창원(옛 마산, 진해, 창원)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는데 박석원은 한 인터뷰에서 지금은 사라진 오래된 탑을 어린 시절 매일같이 보았던 경험을 말한다. 작가 문신 심포지엄이라는 개인의 역사에서 출발한 한 미술 제도가 공적 비엔날레로 변화했다는 역사 또한 어떤 면에서 민주주의적이고 확장적이다. 여러 개인의 조각적 정신이 모인 ‘고향’이 계획도시(옛 창원은 1970년대 대표적인 계획도시다)라는 근현대 한국 도시 만들기의 역사와 겹쳐진다. 

둘째 창원조각비엔날레는 하나의 매체를 중심에 둔다.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조각’에 대해 말한다. 조각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말하기 위해 오늘날 도리어 건축과 사물, 공간과 관람 동선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술사를 서술하는 동시대 방안에 대해서도, 또 젊은 작가들과 큐레이터가 2010년대 들어 적극 개진해온 ‘조각 전시들’에 대해서도 말해볼 수 있는 자리다. 

2010년 시작된 창원조각비엔날레는 도시 곳곳에 남아있다. 이 길지 않은 시간의 축적 동안, 창원 도시 곳곳에는 손으로 셀 수 없을 만한 많은 조각 작업들이 도시를 내다보고 있다. 전시장이 아닌 바깥에서 작업을 볼 수 있다는 것, 조각가가 아니어도 조각에 대해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유산(legacy)을 창조적으로 변형시키면서, 그 수많은 유산의 무게에 억눌리지 않고 살아야 하는 것이 미래의 관객이 해야 하는 일이다. 스마트폰에 가득한 이미지들의 축적, 구글 맵 지도와 인공 사진으로 어디든 내려다볼 수 있는 다초점 이미지의 시대에, 조각은 만드는 시간과 관람의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시간의 예술이다. 

2023년 12월,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의 프롤로그》전을 준비하며 ‘미래에 대해 말하기-모양, 지도, 나무’라는 부제 아래 작가 20인의 작업을 성산아트홀 구 뷔페 공간에 배치했다. 일본, 필리핀,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큐레이터들과 창원조각비엔날레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이들은 ‘조각비엔날레’라는 큰 규모의 전시가 관객과 보다 밀도 있게 만나길, 관광이 아닌 방식으로 도시를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한 번도 안 와본 도시인데도 마치 창원조각비엔날레를 와본 듯한, 편지 같기도 하고 선언 같기도 한 말들이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도시에 대해 매일같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사고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 현시원(1980- ) 2024 7회 창원조각비엔날레 예술감독, 시청각랩 대표. 2023 《언폴드 엑스-달로 가는 정거장》(문화역서울284), 2020 온라인 전시 《추상 캐비닛(abstractcabinet.org)》, 2017 《A Snowflake》(국제갤러리) 등 전시와 프로젝트 기획. 『사물 유람』(현실문화, 2014), 『미술 글쓰기와 큐레이팅』(미디어버스, 2017), 『1:1 다이어그램』(워크룸, 2018)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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