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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조형예술과 박물관 ① 미술관 설립 붐과 미술관의 재구성

최범

2024.1.19 대학로 예술가의집 <국립근대미술관 설립 추진을 위한 전국 포럼> ⓒ 사진 최범


미술관 설립 붐?
작년 11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한국공예가협회 50주년 기념 전시가 열렸다. 한때(1994-95) 이 단체의 사무국장을 맡은 적이 있는 나는 옛날 추억을 떠올리며 전시장을 찾았다. 전시를 둘러보고 나오는데, 안내데스크에서 서명을 하란다. 뭔가 봤더니 국립공예미술관 건립 추진 동의서였다. 오호, 이제 국립공예미술관까지 만들어지는 건가 하는 생각에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구체적인 추진 상황은 알지 못한다. 다만 과연 한국공예계가 국립공예미술관을 만들 정도의 열정과 추진력이 있을까 하는 우려가 살짝 들기는 했다.

해가 바뀌고 올해 1월에는 ‘국립근대미술관 설립 추진을 위한 전국 포럼’이라는 긴 이름의 행사가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열렸다. 국립근대미술관은 뭘까? 그런 움직임이 있다는 이야기는 몇 번 들었지만, 자세히 알지는 못하기에 궁금증을 풀 요량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2023년 결성된 ‘국립근대미술관 설립을 위한 전국연구자포럼’이라는 모임이 주최한 행사였는데, 동의 여부를 떠나서 일단 그들의 주장을 들을 좋은 기회가 되었다.

2027년에는 국립디자인박물관이 개관할 예정이다. 세종시의 국립박물관 단지 내의 5개 시설 중 하나인데, 건물은 올해 착공하여 2026년 완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건물보다 내용인데, 그와 관련된 논의도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던 것으로 안다. 디자인 아카이브에 관한 것이 주였던 것 같은데, 논의도 논의지만 개관을 불과 3년 앞두고 있는 만큼 이제는 구체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역시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

아무튼 갑자기 미술관 붐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미술관 설립 추진 붐이라고 해야겠지만. 물론 미술관 설립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고 물질적·정신적 자원과 문화 권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어떤 주체나 집단이 원하는 미술관이 모두 만들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 다만 우연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갑자기 팽창한(?) 미술관 설립 추진 움직임들을 보면서, 이참에 한국 미술관의 현주소와 구조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전체적으로 점검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한국공예가협회 창립 50주년 기념전 포스터, 예술의전당


미술관의 재구성
현재 우리나라에는 1991년에 제정된 ‘박물관과 미술관 진흥법’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박물관과 미술관’이라는 법명의 표현부터 틀렸다. 박물관과 미술관은 동일 층위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말할 것도 없이 미술관(museum of art)은 박물관(museum)의 한 종류일 뿐 박물관과 동급으로 표시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니다. 이것은 마치 자동차와 승용차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기우뚱한 표현이다. 미술관은 박물관에 포함되기 때문에 그냥 ‘박물관진흥법’이라고 해야 맞다. 가구박물관이나 보석박물관은 가구관이나 보석관이라 하지 않는데 미술박물관만을 유독 미술관이라고 부르는 것은 하나의 관행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법명에까지 이러한 오류가 있는 것은 곤란하다. 미술관은 미술박물관의 줄임말일 뿐이다. 우선 이 문제부터 지적해두고자 한다.

아무튼 이런 것 하나를 보더라도 미술관에 대한 개념과 구성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물론 미술관은 언제나 당대의 문화정책과 권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최근의 미술관 설립 추진 붐과 관련하여 한 번쯤 원론적인 논의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근대미술관의 차이, 그리고 국립미술관들과 국립디자인박물관, 국립공예미술관은 어떻게 다르고 달라야 하는지를 말이다.


- 최범(1957- ) 홍익대 대학원 미학과 석사. 월간 디자인 편집장. 2005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 2017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수상. 『디자인과 인문학적 상상력』(안그라픽스, 2023) 외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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